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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3 19:26

재정운용, 낙숫물인가 분수대인가

오바마 예산안을 생각한다(中)


오바마 예산안은 현실적인 절박함이 묻어나는 예산안이기도 하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감당하기 버거운 지경까지 치솟았다. 재정적자를 방치할 경우 미국은 지난해 9월 경제위기보다 더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가 1월8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09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1.2조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8.3%에 이르는 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적자이다. 우리나라 2007년 경상 GDP 901조원보다도 큰 규모이다. 더구나 미국의 국가채무는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해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40.8%에서 올해 50.5%로 9.7%P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미국 의회예산처의 예측이다(김종면, 2009: 42).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은행이 지적한대로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전비 지출과 감세 조치 등으로 2002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반전됐다.”는게 사건의 진상이다.


미국의 예산감시운동단체인 CBPP가 2006년 펴낸 “Recent Myth about Budgets and Taxes” 보고서는 “재정적자의 이면에는 조세감면과 국방비 지출증대, 국토안보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활동비, 경기침체 등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감세가 거의 절반인 48%, 국방과 국토보안, 국제관계 관련 지출비로 인한 적자가 37%의 재정적자를 설명해준다(윤영진 외, 2007: 429).


낙수와 분수


빚더미에 시달리는 국가가 있다. 저소득층은 병원비가 없어서 잘린 손가락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부도 직전이라는 대기업 회장은 전용기를 타고 의회에 나타나 구제금융 안주면 회사 망한다며 협박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소리를 한다.


위기를 해결하려면 결국 돈이 있어야 한다. 그 돈을 누구한테 거둘 것인가. 그리고 그 돈을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어디에 얼마나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배분할 것인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예산은 정책의 최전선이자 정치의 최전방이다.


내가 보기에 전혀 다른 세계관 두 개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흔히 쓰는 비유에 빗대 보면 하나는 낙수(落水)이고 다른 하나는 분수(噴水)이다.




이른바 ‘낙수 이론’을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꽤 잘 먹히기도 한다. 부자 세금을 줄여줘라. 그럼 그들이 지갑을 열 것이다. 그들이 물건을 사면 상인들은 돈을 번다. 대기업 세금을 깎아줘라. 그럼 그들이 지갑을 열 것이다. 그들이 고용을 하면 청년실업자가 줄 것이다. 그들이 투자를 하면 중소기업이 단비를 맞을 것이다.


일전에 정치성향 자가진단을 하면서 “복지 등 정부지원을 늘리면 사람들이 나태해져서 실업자가 더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이등병은 잘해주면 기어오른다.’ ‘마누라와 북어는 시간 날 때마다 패줘야 한다.’ ‘후배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어. 옛날처럼 고생을 안시켜서 그런거야.’ 이 모든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권력을 놓치기 싫어서 하는 말이다. 그들이 바로 조그만 비판을 귀에 담을 자신도 없는 ‘나태한’ 이들이다.”


낙수이론은 자비와 적선의 이데올로기다. 적어도 내 눈에는 전근대적인 이데올로기로 보인다. 이 이데올로기는 보편적 복지를 비판한다. 복지는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가 아니라 일부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적선일 뿐이기 때문이다. 혹은 ‘게으름을 버리고’ 열심히 일하도록 하기 위해 굶어죽지 않을만큼만 주는 게 이들이 생각하는 복지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윌리엄 게일과 피터 오르짜그는 조세삭감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경제성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조세삭감으로 대규모 적자가 계속되면 정부는 민간금융시장에서 계속 자본을 차입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자본은 민간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돈이다. 결국 민간투자로 가야 할 자본이 정부적자를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낮은 정부부채 상환에 동원되면서 경제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윤영진 외, 2007: 429).


이제는 ‘낙수’가 아니라 ‘분수’를 생각해보자. 개인적으로 1960년 당시 “못 살겠다 갈아보자” 이후 최고의 선거구호라고 생각하는 게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지만 그 구호는 정확하게 하려면 이렇게 바꿔야 한다. “모두에게 세금을,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그리고 모두에게 복지를”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홍헌호는 “정부가 1인당 2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양질의 직업 훈련을 받게 하고,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하게 한다면 실질적인 고용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게 바로 ‘낙수’가 아니라 ‘분수’를 생각하는 태도다.


일전에 한겨레는 “정부 예산으로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다. “당장 내년부터 5명 미만 사업장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300명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20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4년 동안 18조 2000억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민주노총을 추산했다.”


버는 만큼 세금을 더 내라. 어려운 이웃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돈도 십시일반 보태주자. 그들이 자기 힘으로 지갑을 채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그럼 그들이 지갑을 열 것이다. 그들이 물건을 사면 상인들은 돈을 번다. 급여 줄이는게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려라. 청년실업자가 줄 것이다. 그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안정감’과 ‘소속감’을 줘라. 그럼 기업 매출이 늘 것이다. 사람값을 귀하게 여겨라. 그럼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중소기업 그만 뜯어먹어라. 그럼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래비 바트라, 황해선 옮김, 2006,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돈키호테.

김종면, “주요국의 재정정책 동향”, 『재정포럼』2009년 1월호, 41~52쪽.

한국은행 “선진국 재정적자 확대의 문제점과 향후 전망” 『해외경제정보 제2009-14호』, 2009.2.18.

윤영진 외,  2007, <복지재정과 시민참여>,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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