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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대학의 '대리인'을 공포에 떨게 하자

by 자작나무숲 200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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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교육부’라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대교협의 새 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왼쪽)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다. 위는 지난 1월4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대교협 초청 오찬.(사진출처=시사IN 홈페이지)

흔히 기업경영에서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을 주주자본주의라고들 한다. 요즘은 웬만한 기업이나 학자, 심지어 정부에서도 주주자본주의를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경영”이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짓이 돼 버리는 세상이다. 이 분들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돈을 투자한 ‘주주’는 절대선이고 경영자는 주주들의 뜻을 받들어 배당을 많이 하는게 경제성장의 초석인듯 하다.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기준으로 사립대학을 보자. 반동도 이런 반동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 이주호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립대학(193개교)의 총 재정규모 10조 5000억원 가운데 등록금수입이 7.8조, 전입금․기부수입금 1.9조원, 교육부대수입 3176억원, 교육외수입 4328억원이다.

전체 수입 가운데 등록금 비율이 74%나 된다. (지출내역은 교직원 보수 4.5조원, 관리운영비 1.2조원, 연구학생경비 2.2조원, 기본금대체액 3.9조원)

여기서 알 수 있는 한가지. 우리나라 사립대는 학생들이 먹여살린다. 주주자본주의 논리대로라면 학생들은 대학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최대주주인 셈이다. 2007년 기준으로만 사립 4년제 대학의 연간 등록금 평균액이 689만 3000원이었다. 사립대 학생들은 1년에 1300만원이 넘는 돈을 대학에 ‘투자’하는 거다.

대학의 주인 행세를 하는 사립재단은 전임금과 기부 수입금으로 고작 1.9조원만 냈을 뿐이다. 결국 사립대학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지배권을 행사하는’ 곳이다.

사립재단은 자기들이 ‘머슴’이나 ‘대리인’이라고 우길지도 모를 일이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머슴’과 ‘대리인’들이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예산 부풀리기를 통해 학교들이 애초 계획보다 과다하게 등록금을 적립하여 2006년도 한 해 동안 총 6,284억, 학교별로 평균 108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적립한 것으로 드러났음. 또한, 수도권 대학들 적립금의 평균 84%는 건축기금과 용도가 불명확한 기타기금으로 적립되었는데, 적립금의 50% 이상을 기타기금으로 적립한 대학이 20군데, 적립금의 50% 이상을 건축 용도로 적립한 대학이 17군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음. 즉,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하는 적립금의 대부분이 연구나 장학금 용도가 아닌, 부동산 매입이나 학교건물 신축 및 용도를 알 수 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음.

실제로 2006년도에 학교들이 건물 매입이나 건설 등 자산을 늘이기 위해 지출한 비용과 재단에서 지원한 자산전입금의 차액을 계산하면 총 5,242억원이며, 이는 수도권에 있는 4년제 대학들이 등록금 수입으로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지출에 한 해 동안 사용한 비용임. 그리고 재단에서 학교에 자산전입금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은 대학도 35개 대학에 달함.“

거기다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살펴보면, 7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참여가 지엽적이거나 아예 배제되고 있으며, 논의기구를 구성하더라고 공식적인 기구의 성격을 갖지 못하였음.”이란 대목에선 어이가 없어진다. 어떻게 주주들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일개’ 대리인이 주인의 피같은 돈을 강제로 투자하도록 할 수 있단 말인가.

사정이 이런데도 <시사IN>을 보니 대학 ‘대리인’들의 사랑방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새 회장이 된 서강대 총장 손병두는 “대학 자율화를 한다면서 왜 사학만 통제하나.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다. 대통령 aMBitious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떠오르는 교육계 실세’라는 이 ‘대리인’은 ‘자율경영’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수라며 모든 규제를 풀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역시 맞는 말씀이시다.

손병두라는 ‘대리인’은 주주가치경영을 경험으로 체득한 사람일 것 같다. 주주자본주의를 정력적으로 설교하는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상임고문을 지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 손병두가 보여주는 경영법은 주주자본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등록금협의회를 없애고 일방적인 설명회로 대체해 버렸다.

대주주 일부를 이사회에 참여시켜도 모자랄 판에 대주주 투자유치를 강제로 하겠다는 거다. 이거 큰일날 노릇이다. 지난해 2월에는 ‘대주주’ 가운데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파주글로벌캠퍼스를 건립한다며 파주시와 양해각서와 체결했다. 이거 주주총회에서 쫓겨나려고 작정을 했나보다.

거기다 손병두는 2006년도 학교발전기금을 219억원이나 모았다고 자랑을 했다는데 <시사IN>이 교육부에 확인해보니 34억원이란다.(지난해 10월 교육부가 조사발표한 ‘2006년 사립대학 기부금 모금 현황’ 자료에 나온 자료) 


이거 심각하다. 경영실적을 왜곡해 주주들을 속이는 행위다. 미국의 엔론이라는 기업이 이런 식으로 하다가 회사 말아먹고 감옥에서 잘 먹고 잘 산다는데 아실만한 분이 왜 그럴까.

<시사IN>은 서강대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손병두 총장은 대학 자율화를 말하면서 사학법을 폐지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 자율성이 교수․학생 등 학교 구성원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썼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주주자본주의 가치에 입각해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그 다음은 정부다.

경영진이 너무 ‘주주’들에게 휘둘리면 경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고로 최고경영자는 어느 정도 자율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을때만 성립한다. 1대주주인 학생, 2대주주인 정부에게 자율성만 달라고 떼를 쓰면서 정작 주인을 제대로 모시지 않는다는 건 경영자로서 심각한 결함이다.

<시사IN> 32호에 난 ‘사학법 폐지 전도사 손병두 총장 황제를 꿈꾸나’라는 기사를 많이 참고했기 때문에 손병두 얘기를 주로 언급했다. 하지만 비단 서강대만 그런 건 아닐거다. ‘주주자본주의’ 이거 좋은거다. 이렇게 좋은걸 진작 알았더라면 대학 다닐때 주인노릇 좀 제대로 했을텐데 말이다.

자기가 주인인지도 모른채 경영진의 농단에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대학교의 ‘주주’들이여. 당신들은 대학의 대주주다. 주주총회를 요구하고 주주권을 행사해 버르장머리 없는 ‘대리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자.

참고문헌
시사IN: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9
등록금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http://edufree.tistory.com/
국회의원 이주호 발표자료: http://www.happyschoo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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