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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내가 만난 티베트

by betulo 2008.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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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티베트 소식을 보고 있노라면 80년 5월 당시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광주가 딱 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고, 간간히 비치는 영상은 끔찍한 양민학살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영상 자체만 갖고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나 그렇듯이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띠엄띠엄 나오는 영상을 통해 추론이 가능하다. 아, 한국의 정규군이 광주를 포위한 다음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있구나. 티베트가 또다시 60년 가까이 자신들을 점령하고 있는 식민지배자에 저항하고 있고 식민지배자들은 무자비하게 진압을 하고 있구나.

중국 주석 후진타오는 89년 봉기가 일어났을때 티베트자치구 당서기였다. 그는 직접 철모를 쓰고 곤봉을 들고 진압작전을 최전선에서 지휘했다고 한다. 그게 덩샤오핑의 눈에 들었고 후진타오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한 중국특파원은 중국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한 열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로 “강경한 소수민족 정책”을 꼬집었을 정도다. 

내가 티베트 사람을 직접 만나본 건 딱 두 번이다. 2004년 1월16일부터 21일까지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한 티베트인들을 만나봤고, 그해 4월에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이던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한 명을 인터뷰했다. 내 눈에 비친 티베트, 솔직히 일제식민지시대 조선 사람을 만난 유럽 사람이나 미국 사람의 눈에 비친 모습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정할건 인정하자. 나름대로 이해하려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응어리까지 온전히 이해하는 건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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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는 티베트인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를 비롯한 인도 곳곳의 공동체에서 버스와 기차로 뭄바이를 찾았다. 이들은 티베트 국기와 “티벳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라”는 플랑카드를 앞세우고 행사장을 행진했다. 많은 이들이 박수와 환호로 티베트인들을 격려했다.

다람살라에서 뭄바이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500km 거리이다. (서울에서 부산이 400km 약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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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에서 다람살라를 찾아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다람살라는 인도 히마찰프라데시 주에 있는 마을로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서 있다. 히말라야 산맥 캉그라 계곡에 있으며, 1852년부터 캉그라 구역의 수도이다. … 이 마을은 윗동네(McLeod Ganj)와 아랫동네로 나뉘며, 아랫 동네가 상업의 중심지이다. 윗동네는 아랫동네보다 460미터 정도 높으며, 길로 약 9킬로미터 떨어져있다. 달라이라마의 거처지는 윗동네에 있다.”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해온 달라이라마를 만난 네루 인도 수상은 인도 지도를 펴놓고 아무 곳이나 머물고 싶은 곳을 말하라고 했다고 한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에서 가깝고 기후가 비슷한 다람살라를 골랐다고 한다.

티베트인들은 세계사회포럼이 열리는 동안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유인물을 나눠줬다. 이들이 내 가슴에 파도를 일으킨 것은 19일 저녁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련 내 눈에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보니 촛불을 든 티베트 승려 수십명이 염불을 외우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특히 나를 사로잡은 것은 한 소년의 눈빛이었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기도를 하는 모습에 나는 수십분 동안 자리를 뗄 수가 없었다. ‘배고프면 파업’이라는 내 ‘노동 원칙’도 그때만큼은 무용지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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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만난 티베트사람은 사실 국적은 네팔이다. 그의 부모는 중국지배를 피해 네팔로 망명한 수많은 티베트인들 중 일부였다. 그의 이름은 텐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그는 당시 이주노동자 탄압에 반대하는 명동성당 농성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나중에 네팔에 돌아가면 노동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달라이라마의 속명(俗名)이 바로 텐진가쵸다. 그의 부모는 네팔에서 다람살라까지 직접 아기를 안고 달라이라마를 찾아가서 이름을 지어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속명 일부인 텐진을 그 아기 이름으로 지어줬다.

자신의 정체성은 티베트, 국적은 네팔, 사는 곳은 한국. 한국은 세계에서 유대인과 이탈리아 다음으로 재외동포가 많은 나라라고 한다. 적게는 500만 많게는 700만으로 추정한다. 특히 미,중,일,러 세계 4대강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재외동포를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아픈 근현대사의 부산물이다. 티베트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진출처=다람살라와 뭄바이 지도는 위키백과에서 퍼옴. 나머지 사진은 인도 뭄바이에서 직접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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