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은 미친 짓이다(上)
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 정책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 실천 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핵심은 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해서 공공부문의 투자를 늘려 내수경기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1980년대 ‘미신 경제학’ 논쟁이 떠오른다.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1981년 취임 이후 경기침체와 실업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감세정책에 바탕한 공급경제학을 채택했다. 레이건은 대선 당시 소득세와 법인세를 줄이고 국방예산을 늘리겠지만 연방예산은 균형을 찾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그 이론적 기반이 바로 ‘공급경제학’이었다. (이상호․김흥종, 2007, 175~176쪽)
당시 부시(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이를 ‘미신 경제학’이라 비난했다.
왜 레이건의 공약이 미신경제학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을까. 공급경제학자들은 부자에게 낮은 소득세와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면 저축과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조세감면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은 국가 생산을 국가 수요 이상으로 늘린다. 따라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때 물가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 공급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실업률은 떨어진다. 정부가 조세혜택이나 인센티브를 통해 부유층의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에너지를 촉진한다면 실업률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떨어질 수 있다. 또 정부 예산적자도 균형을 맞추게 된다. 인센티브는 경제성장과 소득을 크게 높여 조세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후임 부시 정부는 레이건 시절 엄청난 재정적자 때문에 세율인상을 추진하면서 공급경제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정책 기본방향은 여전히 탈규제였고 클린턴 정부와 아들 부시 정부도 대동소이했다. (바트라, 2006, 112)
출처: 기획재정부.
●세금 줄이기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는?
재정부 발표를 보자. 법인세 과표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높여 잡았다. 과표 2억원 초과는 세율을 현행 25%에서 내년(올해 귀속분부터)에 22%, 2013년(2012년 귀속분부터)에 20%까지 내리고 과표 2억원 이하는 현행 13% 세율을 내년 11%, 2013년 10%로 낮추기로 했다. 최저한세율도 현행 10%에서 8%로 낮출 예정이다. 아울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율 인하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감세를 통해 내수를 확충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감세로 내수를 확충하겠다는 발상이 왜 ‘미신 경제학’ 비판을 받는지는 미국 조세제도와 경제성장률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조세제도를 보자.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득세와 법인세가 많다. 미국식만 따지는 많고 많은 ‘검은 머리’ 한국인들이 왜 이런 건 따라하자고 안 하는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GDP성장, 법인세율, 최상위소득계층 소득세율 변화>
연대 |
법인세율(%) |
연평균 성장률(%) |
최상위소득계층 세율(%) |
1950년대 |
52 |
4.1 |
84~92(89) |
1960년대 |
52~48 |
4.4 |
91~70(80) |
1970년대 |
48~46 |
3.3 |
70 |
1980년대 |
45~34 |
3.1 |
50~28(39)* |
1990년대 |
35~38 |
3.1 |
31~39.6(36)* |
2000-2004년 |
33 |
2.8 |
36이하* |
* : 저자의 추정
출처: 경제자문위원회가 발간한 1988년, 2004년도 「대통령 경제보고서」 1975년 상무부 발간 「식민지시대에서 1970년까지 미국의 역사통계집」 1095쪽. 상무부가 발간한 1981년과 2004년 「미국의 통계요약집」 (바트라, 2006, 264쪽에서 재인용)
중요한건 소득세․법인세율과 경제성장의 관계다. 미국 경제학자 래비 바트라 분석을 보면 1950년대 최상위 소득계층의 평균세율과 법인세율은 무려 89%와 52%에 달했다. 당시 연평균 성장률은 4.1%였다. 이는 당시 20만달러(2005년경 가치로 100만달러)가 넘는 소득에 대해 1달러 당 89센트를 정부에 지불했다는 뜻이다. 대부분 당시 조세제도를 몰수에 가까운 제도라 불렀고 충분히 그럴 만했다. (바트라, 2006, 264~265쪽)
바트라 교수는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성장률이 정체된 것은 세 가지 원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바로 ①가파른 최상위 소득계층 세율인하 ②법인세 대폭 인하 ③역진적인 세금이다. (바트라, 2006, 267)
․ 소비=임금-저소득가정이 부담하는 세금
조세를 부과하면 소비는 대체로 빈곤층과 중산층이 부담하는 세금만큼 줄어들게 된다. 소비지출이 줄면 생산도 역시 줄어든다. 어떤 기업도 소비가 안되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감면은 저소득가정 계층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만 시행해야 한다. (바트라, 2006, 271) (물론 지금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 저소득가정 소비=조소득가정의 순임금=GDP의 절반
다시 말해, GDP=저소득가정 순임금×2
197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데는 물론 석유가격 폭등에 일부 원인이 있지만 1970년 9.6%에서 1980년 12.3%로 크게 오른 사회보장세 인상에서 또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높은 기름값과 사회보장세 인상이 1970년대 경제성장을 느리게 만들었다. (바트라, 2006, 268)
문제는 1980년대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지만 성장률 둔화는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트라, 2006, 269) 여기서 바트라 교수는 1980년대 일어난 조세제도 변화가 성장률 둔화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최근에 나타난 형편없는 경제성과는 빈곤층에 대한 몰수에 가까운 과세 때문이라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트라, 2006, 269)
●법인세 인하한다고 기업들이 투자 늘릴까
정부는 “법인세율을 1% 포인트 내리면 국내 투자가 2.8% 늘어나고 고용이 4만명 늘어 결국 국내총생산을 0.2%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게 될까?
서울신문 기사에서 이와 관련해 언급한 대목은 새겨들을 만 하다. “현재 기업들의 내부 유보금은 340조원에 이른다. 기업인들은 돈이 된다는 확신만 있으면 ‘땡빚’을 얻어서라도 투자를 한다. 지금은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라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안 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다.”(서울신문, “두 토끼 접점 찾아야” 2008년 3월11일자)
한겨레 기사에도 비슷한 언급이 있다. “최근 몇 해 사이 기업 투자위축의 원인은 여유재원 부족 때문이 아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국내외 경기불안과 같은 외부 요인 때문에 적극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감세의 투자확대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한겨레는 “이번에 감세 정책을 입안한 기획재정부조차 지난 2005년 내놓은 ‘감세논쟁 주요논점’에서 감세가 소득증대나 투자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고 꼬집는다.
이런 성장드라이브 정책의 후유증은 당장 물가와 경상수지에서 나타나게 돼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수반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규제 개혁이나 감세는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를 띄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 물가 압력이 커지고 경상수지 약화가 나타날게 뻔한 일이다. 이런데도 물가를 잡아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래비 바트라, 황해선 옮김, 2006,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돈키호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2007, <복지국가혁명>, 밈.
이상호.김흥종, 2006, 「미국:시장친화적 사회정책의 추구」, 김흥종․신정완․이상호, 2006, <사회경제정책의 조화와 합의의 도출: 주요 선진국의 경험과 정책 시사점>(연구보고서 06-0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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