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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공익제보 ‘보복’에도 전관예우?

by betulo 2007.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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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 ‘보복’에도 전관예우?
법원 선고연기, 조정강권 등 제식구 감싸기
김봉구씨 재판으로 본 '사회통념상 전관예우'
2006/2/20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공익제보를 이유로 보복성 인사조치를 당한 것은 부당하다며 안산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가 지난달 19일 패소한 김봉구씨 사건에서 ‘전관예우’가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심재봉 화백

당시 피고였던 송진섭 안산시장측 변호인 가운데 한명인 김 아무개 변호사는 지난해 2월까지 고위직 법관을 지낸 후 변호사가 됐으며 송 시장측은 2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7월 김 변호사를 추가선임했다. 그 후 판사는 선고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조정할 것을 원고에 강하게 권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벌였다. 결국 지난달 19일 선고에서 판사는 “공공기관의 인사권자가 내부의 공익제보자에게 부패방지법 등을 위반하면서 보복을 목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인사조치”라는 이유로 손해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힘든’ 판결을 내렸다. 원고인 김씨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6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변호사는 이 판결에 대해 “사회통념상 전관예우”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김씨 사건 재판장이었던 수원지방법원 김동하 판사는 인사이동 관계로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전관예우 논란의 당사자인 김 아무개 변호사는 “자신은 대표변호사로서 이름을 올렸을 뿐이며 재판과정에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차일피일 선고 연기

원래 2심 선고일은 지난해 7월 7일이었다. 그런데 이틀 전에 송 시장이 고위직 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변론재개를 요청하자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자연히 송 시장측은 시간을 벌게 됐다. 재판부가 증인 2명을 심문하고 조정을 시도하는 등 선고를 차일피일 미루자 원고측은 선고기일을 지정해 달라며 지난해 12월 19일 선고기일지정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달 19일로 변론기일통지서를 보냈다. 그런데 재판부는 갑자기 19일에 판결을 내렸다.

원고측 안병희 변호사는 “변론기일에서 선고기일로 바뀌었다는 사전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아무개 변호사는 “기존에 있던 변호인들은 피고보조참가인인 안산시를 대리한 것이고 나는 피고인 송 시장 개인을 대리하는 것으로 처음 의뢰를 받았다”며 “변호사가 바뀐 게 아니라 그때 처음 변호인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사자 싫다는데도 조정 강권

재판부는 지난해 9월 30일을 조정기일로 하면서 원고에게 조정의사가 없으면 바로 선고하겠다고 했다. 김씨측 변호사는 안산시에서 보복성인사조치를 시인하지도 않았는데 조정이나 화해는 의미가 없다며 조정 의사가 없음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4일 조정기일을 다시 잡았다. 통상 조정 의사가 없을 경우 선고를 하는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례적인 일은 11월 14일 판사실에서 재판장이 직접 변호사도 없는 상태에서 원고인 김씨에게 조정을 권유한 것이었다. 통상 대리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장이 원고를 직접 불러서 조정을 권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김씨는 “재판장은 ‘김봉구씨가 참여연대나 변호사 때문에 조정을 못하는 거 아니냐’ ‘돈을 받기 위한 소송인데 왜 그러느냐’ ‘1심 판결 금액 정도로 해서 조정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민주화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왜 꼭 재판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당시 적극적으로 조정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재판장은 거의 한시간 넘게 김씨를 설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증인 추가선임도 석연찮아

애초 재판장은 피고측 변호인들이 증인신청한 안산시청 공무원들인 김 아무개와 최 아무개에 대해 “이미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충분한 조사를 했다”며 변론을 종결했다. 그런데도 김 아무개 변호사가 다시 증인신청을 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두 증인들은 이미 1심 법원에서 채택을 거부한 적이 있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안산시장측 인사들이 안산시장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증언을 할 기회를 부여했다. 심지어 이 아무개는 “부방위 조사  당시에는 ‘연금을 탈 수 있느니 없느니, 민형사 책임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강압적인 조사에 부담을 느껴서 부방위가 바라는 진술을 허위로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최 아무개도 부방위 진술을 뒤집었다. 이에 원고측 변호사가 부방위 조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하자 재판장은 “굳이 그럴 것까지 있느냐”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2월 17일 오후 18시 3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7호 8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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