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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유인촌 장관 올해 업무추진비는 420억?

by betulo 2009.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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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토토(공식용어 국민체육진흥투표권)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럼 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10%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익사업에 쓰도록 정해져 있다는 걸 아십니까?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상관있습니다. 작년에 논란이 됐던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지원금 출처가 바로 이 공익사업적립금입니다. 그 밖에 문화부 장관이 쓰는 수많은 격려금과 지원금이 공익사업적립금에서 나옵니다. 그 액수가 자그만치 400억원이 넘습니다. 400억원이 넘는 돈을 업무추진비처럼 쓸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유인촌 장관 말고 몇 명이나 된다고 보십니까? 더구나 예산에 포함도 안됩니다.

지난 19일 예산감시운동 전문 시민단체인 ‘함께하는시민행동’은 문화체육관광부 공익사업적립금을 예산낭비를 상징하는 제35회 ‘밑빠진 독’에 선정했습니다.

정확히 말해, 공익사업적립금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10%와 경륜·경정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 중 2.5%를 문화부 장관이 지정하는 체육·예술 등에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예산에 포함되지 않고, 수백억원을 장관 결재만으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재정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국회와 감사원 등에서 꾸준히 받아왔지만 제대로 시정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선정 이유입니다.

공익사업적립금 중에서도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체육진흥투표권 공익사업적립금에 논의를 집중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경정에선 적립금이 나오지 않습니다. 해마다 적자라서 수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익사업적립금 운용 현황>

                                                      (금액단위: 백만 원)

구   분

2005년 이전

2006년

2007년

2008년

합  계

체육진흥

투표권

적립액

16,218

23,196

35,218

41,652

116,284

집행액

-

8,122

10,549

40,948

59,619

경륜․경정

적립액

20,867

237

1,458

1,250

23,812

집행액

20,870

1,417

243

151

22,681

   주) 체육진흥투표권의 경우 2001년부터 적립을 시작하여 2006년부터 집행하였고 경륜․경정의 경우 1996년부터 적립을 시작하여 2000년부터 집행하였으며, 그해 적립액은 다음 해 3월에 배분됨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재구성


공익사업적립금은 그 동안 장관의 업무추진비처럼 격려금으로 사용되거나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사용되는데도 정부 예산에도 포함이 안되는 사실상 ‘장관전용 딴주머니’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논란이 됐던 ‘연예인응원단’에 지원한 2억원의 출처도 바로 이 공익사업적립금이었지요.

감사원도 인정한 난맥상

사실 공익사업적립금 얘기가 나온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 일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5월7일 문화부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발표하고는 “적립금 사용계획과 실적을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 재정통제 근거를 마련하고 적립금 용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문화부장관에 통보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화부는 적립금이 예산외로 운용하는 점을 이용해 2006~2008년 국회에서 확정해 예산·기금으로 편성된 사업에 적립금 147억원을 추가로 지원했습니다. 국회가 사업필요성이 적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한 ‘바둑대회 지원사업’에 2007년 10월 적립금 2억원을 지원하기도 했고요.

문화부는 적립금 기준도 그때그때 바꿔가며 적립금을 사용했습니다. 2006년 11월 게임물등급위원회 설립과 관련한 예산 조항을 신설해 사업비 30억원을 지원했고 그 다음해에는 게임위 관련조항을 삭제한 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예산조항을 신설해 대한체육회 등 7개 기관에 사업비 45억을 지원했습니다. 2008년에는 ‘특별히 지원이 필요한 경우’라는 조항을 만들어 적립금 용도제한을 사실상 없애 버렸습니다.

이후 문화부는 국가대표선수와 지도자에게 유인촌 장관이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적립금을 업무추진비처럼 쓰거나, 베이징올림픽 연예인응원단을 지원하는 등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방만하게 집행한 적립금이 116억원이나 됐다는 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감사원은 “적립금을 예산·기금과 별도로 운용하기 때문에 국회 예산안심의에서 삭감된 사업에 적립금을 지원하거나 예산에 편성된 사업에 추가로 적립금을 지원하는 등 재정운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문화부 적립금 규모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적립금은 2007년까지 모두 559억원이 적립됐으며 2008년 적립금만 약 420억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적립금 집행액은 2006년 81억원, 2007년 105억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309억원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연구팀장은 “문화부는 공익사업적립금 지원근거를 수시로 바꾸는 등 즉흥적인 지원관행이 만연해 있는데다 국회조차 제도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한 뒤 “공익사업적립금을 기금에 편입시켜 재정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시민행동에서는 2007년 11월에도 적립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

수백억을 장관 맘대로?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제가 적립금 관련 글을 쓰려고 수집한 자료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당시 써 놓은 메모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문화부는 적립금이 “국고에서 지원하지 못했던 문화·예술·체육 분야 인력양성 사업들을 매년 초 사업계획을 수립해 지원”하는 용도라고 강변합니다. 하지만 실제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이런 설명이 무색해집니다.

산하단체 등에 격려금을 주는 등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적립금을 사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문화부는 ‘국가대표 격려’과 ‘베이징장애인 올림픽 선수단 격려’ 명목으로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800만원씩 지원했습니다. 올림픽 이후에는 ‘베이징올림픽 선수 격려와 포상금’ 32억원과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선수격려와 포상금’ 22억원을 지원했고요.

치밀한 계획과 검증 없이 집행되는 탓인지 사후검증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연예인응원단’으로 논란이 됐던 연예인 강병규씨가 문화부에 제출한 ‘실적보고서’는 사업추진실적으로 “연예인응원단 구성, 한국관람객과 응원활동전개”를 꼽았고 사업성과로는 “장관, 한국 관람객과의 공동응원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열기 고취 및 한국 선수단의 사기 진작,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현지 분위기를 국내에 생생히 전달”이라고만 적었을 뿐입니다.

문화부의 ‘적립금 지원기준’에 따르면 국고나 공공기금예산에 편성된 사업은 적립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합니다. 하지만 문화부는 지난해 적립금으로 ‘글로벌 태권도인재육성사업’에 약 2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는 예산에 편성돼 국회 심의를 받는 다른 태권도 세계화사업예산 8억원보다 두 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적립금 운용수익률이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낮다는 것도 방만한 운영실태를 대변합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적립금의 연도별 이자액 발생율은 2006년도 0.9%, 2007년도 0.7%에 그쳤네요. 이는 문화부가 운용하는 6개 기금의 2007년도 평균수익률 6.4%와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낮은 수치입니다. 기금 평균수익률을 적립금에 적용하면 2007년도에만 32억원 가량 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편 2월 당시 문화부 체육정책과 우상일 과장은 “예산총계주의에 배치되는 건 사실이지만 예산총계주의가 헌법상 규정도 아니고 국회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며 문제될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지난해 적립금 지출이 급증한 것에 대해서도 “적립금 한도 내에서 장관이 재량껏 쓸 수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규모가 늘어난 만큼 지출이 늘은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즉흥적·중복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장관 판단 아래 정책적으로 필요한 곳에 지원한다. 중복이 아니라 추가지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책적 필요에 따라, 전년도 예산수요를 미리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 쓰도록 하기 위해 적립금이 존재하는건데 그걸 백안시하는 건 행정현실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전 문화부 체육정책국장인 현 최종학 감사관은 지난 5월 “억대가 넘는 공익사업적립금을 장관이 업무추진비처럼 쓰고 있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이 업무추진비 몇백만원 잘못 썼다는 걸 문제삼는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적립금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일부 업무추진비로 쓴 건 맞지만 업무추진비로 쓰지 말라는 규정도 없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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