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기술유출사건, 법규 엄격히 적용해 억울한 피해자 막아야”

by 자작나무숲 2008. 5. 1.
728x9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신이 A회사 연구원으로 일한다면 수시로 영업비밀을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부정한 목적이 아니지요. 당신이 A회사를 그만두고 B벤처기업을 창업한다면 두뇌를 포맷하지 않는 한 A회사에서 알게 된 기술관련 노하우 등을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만약 A회사에서 당신을 영업비밀 유출 등 혐의로 고소한다면 당신은 기소될 수 있고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대단히 불합리하고 무리한 법적용이죠.”

해외기술 유출혐의로 기소된 전남대 교수 이형종 사건의 변론을 맡아 지난 2일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 최성식(39)은 “부정경쟁방지법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필요하지만 18조2항 벌칙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칫 과학기술계의 국가보안법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법 18조2항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최성식은 “취득·사용이라는 가운뎃점을 사용한 것은 부정한 목적으로 취득하고 동시에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해야만 죄가 성립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실제 수사당국에서는 ‘취득만으로도 죄가 되고 사용만으로도 죄가 된다.’며 둘 중 하나만 해당돼도 기소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에서 규정한 영업비밀에 대해서도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고,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하는 세가지 성격이 모두 있어야 성립하는데 법대로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비판했다.

두가지 예를 들었다. K중공업에서 공작기계를 만들던 기술자 S씨가 퇴사해서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K중공업은 S씨가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작년에 S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유출했다는 영업비밀은 부품 제작방법과 도면 사본 뿐이었고 이는 이미 모두 공개된 자료들이다. C회사는 연구원 K씨가 경쟁사인 P회사로 이직하자 레시피(조리법)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K씨를 고소했다. K씨는 지난 1월 구속됐다가 2월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두 사건 모두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는 “이런 식이 되면 연구원들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연구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부작용만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으로서는 연구원이 이직 후 부정한 목적으로 회사에서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려 한다면 민사소송법상 전직금지가처분신청을 내면 된다.”면서 “굳이 연구원을 구속시키는 방식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법에서 규정한 영업비밀에 대해서도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고,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하는 세가지 성격이 모두 있어야 성립된다.”면서 “사건을 맡다보면 검찰이 문제삼는 기술이 영업비밀이라는 걸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은 그것조차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기사일자 : 2008-04-30 7 면

관련기사:
기술유출사건 터졌다 하면 수십조원...믿을 만 한가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인가 기술보안법인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