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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9. 07:29

기로에 선 최저임금제

출처: 진보신당


출처: 민주노총 부산본부


오늘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확정을 위한 최종시한을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날이다. 노동계는 13% 인상, 경영계는 1.5% 인하를 수정안으로 내놨다. 거기까지였다. 어제 오후 5시부터 시작한 제8차 회의는 오늘 새벽 1시50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또 결렬됐다고 한다. 오늘 오후 7시에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최저임금 결정이 중요한 이유가 뭘까? 바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삭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최저임금 삭감까지 이어지진 않을지도 모른다. 2009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인 6.1%도 역대 최저였는데 이번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최저임금에 대해 지난 며칠간 자료를 모으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는 서로 다르지만 연관된 두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첫번째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될 가능성이다. 시사IN 93호에 따르면 “재계의 최종 목표는 동결”이라는 주장도 나돈다고 한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될 경우 최저임금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복지제도가 부실한 이 나라에서 최저임금제마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은 빈부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들 것이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학도 앞에서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락(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라는 시를 썼다. 뜻인즉슨 “금항아리 안에 담긴 좋은 술은 천백성의 피요,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고혈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눈물 떨어지고, 가무소리가 들리는 곳, 원성도 높더라.”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고등학교 국어시간 기억을 떠올려보면 될 일이다.


두번째, 고민은 뜬금없이 "북어와 여자는 사흘에 한번씩 떄려야 한다"는 속담이다. 뜬금없이 성차별 요소와 북어 모독으로 가득찬 속담이 떠오른 것은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프레임'이 바로 "북어와 여자는 때려야 한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뜬금없는 주제는 좀 더 생각을 가다듬은 다음에 이어지는 글에서 풀어보기로 한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다. 최저임금법 제1조를 보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바로 오늘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음 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정부 추천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한다.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최저임금의 직접 수혜자가 200만명이 넘는다.


8차회의에서 노동계가 제시한 13% 인상안은 처음 내놨던 28.7%에 비해 상당히 축소된 제안이다. 28.7%를 인상하면 최저임금은 5150원이 된다. 2009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4000원, 월 환산액 83만 6000원이다. 노동계는 25일 회의에선 20%인상된 4800원(월평균 정액급여 기준 100만 3200원)을 요구했다.


경영계가 애초에 제기한 건 5.8%인하, 다시 말해 현행 시간당 4000원을 시간당 3770원으로 깎자는 것이었다. 25일 회의에서는 -4%(시간당 3840원, 월평균 정액급여 기준 80만 2560원)을 요구했다. 어제 회의에서 경영계는 다시 -1.5%(시간당 394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가 내세우는 근거는 이렇다. 지난해부터 생계비 지출이 치솟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자. 지난해 공동주택난방비 24.6%, 사교육비 15.3%, 빵과 과자류 15%, 낙농품 13.5%, 육류 10.2% 늘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낮추거나 동결하면 오히려 내수를 위축시켜 경기를 더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일이나 미국 등에서도 경제위기 해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사례도 덧붙인다.

시사IN 93호에 따르면 시간당 4000원은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36.4%에 불과하다. 이는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최고치였던 1989년 38.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경영계가 내놓은 논리는 ‘기업 생존’이다. 시사IN에 따르면 재계 위원인 경총 황인철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 지불 능력이 급격히 악화됐다”면서 한국은행 조사를 인용했다. 수출 제조업 부채비율이 2007년 말 94.3%에서 2008년 말 120.5%로 26.2%포인트 상승했다는 것.


최저임금 고용과 관련 있나? 없나?


양측의 논리싸움에서 중요한 갈림길은 최저임금과 고용은 어떤 관계인가 이다.


경영계는 “20여년간 최저임금이 줄곧 인상되면서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영세기업이 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중소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느껴 고용불안이 초래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은 별 상관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내수 확대와 경기 선순환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나는 물론 노동계 주장에 동의한다. 시사IN에 노동계 주장이 현실에 더 부합한다는 연구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옮겨 보기로 한다.

1.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에 관한 공인된 연구자료가 세 종류다. 2008년 한국노동연구원 정진호․이병희 박사는 최저임금 인상이 청소년층과 중고령층 고용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하지만 2007년 같은 연구원 이시균 박사와 2004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전혀 영향이 없거나 일부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 내렸다.

2. 
2008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수준을 지급하는 기업 3000여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94.7%가 최저임금 적용으로 고용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응답했고 3.6%만 고용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4~6% 임금 인상이 이뤄진 기업은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고 10% 이상인 경우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냈다.

3.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식견해는 이렇다. “최저임금 제도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있더라도 미미하며 일반적으로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4.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 가정의 가계 지출을 상당히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 23년간 가계 지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최저임금이 1달러 늘 때마다 해당 가정의 분기별 가계 지출은 800달러 이상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6월24일 최저임금 현실화 및 비정규직 정상화 촉구 ‘시민사회 인사 긴급공동선언’이 있었다. 이 선언에서는 최저임금제의 대안과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언급이 나온다. 간략히 발췌해보자.

 

우리 사회의 경우 노동자의 소득이 거의 전적으로 임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일 뿐더러, 사회보장 제도조차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심각한 경제난국 상황에서 세계각국이 사회통합과 경제회생을 위해 법정 최저임금을 실효성있게 인상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최저임금을 연차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45% 인상하기로 하였고, 유럽연합 의회는 최근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60% 수준으로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우선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것을 각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다. 

통계청 통계에 나타난 전체노동자 평균정액임금을 기준으로 그 액수의 ‘일정한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방식을 법제화한다면, 매년 최저임금을 정할 때마다 소모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일정한 비율’의 수준은 유럽연합 의회의 권고가 좋은 참고기준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험을 참고해보면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 떠오른다. 바트라(2006: 282)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저임금은 지난 47년 동안 17번 올랐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다음해에 고용이 는 경우는 14번이나 된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12개월 이내에 고용이 줄어든 해는 세 번 밖에 없다. 바로 1974년, 1981년, 1990년이다. 이 세 번은 그 해나 다음해에 유가가 급등했던 때이다.


<참고문헌>
경향신문 <"20%인상 "4% 삭감" 최저임금 결정 난항>, 090626.
래비 바트라, 황해선 옮김, 2006,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돈키호테.
시사IN, “수백만 생존 걸린 최저임금제가 빈곤 확대 도구 되나”, 93호, 090627.


Trackback 4 Comment 4
  1. BlogIcon 세미예 2009.06.29 09:20 address edit & del reply

    최저임금제, 진정으로 이땅의 비정규직을 보듬는 노력이, 정신이 우선시되어야하는데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2. BlogIcon OLEG 2009.06.29 09:27 address edit & del reply

    최저임금삭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으로 한달만 살아봐야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겁니다.. 문제는 최저임금도 못받는 노동자들도 굉장히 많다는 사실!

  3. 맹그로브 2009.07.01 22:21 address edit & del reply

    더욱더 큰 문제는 선거때 저런분들이 오히려 한나라당을 더욱더 지원한다는 사실...

    정보의 부재로 인해서... 담 선거는 진짜 계급배반투표들을 해선 안될터인데....

  4. BlogIcon 정의대장 2009.09.28 03:40 address edit & del reply

    돈많은 사람은 세금을 깍아주고 돈조금버는 사람 다수에게 돈을 나누어 더 걷는것 무식한 국민들은 그것도 모르고 무조건 선거때만되면 속고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