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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기술유출사건 터졌다 하면 피해액 수십조원...진짜로?

by 자작나무숲 2008.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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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
기업들 입장에선 피해액을 부풀리고 볼 일이다. 본때를 보여줘야 하니까 규모가 크면 좋을 일이다. 국정원이나 검찰은 그걸 그대로 받아서 발표한다. 그럼 언론은? 전문가들은 언론에서 조금만이라도 기술유출사건 피해추정액 발표를  의심하고 확인한다면 피해액 부풀리기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주문한다. 맞는 말이다. 취재하면서 새삼스런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보도자료에는 보도자료를 낸 사람들이 하고 싶은 얘기만 들어있다. 그건 독자들이 듣고 싶은 얘기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쓰는 순간 나는 공범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신문에 쓴 기사를 블로그에 올린다. 분량 때문에 초고에서 빠진 부분을 다시 집어넣었다.

“자동차 차체 용접·조립기술과 영업비밀 등 기술 자료가 모두 유출됐다면 3년간 예상 손실액이 세계시장 기준으로 22조 3000억원에 달했을 것…”

“와이브로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면 기지국 등 관련장비 수출기회 상실로 인한 손실액이 15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전망…”

기술유출 사건이 발표될 때마다 나오는 어마어마한 피해 추정액들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3월까지 해외 기술유출 사건 125건의 피해 추정액은 무려 174조원규모다. 하지만 이 수치가 상당 부분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검찰이 공소장에는 피해 기업 주장대로 피해액이 수조원이 넘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피해액을 알 수 없다.’며 공소장을 변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고영회는 “기업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피해를 과장하고 검찰이나 국정원은 그 수치를 그대로 받아쓴다.”면서 “최소 10배 정도는 부풀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지난해 자동차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 기업의 2006년도 영업이익이 7조원 가량이었다.”면서 “자동차에서 차체용접과 조립기술은 핵심 기술의 극히 일부인데 피해액이 영업이익의 3배가 넘는 22조 3000억원이라는 건 누가 봐도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 논란이 발생할까.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산업통계연구실에 따르면 피해액은 ‘수입접근법’을 토대로 산출한다. 즉 해당 기술이 유출되지 않고 상품개발로 이어져 출시됐을 때와 기술유출로 생길 수 있는 매출감소 예상액에다 시장점유율, 기술수명 사이클(통상 2∼5년 적용) 등을 참고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보자. 2005년 7월 발생한 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의 ‘피해예상액 12조 7655억원’은 연구개발비용(9595억원), 경쟁사 출시에 따른 매출차질(5년간 7조 1960억원), 가격하락에 따른 매출 차질(5년간 4조 6100억원)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은 해당 기술의 수요확산이 시장 특성, 제품이나 기술의 성능, 가격, 광고, 소비자 특성 등에 영향받는다는 점을 간과한다. 산업통계연구실도 “IT기술의 경우 시장에 확산되면 곧바로 기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기술이 출현해 해당 기술을 대체하는 현상이 자주 생긴다.”면서 “대체기술의 출현을 고려해 해당 기술의 가치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최성우는 와이브로 기술유출사건에 대해 “신기술이 미래에 창출할 경제적 가치는 여러 단계의 가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15조원이라는 피해추정액은 모든 단계의 가정을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해야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우는 이어 “90년대초 한국의 ISDN(통합 서비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 세계를 석권할거라고 했지만 10년도 안돼 ADSL(비동기 디지털 가입자 회선)에 완전히 밀렸다.”면서 “와이브로가 세계표준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천특허가 있다고 해도 상용화까지는 생산성, 인체피해여부, 비용 등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면서 “미국조차도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는 비율은 채 10%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 일선 연구원은 그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달걀에서 나온 닭이 미래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줬을 것’이라는 논리를 대며 달걀 하나를 깨뜨린 사람에게 양계장을 살 수 있는 액수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달걀 주인”을 인용하며 “그렇게 중요한 기술이라면 피해추정액의 0.1%만이라도 연구원 처우개선에 쓰면 기술유출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술을 개발해도 연구자들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하면서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기술유출 피해를 주장할 때는 하찮은 기술에 대해서도 엄청난 피해예상액을 말하는 것은 표리부동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피해액은 ‘수입접근법’을 이용해 해당 기업이나 관련 협회에서 추정한 액수를 그대로 발표한다.”면서 “피해액을 계산할 제3의 기관이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기사일자 : 2008-04-30 7 면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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