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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이명박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

by betulo 2008.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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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우연히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 <몬스터(Monster)>라는 만화를 봤다. 만화방이었던 것 같다. <몬스터> 1권을 한두시간이나 걸려 봤다. <몬스터>가 그렇게 대하소설같은 ‘망가’였다는 걸 알았다면 선뜻 첫권에 손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무심결에 본 1권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높으신 양반과 조그만 소년 둘 중 한 명의 뇌수술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하다 원칙을 지키는 의사. 하지만 그 소년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악마(Monster)가 돼서 자신 앞에 다시 나타난다. 나중에야 <몬스터>가 20권이 넘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몬스터>에 빠져 들었다.

이쯤에서 눈치빠른 독자라면 짐작챘을 것이다. 내 블로그 초기화면 상단에 이렇게 써 있다.

블로그에 임하는 내 자세. 첫째, “국가 재정을 이해하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슘페터) 둘째, “도망치지 마라.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Monster) betulo는 에스페란토로 자작나무를 가리킵니다.

<몬스터>는 내게 벼락처럼 꽂힌 책이다. 특히 내가 좌우명처럼 생각하는 명언을 내게 남겨줬다. “도망치지 마라.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인공 텐마가 한때 자신의 약혼녀였던 에바 하이네만에게 던지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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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에바, 오른쪽은 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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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집 무남독녀로 세상이 부족한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던 그녀는 파혼과 아버지 죽음 등으로 끝모를 추락을 한다. 알콜 중독에 빠지고 기분 나쁘다고 저택을 태워먹고 호텔을 전전하며 술먹다 짐가방도 잃어버리고… 정말이지 막가는 인생이 돼 간다. 에바는 그 와중에 끊임없이 되뇌인다.

“이게 다 그 노무 색희 때문이야.”

텐마다 뒤집어쓴 누명을 풀어줄 열쇠를 쥐고 있는데도 에바는 그러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텐마를 저주하고 또 저주한다. 하지만 결국 본심을 들킨다. 에바는 텐마를 잊지 못하며 자신에게 되돌아오길 바라고 또 바랐다. 다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예기치 않은 환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알량한 자존심을 깨지 못했다. 그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에바는 스스로 불행해지고 원인은 텐마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러는 동안 불행해지는 건 결국 에바 자신이다. 그런 와중에 둘은 다시 만난다. “길가다 발을 잘못 디뎌도 텐다 탓”이라 외치는 철부지에게 텐마는 힘주어 말한다.

“도망치지 마라.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몬스터>를 보며 밤을 샌 적이 몇번 있었다. 특히 텐마가 에바에게 던지는 말을 곱씹으며 그 말을 되뇌이고 또 되뇌인 적이 있었다. 프라이버시 관계로 길게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당시 나는 굉장히 “꿀꿀한” 상황이었다. 모든 일이 제대로 안 풀리고 가슴 속에 응어리가 쌓여 있었다. 평화롭고 햇빛 비치던, 나를 둘러싼 작은 생태계는 어느 날 갑자기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나는 그 생태계에서 유폐된 듯한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 때 만난 텐마가 내게 외쳤다.

“도망치지 마라.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쯤에서 내가 “여기까지가 서론이었습니다.”라고 하면 기분 안좋아하실 분들이 많을거 같다. 사실 나는 국민 10명 중 8명한테는 욕먹고 있는 대통령 이명박에게 “도망치지 마라.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경험을 끄집어냈다.

자기가 치적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던 청계천광장과 시청광장이 자신을 비판하고 규탄하는 집회장으로 바뀐게 이명박 입장에선 참 기가 막힐 노릇일 거 같다. 대통령 취임한지 100일도 안된 시점에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억울하기도 할 것 같다.

