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을 분명히 밝힌다면 나는 유류세 인하에 반대한다. 유류세 인하방침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권 욕할 때 항상 등장하는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방침과 논쟁에 우리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류세 인하한다고 휘발유값이 줄어들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하면 세금 줄어든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결국 줄어든 세금만큼 다른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름’에 의존한 경제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중요한 건 유류세 인하 여부가 아니라 대안마련이다.
●언론이 부추긴 ‘비본질적 문제제기’
고유가 문제가 들려온 작년 여러 언론이 유류세 인하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대체로 유류세 인하를 전제로 깔고 ‘감세=선’이라는 인식을 저변에 깔고 있었다.
한국일보는 2007년 5월14일자 기획기사를 냈는데 제목은 <“기름 넣으러 가세요?” “아니, 세금 바치러 갑니다”>였다. 기사는 홍창의 관동대 교수의 말을 따 “거두기 쉽다는 이유로 서민들 부담이 많은 간접세를 계속 유지하기 보다는 전문직 세원포착 강화 등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직접세인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온갖 딴지를 거는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얼마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거거다 휘발유값 인상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정유업계 관계자가 “교통세를 낮춰 운전자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훈수를 두는 건 적반하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아일보는 2007년 11월13일 <국민소득 일본의 절반도 안되는데 휘발유값은 1L 372월 비싸>라는 기사를 냈다. 휘발유값이 높은 원인으로 “높은 유류세와 정유업계 독과점”을 지목했지만 유류세 문제만 집중 부각했으며 대안제시도 “당장의 해결책은 유류세 인하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기사에 보면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업계는 이를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만 일본은 경쟁을 통해 인상분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정유업계 독과점 문제가 중요한 대안이 될 법도 했건만 기사는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유류세 비싸서 못살겠다?
2007대선시민연대는 유류세인하 공약을 나쁜 공약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선시민연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기준 유류세는 744원으로 2000년 이후 변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리터당 884원인데, 휘발유 가격의 57%정도다. 그리고 이것은 OECD 29개 국가중 14위에 해당하니 중간 수준이며, 대체로 비산유국이며 인구밀도가 높아 우리와 여건이 유사한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는 유류세가 60% 이상으로 우리보다 높은 유류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류세 구성>
구 분 |
프랑스 |
영국 |
독일 |
이태리 |
한국 |
스페인 |
캐나다 |
미국 |
세금비중 |
67.3 |
64.7 |
63.1 |
62.9 |
57 |
55.5 |
29.5 |
12.9 |
순 위 |
1 |
2 |
3 |
4 |
14 |
16 |
27 |
29 |
세금항목 |
교통에너지환경세 |
교육세 |
주행세 |
유류세 합계 |
부가가치세 |
금액 |
505원/리터 |
79원/리터 |
134원/리터 |
744원/리터 |
(공장도가격+유류세+유통마진)×0.1 |
유류세는 리터당 부과하는 종량세 개념이기 때문에 2000년 이후로 인상된 바가 없다. 대선시민연대는 “기름값 인상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최근의 동향을 보면, 지난해 연말부터 올 5월까지의 휘발유 가격인상의 주요 원인은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59%나 오른것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전체 123원의 휘발유 가격인상 중 상승으로 인한 비중은 21%, 유류세 인상분에 의한 비중은 9%에 불과하며, 정유사의 정제마진 상승으로 인한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
원유도입가(A) |
정유사출하가(B) |
정유사정제마진(B-A) |
유류세 |
소비자판매가 |
2006년 12월 |
341원/리터 |
485원/리터 |
144원/리터 |
873원/리터 |
1,415원/리터 |
2007년 5월 |
377원/리터 |
606원/리터 |
229원/리터 |
884원/리터 |
1,538원/리터 |
증가율 |
10.5% |
24.9% |
59.0% |
1.2% |
8.7% |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바로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참모 소리를 듣는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되시겠다. 진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해서 인용해 보겠다.
“2007년 상반기 동안 휘발유 리터당 소비자가격은 1477원이었다. 이중 정유사가 정부에 보고한 세전 공장도 가격은 542원이다. 정액으로 붙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에 부가세 등 네가지 세금을 합하면 유류세가 878원이다. 정유업계가 자신들의 마진이라고 주장하는 게 57원이다.
하지만 분석 결과 정유회사가 주유소에 실제 판매한 가격은 정부에 보고한 가격보다는 36원 싼 506원이었다. 거기에 세금 붙여서 소비자 가격 1477원에 파는데 그러면 유통마진은 57원이 아니라 93원이 된다. 이것은 정유업계나 주유소협회에서도 인정한 내용이다. 정유업계는 숨겨진 마진까지 포함해서 거의 2배 가까운 폭리를 취해오고 있었다.”
대선시민연대 주장의 근거는 재경부가 발표한 자료인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2006년 12월부터 2007년 5월 사이 유류세는 1.2% 올랐지만 정유사들의 정제마진(휘발유가-원유 도입가)은 같은 기간 59% 늘었다는 보도 참고자료를 2007년 6월 11일 내놓은 바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을 산출할 때는 휘발유 뿐 아니라 경유,등유,중유,벙커C유 등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정부는 역마진이 발생하는 중유 등은 빼고 휘발유만으로 정제마진을 산출해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해 휘발유 값이 급등한 것처럼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경향 <휘발유값 천정부지... 최고 1800원 육박> 07.06.13. 15면)
하지만 같은 날 중앙일보도 지적했듯이 “(정유업계 계산대로 하면) 지난해 12월 이후 올 5월까지 정제 마진 증가폭은 리터당 32.1원에 불과하다. ... 그러나 정유업계 주장을 따르더라도 정제 마진의 증가 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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