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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소형 목선 귀순 경계실패논란 따져보기

by betulo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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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식명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하 조선) 주민 4명이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귀순했다. 주민 4명이 아직 뭍에 도착하기도 전인 8시30분 조선일보가 세 줄 짜리 ‘단독’기사를 쓴 것에서 보듯 애초 정부에선 늘상 보던 ‘체제 위기론’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든 건 우리 군의 ‘경계실패’ 여부였다. 


소형 목선이 동해 NLL을 넘어와 한시간 넘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이동했고, 군에선 목선이 언제 어떤 경로로 NLL을 넘어왔는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했기 때문이다. 최초 식별 이후로도 출동과 확인이 늦었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부’ 정부 관계자가 조선일보에 정보를 흘리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사실관계를 발표했으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 논란이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24일 새벽 NLL 북쪽 외해에서 조선인민군 단속정들이 '특이동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4~5시쯤 해군함정들과 해상초계기 P-3 등을 긴급 출격시켜 탐색 작전을 폈다. 육군 해안 감시 레이더가 선박으로 의심되는 ‘점’을 최초 확인한 건 5시 30분쯤, 열상감지장치(TOD)로 목선 형상을 식별한 건 6시 30분쯤이었다.


6시 59분쯤엔 선박 형태라는 걸 확인했고 7시 3분쯤 근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목선 인근에 있는 해군·해경함정이 출동하도록 했다. 7시 10분쯤 속초시 동쪽 약 11㎞ 해상에서 조업하고 있던 어선이 목선을 신고했다. 8시쯤 현장에 도착한 해경과 해군은 남성 1명과 여성 3명 등 4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목선을 처음 발견한 어민은 “목선에 다가가자 선상에 있던 남성이 ‘여기가 어디냐’고 묻길래 ‘강원도 속초’라고 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그 남성은 엔진을 끄고 어선에 줄을 던져 매단 뒤 건너왔다. 담배와 물을 건넨 뒤 “북에서 왔냐”고 묻자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언제쯤 출발했어요”라는 질문에는 “오늘 출발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합참 발표대로라면 '미상 표적'을 탐지하고 나서 위치확인과 출동까지 1시간 30분 넘게 목선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목선이 언제 NLL을 넘었고 어떤 경로로 이동해왔는지도 제대로 확인이 안되는 점 역시 경계실패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이에 대해선 전현직 해군 관계자들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황기철(예비역 해군 대장)은 “이번 목선은 길이가 7.5m인데 이 정도 선박은 포착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면서도 “처음 레이더로 포착하고 나서 좀더 일찍 초계기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군 출신인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통상 이런 경우라면 최초 식별하는 즉시 긴급출항해 1~2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 있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현직 군 관계자 역시 개인의견을 전제로 "서해 NLL이 78㎞에 걸쳐 있는 것과 달리 동해 NLL은 403㎞가 넘기 때문에 소형 표적을 탐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이 제대로 안됐다는 점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해상작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해 NLL 지역 근무 경험이 있는 해경 관계자는 “목선 자체가 비금속성이라 레이더 포착이 힘든데다, 7.5m 정도 되는 소형선박은 파도에 가려 레이더 포착이 잘 안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상경계는 레이더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상표적이 하루에도 많게는 수백개가 나타난다. 일일이 출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레이더로 의심선박을 포착해서 몇시간 동안 추적했는데 결국 고래였던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 당국이 목선을 발견하기 전날부터 특이동향을 포착해 탐색작전을 벌인 점, 육군 레이더가 '미상 표적'을 조기에 탐지한 점 등에 비춰볼 땐 "이번 사건을 무조건 '경계실패'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해군 관계자는 “어민 신고 자체도 통합방위체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라면서 “평소에도 어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신고를 요청하고 포상도 한다. 어민 신고는 해상경계가 잘 작동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24일은 하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해군본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날이었다. 김명수(해군작전사령관)는 "NLL을 넘어오는 모든 표적을 다 포착·감시하고 싶지만 감시 공백은 발생한다"며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느냐다. 그래서 합동작전과 통합방위작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명수는 29일 차기 합참의장 후보자가 됐다)
이번 사안으로 도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황기철은 “해상초계기를 늘리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석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동해 NLL과 독도까지 관할범위가 18만㎢로 너무 넓다”면서 “서해5도특별경비단과 유사한 동해특별경비단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해양경찰이 관할하는 45만 3382㎢의 41%에 해당하는 18만 4570㎢를 관할구역으로 하고 있으며, 속초·동해·울진·포항해양경찰서를 두고 있다. 러시아, 일본, 북한과 접경을 이루는 관계로 독도와 울릉도를 비롯해 대화퇴 해역, 조업자제해역, 한일중간수역,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 등 민감한 해역을 관할하고 있으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단속 문제도 해당 지역에서의 현안인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일본·중국·러시아 해양세력의 각축장이며 한반도 접경수역의 현안들을 망라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관할 수역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것은 분쟁 관리의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해상치안의 관리는 세밀해야 한다. 제한된 함정과 경비세력으로 관할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해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다. 

북방한계선을 접하고 있으며 독도를 포함하고 있어 특정해역 어로 보호와 대북 경계태세 유지, 영토 주권 수호 등 복잡다기한 해양 현안을 안고 있는 동해지방청에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서해5도특별경비단(서특단)의 예를 준용, 동해특별경비단(동특단)이 신설돼 운용됨으로써 남북한·일본·중국·러시아 해양세력의 각축장인 동해에서의 해양질서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하나, 정부는 꼼수쓰지 말고 순리대로 일을 풀어가는 게 최선이다. 세상 일이 원하는대로만 흘러가라는 법이 없고, 잔대가리 굴리다 큰대가리 쳐 맞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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