문제는 이명박이 이전 정부처럼 “한미FTA만이 살 길”이라는 미신(迷信)에 빠져 있는데서 출발한다. 그나마 이전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시늉은 했다. 다만 병주고 약주는 식이었을 뿐이다. 지금 정부는 약 주는 것조차 거부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노무현은 자신이 대단히 복지국가에 관심이 많은 것인양 자신을 속였고 이명박은 그러지 않고 좀 더 솔직할 뿐이다. 이명박은 국민을 종업원 취급하고 노무현은 국민을 고객 취급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종업원은 사장 말을 잘 따르고 시키는대로 하면 그만이다. 고객은 돈많이 내는 고객과 돈 적게 내는 고객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노무현과 이명박은 차이도 존재한다. 능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정치적 감각도 수준차이가 도드라진다.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우고 이명박은 초중고과 싸운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다. 노무현이 행동은 실용적으로 하면서 말만 ‘이념’인 것과 반대로 이명박은 행동은 이념적이고 말은 “실용”이다.

정말이지 가장 안타까운 건 자신이 노무현을 잘 계승했다는 걸 이명박이 아직도 모른다는 점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아니라 아버지가 아버지인줄 모르고 아버지와 싸우는 루크 스카이워크에 가깝다.

이명박은 노무현이 하던 것은 다 틀렸고 노무현과 반대로 하기만 하면 만사 OK라고 떠드는 일부 언론과 일부 인사들한테 속았다. 그런 결과로 실용적인 외교라는 똑같은 목표를 두고도 미국한테도 대놓고 무시당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한미FTA 타결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으면서도 실용을 선택한 노무현과 반대로 이념을 선택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이념적인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이명박한테 얘기하고 싶다. “도망치지 마라.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을 되돌아볼 때다. 이명박은 먼저 자신이 추구하는 총노선이 이전 노무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김대중 정부에서 추구하던 것과도 그렇게 많이 다른 것 같지 않다. 다만 좀 더 노골적이고 무대뽀일 뿐이다. (그리고 이전 정부에 비해 솔직히 능력이 많이 부족해 보이고, 훨씬 둔하고, 그러면서도 똥고집은 훨씬 많이 부린다는 느낌은 든다.)

이명박이나 노무현이나 정부 정책 총노선은 신자유주의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필연적으로 “함께 구경해요. 성공한 美국민의 시대”를 부른다. 노무현 정부 5년을 뒤집어 놓겠다는 “잃어버린 10년” 망령에서 벗어날 때다. 섣불리 이전 정부에서 그나마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을 뒤집어 엎으려고 하면 될 일도 안된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OO야, 낼 광화문 X시 알지? 촛불집회 하고 오랜만에 단합대회 한번 하자고.” 촛불집회가 전국민의 축제가 됐다. 처음에는 온라인을 통해, 이제는 온-오프 통합 형태로 촛불이 횃불이 되고 용암이 되고 있다. 이명박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자율협정이라는 말로 도망가면 안된다. 부시한테 전화해서 새벽잠 깨우지 마라. 부시가 아우님한테 짜증낸다. (둘이 통화했다는 7일 저녁 8시10분은 미국시각으로 7일 새벽 5시10분이다.)

아직도 '슈퍼301조' 같은 거 두려워 하는 바보가 청와대에 암약하는 거 아니라면 재협상 겁낼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미간 WTO 제소된 통상분쟁 건수가 10개가 넘는다. 재협상하면 형님한테 혼난다는 '괴담' 유포한다고 누가 속지도 않는다.

애꿎은 마귀 탓하지 마라. 여호와한테 한번 개겼다는 거 빼고 마귀가 잘못한게 뭐냐. 주사파가 뭔 죄냐. 가출 청소년보다 못한 처지인 한총련 수배자들이 그리 대단해 보이나? 무릎 꿇고 빌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는다고 잘난 척할 때는 언제고 인민들 밥 굶는거 때문에 정신없는 김정일은 왜 갖다 붙이나?

결자해지라고 했다. 이명박이 저질렀으니 이명박이 풀어야 한다.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책임을 져라. "이게 다 그 노무 XX 때문"이라고 자꾸 우길수록 본인만 바보된다. 환갑도 지나 칠순 바라보는 나이에 초등학생들도 안속는 뻔한 거짓말 계속 하며 책임회피하는거 쪽팔리지도 않나. 하나님께서 교회 장로 이러는 거 보면 참 좋아하시것다.

이명박은 새벽에 일어나 주기도문 10번 외우는 마음으로 <몬스터>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나, 이명박이 바로 ‘몬스터’였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도망치지 마라.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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