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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좌→우 정권교체? 농담 좀 그만하삼

by betulo 2007.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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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자 일간지들은 하나같이 신문 지면 상당 부분을 이명박 당선과 의미와 전망 등에 할애했다. 그 중 서울신문과 중앙일보, 조선일보가 1면 제목에서 “분배에서 성장의 시대” “권력 시계추 좌→우” “10년만에 우파로 정권교체”라고 규정한 것이 눈에 띈다.

좌파정권에서 우파정권으로 정권교체? ‘분배’정권에서 ‘성장’ 정권으로 정권교체했다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정권교체는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좌파정권이라거나 ‘분배’정권이라는 말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

정확하게 말해서 이번 정권교체는 ‘대통령 혼자만 좌파정권이라고 외치던 우파정권’에서 ‘모두가 외치는 우파정권’으로 정권교체이다. ‘말로만 분배를 외치면서 개발과 시장만능을 중시했던 정권’에서 ‘말과 행동 모두 개발과 시장만능을 강조하는 정권’으로 정권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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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복지정부?

노무현 정부는 4년 동안 복지지출 비중이 20%에서 28%로 증가했으며 복지지출 연 평균 증가율이 김대중 정부 8%에 비해 참여정부 19.5%로 11.5% 높아졌다고 자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얘기를 하며 정권을 홍보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정부는 복지예산을 말할 때 ①사회보장과 복지 ②보건 ③주택건설과 지역사회개발 ④오락,문화,종교 등 4가지 분야를 다 포함시킨다. 하지만 국제기준은 ①②만 복지지출로 계산한다.

국제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004년 기준으로 복지지출 비중은 겨우 19%에 불과했다. 사회보장과 복지 지출은 2003년 21조2000억원에서 2004년 3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증가액 대부분은 융자액이었다. 복지분야 융자액은 나중에 되돌려 받을 금액이므로 복지지출에서 제외해야 한다. 사회보장과 복지 지출 중 2003년 순융자액은 3400억원이었는데 2004년 11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05년부터 주택분야가 사회복지와 보건분야로 편입된 것도 착시현상 일으키는 요인이다.

사회보장과 복지, 보건 분야 순융자 부분을 제외한 세출 부문을 복지지출로 보고 국민연금 지출액을 제외하는 경우 복지예산액과 지출비중은 2004년에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2~2004년 복지지출 규모 비교>


2002

2003

2004

복지예산액

21조 7745억

21조 5540억

20조 8766억

복지지출 비중

16.7%

13.5%

12.5%


경제사업 분야(SOC, 건설, 금융지원, 산업지원 등)는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많은 예산을 쓰는 반면 복지분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예산을 투입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한국은 ‘대기업과 건설 중심 예산’ 중심이다. 경제사업 중에서도 건설에 해당하는 SOC 부분이 가장 비중이 크다.

참여정부 세금폭탄?

참여정부가 증세, 그러니까 ‘세금폭탄’을 투하했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종합부동산세와 가끔 대통령이 직적 내놓는 ‘말대포’를 빼고는 참여정부 조세정책은 감세정책으로 일관했다. 조세정책에 대한 투표행태를 보더라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책 차별성은 거의 없다. 내 생각엔 언론이나 한나라당도 그걸 알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정치적 성향 때문에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물론 정말로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나쁘거나 무식하거나 둘 중 하나인가 보다.

참여정부 초기에 실시한 대표적인 감세정책은 법인세 2% 포인트 인하, 소득세 1% 포인트 인하, 특소세 대폭 축소였다. 이로 인해 연간 4조원의 세수가 줄어들었다. 2007년 4월에는 해외주식 투자펀드 양도차익에 세금 부과하지 않는 감세정책 실시로 연간 약 3500억원 세수손실을 초래했다. 사실 이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기본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2003년 3월4일 정부 출범 뒤 첫 국무회의 자리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겠다던 대선공약을 뒤집고 추가 세율인하방침을 밝혔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총대를 맸고 대통령이 뒤를 받쳤다.

국무회의 이후 김진표는 법인세 인하 연내 입법화를 입에 달고 다닌다. 재경부 차관 시절부터 법인세 인하를 앞장서서 반대하던 사람이 그였다. 세수결손분은 비과세와 감면조항 축소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에는 선 세수보전책 확보, 후 세율 인하로 선회했다. 이번엔 대통령이 나섰다. “기업이 법인세율 인하를 원하면 정부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2003년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2003년 8월 초 법인세법중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 해 12월9일 결국 법인세 인하는 가결됐다.

세금을 당연히 거둬야 하지만 ‘특례’로 세금을 거두지 않는 ‘조세지출(혹은 조세감면)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6년에만 21조원, 올해에만 23조원이나 되는 세금을 거두지 않았다. 그 혜택은 대부분 ’이익집단‘과 대기업들에게 돌아간다. 2000~2004년 동안 비과세감면 총 증가율은 37.7%로 국세수입 증가율 27.3%보다 10% 포인트 이상 증가율이 높다. 조세지출 없애지 못하는 것은 기득권화한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이다.

