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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을 아시나요(06.02.17)

by 자작나무숲 2007. 3. 30.

‘양심선언’ 이후 11년째 법정투쟁하는 현준희씨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로 파면을 당하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11년 동안이나 재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1996년 4월, 효산그룹이 콘도건설을 위해 권력층과 결탁해 불법인가를 받았고 그에 대한 감사를 중단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양심선언’한 ‘전직’ 감사원 6급 공무원 현준희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3일 현준희씨를 만나러 찾아간 곳은 서울 가회동 북촌에 있는 한옥이었다. 그는 2000년부터 비는 방 2개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고 그게 이제는 제법 큰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발전했다. 시골 농사꾼 같은 인상을 한 현씨는 삽살개 두 마리와 놀다가 기자를 맞는다. 악수를 하는 그의 손은 시골 농꾼 마냥 굳은살이 박힌 흙빛이다.

“양심선언을 할 당시 불광동에 살았는데 공교롭게도 전세 계약이 끝날 때였습니다. 일부러 감사원 코앞인 가회동으로 이사왔지요. 떳떳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죠. 사실 감사원 앞에서 농성이라도 하려는 이유도 있었지요. 그런데 막상 입에 풀칠하는 문제도 있고 재판을 하고 있는데 대놓고 시위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해서 시위는 안했지요.”

현씨는 1996년 6월 28일 감사원에서 파면당했다. 파면을 당하지 않았다면 5급으로 승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부정을 참지 못하는 양심과 불편한 진실을 참지 못하는 세상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1995년 봄 감사원 4국 1과 감사담당관으로 일하던 현씨는 효산그룹과 관련한 제보를 받았다. 효산그룹이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경기도 남양주에 불법건축물 인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현철 사단을 이용해 건교부 등 주무기관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당시 김우석 건교부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의 오른팔이었지요. 그 때 효산그룹이 남양주시에 있는 서울리조트 스키장에 인접한 임야에 콘도를 지으려고 했는데 수도권정비법에 따르면 수도에 인접해 있어 콘도를 지을 수 없게 돼 있거든요. 1995년 5월18일부터 31일까지 건교부 감사를 했는데 건교부에서도 잘못 시인했구요. 그런데 감사원 4국장이 갑자기 사건을 5국으로 보내라고 지시했어요. 감사원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죠. 1995년 6월 1일 5국으로 넘기도록 기안문을 썼는데 그후 깜깜 무소식이 돼 버렸죠.”

현씨는 ‘감사원장에게 제대로 보고해달라’며 서면건의서도 제출하는 등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반응 뿐이었다. “명백한 사건을 그런 식으로 덮어버리는 것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습니다. 감사원장에게 제대로 보고하라고 말했지만 윗선에선 좋은게 좋은거라고 하더라구요. 7월 11일 서면건의를 했는데 사실 기관에선 항명이지요. 당시 승진도 임박했을 때였구요.” 4국에서 일하던 현씨는 2국으로 전보됐다.

결국 고민을 거듭하던 현씨는 1996년 4월 8일 서류보따리를 들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찾아간다. 감사원은 그날 바로 현씨를 직위해제했다. 그리고 성실의무, 복종의무, 직장이탈금지, 품위훼손을 이유로 파면했다. 검찰은 감사원이 현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자 곧바로 현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현씨는 지루하기만 한 민변과 참여연대의 도움을 받아 법정투쟁을 시작했다. 다행히 1심과 2심은 현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2002년 결과를 뒤집어버렸다. 현재 고법에 계류 중이다. 현씨는 “3월 3일 마지막 심리 하고 선고공판이 있을 것”이라며 재판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프랑스현대사에서 한 획을 그은 드레퓌스 사건이 있지요. 프랑스군 대위 드레퓌스는 간첩 누명을 쓰고 1894년부터 1906년까지 13년을 감옥에서 있어야 했습니다. 프랑스군은 100년이 지나서야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라는 것을 공식인정했습니다. 그래도 그 사건을 통해 프랑스는 한단계 성숙한 사회로 올라설 수 있었잖습니까. 제 판결도 그런 결과로 이어진다면야 바랄 게 없지요.”

그는 감사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거짓말 하나를 감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결국 감사원 체면 때문에 이렇게 재판이 길어지는 겁니다. 전윤철 감사원장에게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감사원은 부정비리를 세상에 밝히라고 있는 겁니다. 감사원이 남의 비리는 철퇴를 가하면서 자기비리에 대해서는 모르쇠라면 어느 누가 감사원을 신뢰하겠습니까. 내부고발이 민주화를 이루는데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인터뷰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항상 고생담을 강조하는데 나는 그거 싫거든요. 사실 그게 독약이라 봅니다. 언론 입장에서야 관심 끌 수 있는 소재니까 그러겠지만 결국 독자들이 봤을 때는 ‘내부고발 하면 저렇게 작살나는구나’ 생각할 테니까요. 동정심만 자극하지 말고 사실을 좀 추적해 주십시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2월 17일 오후 14시 5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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