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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끝났다고? 이제 시작일 뿐인데…”

by betulo 200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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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고? 이제 시작일 뿐인데…”
현대하이스코 투쟁이 남긴 과제와 전망
노조 실체인정→피해 최소화→정규직화 단계 목표
2005/11/14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11일 동안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점거농성은 노사간 확약서 체결로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그 ‘시작’은 민형사상 문제 최소화, 해고자 복직을 둘러싼 노사간 줄다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 점거농성 첫날인 지난 10월 24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라면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다. 점거농성 동안 농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음식물 반입을 막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 점거농성 첫날인 지난 10월 24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라면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다. 점거농성 동안 농성 노동자들은 사측이 음식물 반입을 막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다.

지난 9일 아침 비정규직지회가 임시사무실로 쓰고 있는 민주노총 동부지구협의회 사무실로 조합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9시 30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조대익 비정규직지회 사무차장은 조직력을 다지고 점거농성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아침마다 전체회의를 통해 노조원교육과 토론을 하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50여명의 노조원들이 회의실을 가득 채운 가운데 김선동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조직국장이 강사로 나섰다. 김 국장은 “승리”와 “단결”을 유난히 강조했다. 투쟁에 비해 확약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실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단계 투쟁은 완벽한 승리였다”며 “이제는 2단계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1단계 투쟁은 노조의 실체를 인정하라는 투쟁이었고 2단계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성과를 실질적으로 챙기는 것이다. 궁극적인 3단계 목표는 ‘정규직화’다.

그는 “교섭이 만족스럽게 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경찰이 곧바로 강제진압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인명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이제부터는 확약서 종이 한 장으로 남아 있는 것을 우리 주머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앞으로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쟁취해야 한다”며 “노조를 확대 강화하고 합법투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크레인을 점거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내건 핵심 요구는 해고자복직, 노조인정이었다. 사진은 Q동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

크레인을 점거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내건 핵심 요구는 해고자복직, 노조인정이었다. 사진은 Q동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

2단계 승리를 위한 시험대는 노사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행태 부지회장 등 7명으로 노조측 교섭위원을 선임한 비정규직지회는 이번주에 하청업체 대표들과 단체협상을 위한 상견례를 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차 부지회장은 “근로조건보다는 복직 문제에 최대한 중점을 둘 것”이라며 “복직이 우선이며 임금문제는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조에서는 현대하이스코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확약서를 체결할 당시 현대자동차 노무담당 이사는 ‘현대그룹 자체에서도 협의서 체결 이후 손배소를 제기한 적은 없다’며 손배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구두로 약속했다.

차 부지회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직력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통로를 마련하면 해고자 가운데 42명은 재심을 통해서 복직이 가능할 것 같다”며 “4조3교대로 근무형태를 바꾸거나 일자리를 새로 만들면 새로 70명 정도를 복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현재 최대로 복직할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하청업체들에 파악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노조원은 115명이며 이들은 모두 해고자 신분이다.

비정규직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 사이에 생긴 앙금을 푸는 것도 숙제로 남았다. 이성수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조직부장에 따르면 올해 2월 현대하이스코 울산공장은 정규직 800명을 다 정리했다. 500명은 하청노동자가 되고 300명은 순천공장으로 오게 됐다. 현실적으로 정규직노조가 연대투쟁에 나서기엔 객관적 조건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청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정규직노조가 구사대로 나서지 않은 것만도 높이 사야 한다”고 평가했다.

차 부지회장은 “서운하긴 하지만 정규직노조가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건 인정한다”며 “원청 노동자와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자본이지 원청 노동자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차장도 “점거농성 당시 사측에서 원청노동자들을 구사대로 조직하려고 노력했지만 정규직노조에서 잘 막아줬다”며 “그 결과 노노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1월 14일 오전 9시 5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3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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