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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예산안편성을 국민대토론장으로

by 자작나무숲 2009. 3. 4.

'오바마 예산안'을 생각한다(下)


오바마 예산안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부자 증세’만 있는 건 아니다. 예산안 확정을 위한 길고도 활발한 토론과 논의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오바마 예산안은 2010회계연도 예산안이다. 미국의 예산주기는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다. 오바마는 그걸 2월 26일 발표했다. 예산안 통과 7개월 전에 발표한 셈이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10월1일부터 다음해 9월30일까지다. 먼저 대통령 예산서를 2월에 의회에 제출한다. 여기에는 경제전망, 지출규모, 세입, 차입, 부채, 부처별 세부지출내역, 정책과 입법 권고사항 등이 담겨 있다.




의회예산처(CBO)는 대통령 예산서 분석과 경제와 예산에 관한 전망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대통령예산서 제출 후 6주 이내에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소관예산에 대한 검토․추계보고서(Views and Estimates Report)를 예산위원회에 제출한다.


예산위원회는 청문회를 열어 재무장관,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 등의 증언을 청취한다. 그런 다음 4월 15일까지 상·하원 예산위원회가 협의위원회를 통해 예산결의안을 작성하고 양원에서 각각 의결한다.


예산위원회는 예산총액을 20개의 기능별 분류에 따라 각 위원회에 배분한다. 상임위원회 예산조정은 예산결의안의 조정지침에 따라 예산을 조정한다. 조정해야할 총 금액 범위 안에서 상임위원회에서 내역을 결정해 예산위원회에 통보하고 하나의 법률안으로 성립시킨다.


5월 15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원 세출위원회는 세출예산법안 심의와 의결에 들어간다. 6월 30일까지 하원 본회의에서 세출예산법안 의결하고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상원 세출예산법안 의결과 양원합동위원회 조정을 마친다. 양원 합동위원회 조정후 본회의에서 각각 의결로 확정하면 예산안이 통과된 거다.


한가지 분명한게 있다. 바로 미국은 예산안 편성이 사실상 1년 내내 이뤄진다는 점이다. 1년 내내 토론하고 평가하고 분석한다.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내년 예산을 지금부터 논의하기 시작하는거다. 오바마가 예산안을 발표했다고 그게 그대로 통과될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민주당이 다수당이니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주도권은 의회가 쥐고 있다.


미국은 240일, 한국은 60일


우리나라 예·결산 심의과정을 보자.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할 수 있는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도록 규정했다. 결국 국회의 예산심사기간은 60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기획재정부가 거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각 부처와 예산안 협의를 하고 국회와 당정협의를 한다. 국민은 어디서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전모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국정감사하느라 힘 다 뺀 국회의원들은 예산안편성을 위한 깊은 논의를 할 수가 없다. 물론 의원들 스스로 별 관심이 없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열심히 해봐야 남는 것도 없다.


이런 와중에 예산심사과정은 투명하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경제적 합리성이나 공공성을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고 교섭단체간 막후협상이나 타협 등으로 예산이 결정되는 셈이다.


국회가 독립적·자율적으로 예산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돼 있다.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예산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헌법(제57조)에 못박아놨다. 이 조항으로 인해 국회의 실질적인 예산심사권이 제한받는다. 국회는 오로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얼마를 깎을 것인가만 결정할 뿐이다.


<주요국 의회의 예산심사기간>

구  분

미 국

영 국

프랑스

일 본

한 국

심의기간

240일

120일

70일

60일

60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회예산정책처 사이에 기능배분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예산안 심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각 심의주체 간에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중복심의로 인한 비효율이 초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하는데 나중에 예결특위로 넘어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돼 버린다.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전제로 한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도 골치아픈 병폐다. 미국 세출예산승인과정을 예로 들면, 정부부처나 사업에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지출권한부여)을 먼저하고, 수권된 목적에 대해 세출의결(지출승인입법)을 하는 2단계 과정을 설정한다. 원칙적으로 수권되지 않은 지출승인을 하거나 세출법안에 입법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거규정도 없이 일단 예산배정부터


우리나라 국회는 법률의 제·개정을 전제로 하여 일부 사업에 대한 예산안의 편성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예산편성은 자칫 근거법률도 없이 예산을 편성하거나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법률 제정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지난해 국회가 통과시킨 예산안 중에서 국무총리실이 예산을 편성한 사회통합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구성을 준비 중인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딱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사회통합위원회 사업은 관련 규정도 없이 예산부터 책정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됐고 간신히 ‘연말까지 대통령령을 만든다.’는 조건으로 원안에서 10% 감액된 20억 4300만원으로 수정확정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대통령을 제정하지도 않았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신설하려는 국가브랜드위원회도 2009년도 예산안에 신규로 8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예산심의가 진행중이던 11월에도 관련 법규를 부처 협의중이었으며 12월2일에야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규정안’이란 이름으로 대통령령을 입법예고했다. 속도위반인데도 불구하고 국가브랜드위원회 예산안은 삭감 없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결산심의를 하는 기능도 취약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GAO나 영국의 NAO와 같이 의회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회계검사기구를 확보하지 못하여 실질적인 회계검사권을 행사하지도 못한다.


상시검사체제도 아니고 재정집행이 완료된 다음에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행정부 예산집행의 위법성이나 비효율성 등을 미리 통제·방지하지도 못한다.


국회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바꿔야 한다


대안이 뭘까. 일단 헌법 조항을 바꿔야 하는 문제로는 국회의 예산심사권 제한 규정 삭제와 예산안 심사기간 확대가 필요하다. 국회가 제한 없이 자율적·독립적으로 예산안을 심사하는 게 재정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충분한 심사기간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독점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 작성과정과 예산총액배분계획의 작성․심의과정도 국회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 작성을 국회가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예산안 작성 과정에서 정부가 국회와 협의를 제도화하고 국정감사․대정부질문은 임시국회에서 하고 정기국회는 오직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만 다루도록 의사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산안 심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바꾸고 예산의 총 규모 등 총론을 논의해 예산심사지침을 마련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각 상임위원회는 예산심사지침에 따라 정부부처가 지출할 예산의 구체적 내용과 액수를 결정하도록 하면 역할분담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의 총량규모와 분야별 예산배분에 대한 심사에 집중함으로써 국회가 중장기 계획에 따라 국가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게 가능하다.


예산심사과정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투명하게 해야 뒷거래를 막을 수 있다. 예결특위 회의에 방청을 허용하고 방송으로 중계도 해줘야 한다. 예산심사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의회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참고문헌>


래비 바트라, 황해선 옮김, 2006,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돈키호테.

김종면, “주요국의 재정정책 동향”, 『재정포럼』2009년 1월호, 41~52쪽.

한국은행 “선진국 재정적자 확대의 문제점과 향후 전망” 『해외경제정보 제2009-14호』, 2009.2.18.

윤영진 외,  2007, 『복지재정과 시민참여』,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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