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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낮춘다고 기름값 줄어들까?

예산생각

by betulo 2008. 1. 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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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나는 반대한다 (2)

●유류세 낮춘다고 기름값 줄어들까?

1월4일자 한겨레를 보면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지난해 정부는 서민들의 겨울 난방용 에너지 세금 인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가격은 더 올랐다는 것이다. “정부가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프로판, 도시가스 등에 1일부터 3월30일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해 특별소비세를 30% 내렸지만 실제 이들의 판매가격은 거꾸로 올라 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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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유류세를 10% 인하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유류세 인하를 계속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류세를 인하해도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예컨데 1999년 5월에 세금을 ℓ당 51원 내렸지만 휘발유 가격은 최대 9원 인하되는데 그쳤고, 2000년 3월에도 ℓ당 39원 인하했지만 휘발유 가격은 최대 26원 내렸다는 것이다. 세금 인하분을 정유사가 유통마진폭을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흡수’하는 현상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재경부에 참 비판적이지만 이 말은 나름대로 정확한 지적이라고 본다.

또다른 문제가 있다. 대선시민연대가 주장하듯이 석유제품을 소비하게 되면 반드시 환경오염과 교통혼잡 등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 38만 5000톤 중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것이 85%인데, 이런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조원에서 40조원에 이르고, 수도권의 교통혼잡비용이 매년 12조원에 이른다.

이런 비용들은 국가가 해결해주지 않으면 결국 시민들이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데, 유류세를 낮추면 결국 이러한 사회적 비용들이 일반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세금 줄이고 세금 늘리기

1997년 외환금융위기 직후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폐지했다. 당시 과세 대상자는 3만명에 불과했지만 여론조사에서 폐지에 찬성한 의견이 60% 가량이었다. 감세혜택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조차 감세하면 괜히 기분이 좋은 심리상태에 빠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이게 바로 한국에서 ‘세금’에 대한 일반적인 정서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세수가 줄어들면 결국 다른 곳에서 세수를 늘려야 한다. 더구나 이번처럼 종부세 과세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교육․의료비 소득공제도 확대하고 1가구1주택자 장기보유자 양도세도 감면하는 등 대규모 감세조치를 취하게 되면 국가재정이 엄청나게 줄어들게 된다. 통상 이런 감세는 ‘간접세’로 메꾸는게 일반적이다. 거칠게 말해 직접 내는 세금 줄이고 서민들이 구입하는 물건값에 세금 많이 붙이는 식이다.

1979년 총선 당시 영국의 대처 보수당 당수는 소득세를 포함해 모든 수준에서 세금을 줄일 것이라고 분명하게 약속했다. 실제 보수당 집권 시기 동안 직접세 비율은 꾸준히 낮아졌다.

대처 정부 후반기가 되면 실제 국민1인당 전체적인 세금부담은 1979년 처음 집권때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비밀은 늘어난 간접세 비율에 있었다. 감세 공약으로 집권한 대처 수상이 증세 정책에 따른 대규모 반대 시위 끝에 물러났다는 것도 얄궂은 사실이다.

재경부에서는 유류세 인하 방침을 설명하면서 “유류세 10% 인하 때 2조 9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세수 부족은 결국 간접세 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손해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시사IN 2007년 11월13일자 <휘발유 값 오르는데 왜 ‘큰 차’가 쑥쑥 늘까>가 인용한 2006년 말 통계를 보면, 전체 석유 수입량 가운데 수송 부문에서 소비하는 비중은 33.4%에 이르며 그 중 소비를 주도하는 것은 자가용 승용차(71%)이다. 전체 승용차 가운데 1500CC 이상 중․대형차 비중은 고유가에 아랑곳없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강남구는 2006년 말 현재 82.1%가 중대형 승용차이고 외제 차도 14.9%로 단연 수위다. 사실 이 대목에선 ‘에너지 절약’을 외쳤던 정부도 별로 할 말이 없다. 장․차관 관용차 318대 가운데 90% 이상이 2000CC 이상 대형차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휘발유값이 내리더라도 중대형차를 몰 수 있는 ‘부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입게 돼 있다. 그리고 ‘간접세’는 필연적으로 서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준다. 간접세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은 액수를 낸다. 1억원 재산을 가진 사람과 100만원 재산 가진 사람이 똑같이 1만원짜리 물건을 샀다고 치자. 1만원짜리 물건에는 간접세 1000원이 붙어 있다. 재산이 1억원이든 100만원이든 똑같이 1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누구에게 유리한가.

분명 유류세 체계는 문제가 있다. 세금체계는 복잡하고 정부는 손쉽게 거둘수 있다는 이유로 대~충 덕지덕지 세금을 붙여왔다. 고쳐야 한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는 제대로 된 대안이 결코 아니다. 제대로 된 대안을 낸다면 결국 유류세 체계를 간결하고 합리적으로 고치고 직접세를 늘려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라도 유류세 총액을 줄이는 건 회의적이다.

●기름경제를 어찌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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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은 16.18배럴이다. 일본보다도 석유를 많이 쓴다. 왠만한 유럽 국가보다도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월 3일(현지시간) 보도를 보면 1인당 석유소비량은 사우디아라비아(1인당 32.88배럴)가 1위, 2위 미국, 3위 캐나다, 4위 네덜란드였다.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로 치면 한국은 네덜란드에 이어 2위다. 아시아에서는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6위는 대만, 7위는 일본이었다.

언론보도를 보면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면서 ‘자가용은 생활필수품’이라는 논지를 보이는 곳이 많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보면 ‘자가용=생활필수품’이야말로 대표적인 ‘시장 실패’ 사례에 불과하다. 솔직히 자가용은 여전히 서민에겐 멀고 먼 물품이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가 얼마나 더 석유 먹고 달릴 수 있을까 하는 데 있다. 석유 비축량이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완전 고갈될 거라는 분석을 생각해보자. 지금 기름값 인하 가능성도 불확실한 유류세 몇 푼 인하는 결국 더 큰 혼란과 고통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뿐이다.

대선시민연대가 제시하는 대안으로 부족한 이 글을 마친다.

“1차적으로 정유사들의 담합을 통한 부당한 영업이익 추구를 방지해야 한다. 더불어 정유사들의 과도한 정제마진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우려가 된다면 실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난방용 중유나 서민들의 생계용 차량에 대해서는 유류세를 환급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있을수 있다.

근본적인 방법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대중교통에 관련된 기반시설과 편의시설들을 확충하여 자가용 사용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더불어 고유가시대와 석유고갈에 대비하여 신재생에너지에 관련된 기술과 시설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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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원유가격 동향 (자료출처=시사IN 8호. 200711.6.)


<참고문헌>

대선시민연대 홈페이지. www.vote2007.or.kr

강원택 엮음, 2007, <세금과 선거; 각국의 경험과 한국의 선택>, 푸른길.

복지국가SOCIETY 정책위원회, 2007, <복지국가혁명>, 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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