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반기 나를 뒤흔든 책(5)
고백하건데, 중학교 때 (부모님의 박해를 어겨가며) 교회에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저는 예수를 가깝게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 믿으세요”라는 말은 제겐 마귀가 속삭이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성경 66편 가운데 절반 가량은 한글성경과 NIV로 읽어봤고, 미국에 있을 당시엔 미국인 선생과 영어공부를 위해 약 반년간 영어성경읽고 토론하는 소모임도 해봤습니다.
구약은 첫장부터 ‘여호와 말 안들으면 뒤질 줄 알아!’라고 외치는 고집불통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전설따라 삼만리였습니다. 신약도 4복음서는 그래도 읽어줄만 했지만 그 뒤부터는 전체적으로 큰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반년간 영어성경 토론모임에서도 늘어난 것은 영어 토론실력이요 줄어든 것은 성경에 대한 존경심이었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접해본 거의 모든 ‘교인’들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었다는 게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분들이 “성경은 하나님 말씀”이라고 외칠수록 제 시선은 성경에서 앞뒤가 안맞고, 논리에 어긋나며, 야만적이거나 부당한 사례를 셀 수 없이 많이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을 읽고서야 저는 철이 들고나서 처음으로 예수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개신교의 유명하신 목사들이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은 반대입니다. 이 책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예수의 진면목을 깨닫게 해주는 길라잡이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예수와 사도 바울의 언행을 ‘써 있는대로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징과 비유로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책 덕분에 ‘예수가 실존인물이라는 역사적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는 제 역사 상식과 충돌하지 않는 예수를 느끼게 됐습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 제목은 썩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원 제목 그대로 하면 <예수 미스테리아> 혹은 <예수 신비> 정도 되겠는데 책에서 ‘미스테리아’라는게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신화라는 표현은 필요 이상으로 개신교인들을 자극해 보입니다. 책을 읽고나서 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본다면 차라리 <예수라는 상징> <예수는 ‘상징’이다> 정도가 어떨까 싶네요. 물론 썩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