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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1 16:06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인가 기술보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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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기술 유출혐의로 기소됐다 2심에서 무죄판결받은 전남대 교수 이형종 사건을 계기로 산업기술 유출을 규제하는 법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본지 23일자 16면 참조>

불법 기술유출 혐의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애초 법규정과 법적용에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 나아가 산업기술유출에 집중하다가 정작 중요한 기술개발․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불법적인 기술 유출행위를 엄격히 단속하는 것과 별개로 자의적 규제를 불러 일으키는 법 조항에 대한 문제제기다.

●산업기술 정의조차 모호

2006년 제정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기술유출과 관련해 가장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의원 이광재가 대표발의한 이 법률은 “국가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규제하고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의식 확산과 제도적 기반 구축을 통해 국내 핵심기술을 보호하고 국가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산업기술 유출 관련 법규 비교>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적용범위

기업

기업, 연구기관, 전문기관, 대학 등

적용대상

비공지성, 독립적․경제적 가치성, 비밀유지성을 요건으로 한 영업비밀

정부가 고시한 산업기술

처벌대상

무제한

무제한

형사적 처벌

최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이득액의2~10배 벌금 등

최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7억원 이하 벌금 등

처벌대상 행위

형태

영업비밀 불법침해(취득 & 사용 or 누설)

산업기술 불법유출(취득 or 사용 or 공개)

범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

절취, 협박, 기망 기타 부정한 수단

자료제공=최성식(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은 법규정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 이는 결국 자의적인 법적용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경향은 산업기술유출법이 특히 심하다. 심지어 법안심사 당시 법안심사보고서조차 ‘산업기술’이나 ‘국가핵심기술’의 판단기준과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 법 2조에 따르면 ‘산업기술’은 “국내에서 개발된 독창적인 기술로서 선진국 수준과 동등 또는 우수하고 산업화가 가능한 기술, 기존 제품의 원가절감이나 성능 또는 품질을 현저하게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등으로 정부가 지정하거나 고시·공시하는 기술이다. 개인이 개발했든 기업이 개발했든 일정 요건만 갖추면 산업기술로 지정될 수 있고, 지정되는 순간 관리대상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법 14조 1호에는 “절취·기망·협박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대상기관의 산업기술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취득도 죄가 되고, 사용도 죄가 되고, 공개도 죄가 된다는 뜻이다.

한 변호사는 한 것은 취득도 죄가 되고 사용도 죄가 되고 공개도 죄가 된다.”면서 “현행법대로라면 대학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기술유출에 포함될 수 있을 정도로 웬만한 기술은 모두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 14조1호 ‘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 금지’는 ‘절취․기망․협박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대상기관의 산업기술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는 이어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라는 것도 경계가 너무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장영배는 “이 법대로라면 대학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기술유출에 포함될 정도로 웬만한 기술은 모두 처벌대상”이라면서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라는 표현은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34조의 비밀유지 의무 조항도 논란거리다. 장영배는 “교수나 학생조차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는데 도대체 그 비밀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들이 핵심기술을 놓고 경쟁하는데 한 회사 사람이 다른 회사에 간다고 하면 일을 하면서 문서화되지 않은 노하우를 체화한 상태로 가게 된다.”면서 “그걸 이전 회사에서 기술유출이라고 소송을 걸면 연구자 개인은 빠져나갈 방법이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 37조에서 공통적으로 규정한 예비음모 조항도 논란 대상이다.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고영회는 “지극히 강자 위주의 조항”이라며 “기술유출을 하지 않았더라도 행동 이전 단계에서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은 왕조시대의 역모죄에나 해당되는 법적용”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자체가 ‘옥상옥’이라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 최성식은 “부정경쟁방지법 적용대상을 ‘기업, 연구기관, 전문기관, 대학 등’으로 바꾸기만 해도 충분하다.”면서 “위헌소지가 있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폐지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과학기술인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인, 연구활동 지원호소

과학기술인들은 정부가 산업기술 유출 규제만 신경 쓸 뿐 연구활동 보호와 지원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규정에 비해 과학기술인들의 연구활동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규정은 미비하다는 것.

<기업의 효과적인 지식재산 관리를 위한 10대 전략>
1. 자사 제품관련 특허와 브랜드 동향은 항상 파악
2. 상대방의 무분별한 침해소송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
3. 제품 출시보다는 특허 혹은 상표출원이 우선
4. 세계 특허, 세계 상표는 없다
5. 해외 특허출워에도 마감이 있다.
6. 특허권, 상표권 매입도 방법
7. OEM 생산시에는 특허분쟁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8. 핵심인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우선해서 보호하라
9. 협상 단계에서는 기술에 대한 보안과 비밀유지에 철저
10. 영업보다는 특허출원을 우선으로 고려
<출처: 특허청>

<연구원 보상 시스템>(단위: %)

구분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전체

연구개발 성과에 금전보상

46.8

39.7

56.3

47.5

퇴직시 별도 수당지급

6.4

4.2

6.8

5.7

퇴직전 전직준비기간 부여

10.6

6.3

17.6

11.5

퇴직후 일정기간 생활보조비 지급

2.1

-

2.8

1.5

분사 프로그램 운영

11.7

2.6

2.8

4.6

퇴직후 계약직(혹은 촉탁직) 재임용

8.5

3.2

4.0

4.6

출처: 산업기술진흥협회, 2006. (459개 기업연구소 대상 설문)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 이광오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외부 연구자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조차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례도 있다.”면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유출을 막는다는 법이 실제로는 노동통제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과학기술인들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영배는 “내부고발자 시스템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술유출 관련 법제가 비판적인 사람에게 족쇄를 채우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영회도 “가뜩이나 열악한 처우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 족쇄만 채우려 들면 어느 누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겠느냐.”면서 “기술유출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무보상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과학기술인들에게 최소한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미국도 예비음모죄 적용”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산업기술을 비롯한 각종 정의와 법적 범위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모호하다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예비음모죄에 대해서도 “기술유출은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일단 유출되면 회수나 복구가 불가능한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사전예방이 필수”라면서 “미국도 경제스파이법에서 예비음모죄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이전 규제관련 법령 비교>


법률명

개요

미국

경제스파이법

영업비밀을 외국으로 유출시킨 자는 15년 이하 징역 혹은 50만 달러의 벌금

수출관리규칙

규제대상기술 등을 미국국적 보유자한테서 외국국적 보유자에게 개시(開示)할 경우 외국국적 보유자의 모국에 수출한 것으로 간주

특허법

미국 특허상표청 출원 후 6개월 이내 허가 없이 외국출원을 하거나 비밀유지명령을 무시하고 외국출원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혹은 1만 달러 벌금

독일

부정경쟁방지법

영업비밀 외국으로 유출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대외무역관리법

외국무역관리령에서 규제하는 기술과 기술지원을 허가없이 제공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혹은 50만 유로 이하 벌금

일본

부정경쟁방지법

일본에서 관리하는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개시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엔 이하 벌금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

경제장관 허가 없이 비거주자에게 규제대상기술 제공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혹은 제공가액의 5배 이하 벌금

한국

부정경쟁방지법

영업비밀을 외국으로 유출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혹은 부정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벌금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국가안전보장 등에 의한 판단. 국가핵심기술 수출과 통제. 산업기술 유출자 7년 이하 징역 혹은 10억 이하 벌금

출처: 연세대 산업통계연구실

기사일자 : 2008-04-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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