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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복지 전달체계만 개선해도 연간 600억 절약"

by 자작나무숲 2009. 6. 10.
복지급여 횡령 사례가 또 나왔습니다. 감사원은 10일 언론브리핑을 개최하고 “사회적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복지급여를 중간에서 횡령해 온 14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18명과 수급자 입소시설 관리인 1명을 ‘복지급여 집행실태’ 특별감사 과정에서 추가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횡령한 금액은 8억 5000만원에 달합니다.

감사원은 “횡령 관련자와 감독자에 대해서는 수사의뢰와 엄중문책하는 한편 고의적인 부정수급자에 대해서는 환수와 고발 등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발표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 3월 30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6명이 11억 6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한 적이 있지요. 이로써 230개 모든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 모두 19개 기초단체에서 총 20억원에 이르는 사회복지급여 횡령을 적발한 셈입니다.

다양한 횡령 수법

오늘 중간발표를 놓고 보면 세가지 횡령 유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담당공무원이 본인 가족이나 가짜 수급자를 내세워 횡령하는 사례입니다. 9건(횡령액 2.6조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구 동구의 한 동사무소 직원(사회복지7급)은 2003년부터 누나 가족 등을 자기가 관할하는 동네로 위장전입시키고 수급자로 허위등록한 후 생계급여 1.2억원을 횡령했습니다. 또 자신이 생계급여 수급자격이 된다는 걸 모르는 저소득자를 허위 등록한 후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4000만원을 횡령해왔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계좌오류로 입금되지 않은 금액이나 저소득층을 위해 기탁된 민간단체 후원금을 배우자 계좌 등에 이체하여 횡령하는 경우로 6건(1.2억원)입니다. 가령 서울시 마포구 동사무소 직원(사회복지8급)은 민간단체 후원금을 저소득층에 지급하면서 870만원을 자기 계좌에 입금시켰고, 생계주거급여를 소급 지급하는 것으로 지출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210만원을 횡령했습니다.

수급자에게 가야 할 복지급여를 횡령하는 것도 중요한 유형인데요. 3건(0.2억원)이었습니다. 이밖에, 수급자 다수 입소시설(민간 정신병원) 행정실장이 수급자 23명에게 가야 할 생계급여 4.5억원을 빼돌린 사례도 1건 있었다.

전달체계 개선 시급 

감사 결과는 허술한 사회복지 전달체계만 개선해도 600억원이 넘는 돈을 복지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감사원이 밝힌 허술한 전달체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수급자의 신분 변동이나 소득·재산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부당지급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감사원은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7600여명에게 생계·주거급여 4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가령 A씨2000년부터 장애를 이유로 근로무능력자로 생계급여를 받아왔지만 감사 결과 지난해 10월까지 회사에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수급자가 죽었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은 1000여명이 모두 10억원 가량을 부정수급하기도 했습니다. B씨는 아버지가 1999년 사망했는데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아버지 주민등록증에 본인 사진을 붙여 허위로 주민증을 발급받은 뒤 지난달까지 10년 가까이 생계·주거급여 2000만원, 기초노령연금 100만원 등 3100만원을 수령했습니다.

사망자나 국적상실자 등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이 될 수 없는 8400여명에게 18억원에 이르는 기초노령연금을 부당 지급해온 경우도 있습니다.

두번째 유형은 기관들끼리 정보공유와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중수령을 방지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감사원은 “중복지원이 금지된 노인돌봄사업 등 유사한 노인복지사업 5개의 대상자 선정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중복수혜자가 1만명이나 발생하면서 연간 최대 200억원에 이르는 중복지출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일부 복지시설 운영자들이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해 수령하는 것을 세번째 유형으로 제시하며 표본조사 결과 적지 않은 예산누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감사원이 민간 보육시설 115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34.7%인 40곳이 보육교사를 허위로 신고해 6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부당수령했다. 또 요양시설 4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서비스 시간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서비스 비용 5억여원을 부당수령했다.

복지예산은 급증, 담당인력은 되레 줄어

전달체계가 왜 이렇게 엉망일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복지예산은 늘어나면서 업무는 급증하는 반면 일을 해야 할 공무원은 오히려 줄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감사원이 펴낸 계간지 <감사>(2009년 봄호)에 따르면 복지예산은 복지부 소관만 해도 2005년 8.6조원에서 2009년 18.2조원으로 4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를 담당할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2005년 9094명에서 2008년 12월 9945명으로 10% 가량 느는데 그쳤습니다. 더구나 2008년에는 정원은 2007년보다 191명 늘었지만 현원은 오히려 168명 감소했습니다. 일반행정직까지 포함하더라도 2006년 2만 1502명이었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은 지난해에는 2만 583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었고요.

물론 제도적인 측면도 중요합니다. 최영진 사회문화감사국 제1과장이 <감사>(2009년 봄호, 23쪽)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근래 새로운 복지제도들이 여기저기서 시행되면서 사업 종류가 많아지는데다 산정기준들이 제각각이고 복작하여 웬만한 사회복지공무원도 정확하게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복지예산은 최근 급증했습니다. 비록 공공부조 위주로 늘어서 일반인들이 보편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늘어난 것 자체는 맞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참여정부는 노인, 장애인 등 사회서비스 관련 복지업무를 지방에 '떠넘겨' 버렸습니다. 지금은 분명 과도기입니다. 진통을 통해 전달체계를 정비해 나가고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부 공무원들의 횡령사건이 복지 무용론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오늘 발표한 감사원 보도자료를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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