경실련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참여정부의 조세정책이 비과세와 감면 등 선심성 감세를 남발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재정악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저출산 해결 요구 있을 때마다 재정부족을 이유로 거부했다. 2007년 7월부터 그동안 외래 진료비를 내지 않던 1종 수급자인 빈곤층도 병원을 찾을 때마다 1000~2000원씩 본인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바뀐 것도 원인은 재정부족이었다.

참여정부가 ‘큰 정부‘?

‘작은 정부’는 경제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부를 뜻함.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는 정부가 지출하는 예산 규모로 판단한다. 재정규모로 볼 때 한국의 예산규모는 OECD 평균보다 GDP 대비 10% 포인트 낮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모범으로 삼는 미국보다도 5% 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일반정부(중앙+지방) 지출규모>(GDP 대비 %)

국가     연도

1990

2000

2003

2004

2005

2006

2007

스웨덴

61.9

57.4

58.7

57.3

57.2

57.1

56.3

네덜란드

52.5

43.4

47.1

46.6

47.7

48.1

46.6

프랑스

49.3

51.6

53.6

53.5

53.9

53.6

53.0

독일

44.5

45.1

48.3

47.0

46.8

45.7

45.0

일본

31.8

38.3

37.6

37.5

37.4

37.6

37.8

영국

42.2

37.5

43.3

43.9

44.9

45.4

45.7

미국

37.1

34.2

36.7

36.4

36.6

36.9

36.6

한국

20.0

23.9

30.9

30.9

30.9

30.9

31.1

OECD전체

40.2

39.1

41.3

40.8

40.9

40.9

40.7

출처: OECD, 2006, Economic Outlook.


한국 정부는 ‘힘 센’ 정부이지만 ‘큰’ 정부는 아니다. 공무원 숫자로 보면 ‘매우 작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현재 전체 인구 대비 공무원수 비율을 봐도 한국 1.9%, 일본 3.5%, 미국 7.5%, 영국 6.5%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2004년 현재 한국의 공무원은 93만6387명. 전체 인구의 1.9%, 전체 취업자의 4.2%, 전체 임금근로자 1489만4000명의 6.3% 수준이다.

공무원 1인당 주민수도 한국은 53.6명, 일본 28.9명, 독일 18.8명, 영국 15.3명, 호주 14.8명, 미국 13.3명, 프랑스 12.2명, 스웨덴 8.4명이다. 외국의 공무원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것은  공공적 사회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담당하기 때문이다.

2003년에서 2006년까지 4년간 국가공무원 5만 5257명이 증가. 교원 52%, 경찰 13%, 우체국 집배원 6.4%, 교도소와 구치소 직원 4.3%, 노동부 고용안정센터 2.3% 등으로  주로 국민들의 생활과 관련한 공공서비스 제공하는 분야이다.

일간지 보도 짚어보기

서울신문은 1면 머릿기사 작은 제목을 “‘분배’서 ‘성장의 시대’로”라고 붙였다. 기사 내용도 다른 일간지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9일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정리한 것과 사뭇 다르다.

“공사현장에서 모래밥을 씹던 건설회사 말단 사원이 대통령이 됐다. 찢어지는 가난에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소년이 대통령이 됐다. 광복과 함께 나라 잃은 설움을 접고 부모 손에 안겨 귀국선에 올랐던 어린이가 대통령이 됐다.”

조선일보조차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19일 실시된 제17대 대선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고 썼던 것에 비춰보면 일간지 중에서는 가히 최고의 의미부여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이트 형식을 옹호하며 일간지 중에서 동아일보와 함께 가장 전통적인 기사쓰기 형식을 보여주던 서울신문은 20자만큼은 역발상을 한 듯 하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 큰 제목을 통해 “권력 시계추 ‘좌→우’ 거대한 이동”이라고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분석기사를 통해 그 이유를 실증하려 시도했다. 조선일보도 1면 머릿기사 작은 제목에서 “10년만에 우파로 정권교체”라고 설명했다.

<주요 일간지 20일자 1면 머릿기사 제목>

경향신문 <이명박 당선 '신보수 시대'로>
국민일보 <'경제 대통령' 이명박 시대 개막>
동아일보 <이명박 최다표차 대통령 당선>
서울신문 <국민은 정권교체 택했다>
세계일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조선일보 <이명박 528만표 압승>
중앙일보 <권력시계추 '좌→우' 거대한 이동>
한겨레 <이명박 대통령 당선…10년 만의 정권교체>
한국일보 <이명박 사상 최대표차 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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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경실련, 「참여정부 출범 후 세금 감면 증가 현황에 대한 경실련 분석 -비과세·감면 남발로 세금 100원 중 깎아준 세금이 15원에 이르러-」, 2006.3.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2007, <복지국가혁명>, 밈.
이문영, 2004, 「사회적 투쟁현장으로서 조세: 노무현 정부 조세정책과 시민운동」, <시민과세계>5호.
전진영, 2007, 「조세법안에 대한 한국 국회의원의 투표 행태 분석」, <세금과 선거>, 푸른길, 243~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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