●복지예산 세부내역은 쥐도 새도 모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010년도 정부예산안을 확정했다.”면서 “내년도 복지부 소관 재정 규모는 31조원(예산 약 19조원, 기금 약 12조원)으로 정부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인 10.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 복지부 재정운용담당관실에 “복지부 소관 2010년도 정부예산안을 단위사업별로 달라.”고 요청해 보았다. 복지부에선 “단위사업별 예산액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10월 2일 국회에 제출하면 그 때 주겠다.”고 했지만 지난 5일에는 “세부사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6일에는 “단위사업 산출근거를 조정중이다.”며 차일피일 공개를 미뤘다.
황해석 재정운용담당관은 19일에야 “자료를 안 주려고 했던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산출내역을 만드느라 그랬다. 엑셀 작업 10분만 하면 자료를 줄 수 있다.”고 말을 바꾸며 자료집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단위사업별 예산액은 없었다.
●법적용도 제각각
<서울신문>은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국무총리실과 15개 정부부처에 공통으로 ‘단위사업별 2009년도 세출예산’과 ‘단위사업별 2010년도 예산안’ 등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여기서도 복지부는 단위사업별 예산이 아닌, 일반회계·기금별 총액만 공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행정안전부가 자세한 단위사업별 예산액을 정보공개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2007년부터 도입된 프로그램예산제도에 따른 예산분류 단위를 말한다. 기존 품목별예산제도에서 목(目)에 해당하며 ‘동일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들’을 말한다. 가령 보건(분야)-보건의료(부문)-보건산업육성(프로그램)-보건산업육성지원(단위사업) 등으로 구분한다.
각 부처 정보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청구내용에 대해 부처간 법적용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법무부, 여성부,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5곳은 “2010년도 예산안은 국회 심의중”이라면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 의거해 비공개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을 포함해 행정안전부 등 12곳은 2010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비공개대상정보를 규정한 정보공개법 제9조 제5호는 의사결정과정이나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비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은 ”정부 차원에선 확정된 예산안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 9조 5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에게 꽁꽁 숨기는 예산정보
국회 예산안심의나 국정감사 때마다 의원들은 행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질타하지만 예산관련 행정정보를 국민들에게 꽁꽁 숨기는 행태는 국회도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7일 국회사무처에 각종 국회 특별위원회 명단과 예산지원 등을 정보공개청구해 봤다. 이후 국회사무처에서는 정보공개청구 목적 등을 묻는 전화를 한 번 걸어온 이후 19일 현재까지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국회 홈페이지에는 19일에도 여전히 ‘처리중’이라고만 돼 있다.
국회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지난 8월 결과보고서에서 법률로 예산을 승인하는 지출승인법 제정 혹은 세출위원회 설치 등 예산법률주의 채택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고 국회 예산안 제출기한 등은 삭제해 국회 예산심사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2009년 10월22일자 서울신문에 실렸습니다. 지면관계상 일부 표현 등에서 블로그와 기사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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