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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김대중-오부치 선언 25주년에 다시 생각하는 한일 안보협력

by betulo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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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채택함으로써 그동안 금기시됐던 한일 군사 협력의 정례화·제도화가 가능해졌다. 앞서 윤석열(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유엔사에 제공하는 후방기지 7곳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평가한 것의 연장선이다.

진창수(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는 10월 5일 전화인터뷰에서 “최근의 한일 군사 협력은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면서 “실시간 정보공유 등을 통해 북핵 억제 등에서 우리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박영준(국방대 교수) 역시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한미일 안보협력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면서 “만약 한일관계가 계속 경색됐다면 한미동맹도 원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안보협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윤석열 행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0월 처음 열린 미사일방어훈련은 올해에도 2월과 4월, 7월과 8월에 잇따라 실시됐다. 해군에 따르면 박근혜 행정부 당시인 2016년 처음 시작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미일 미사일경보훈련이 각자 위치에서 위성을 통해 실시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탐지와 추적을 연습하는 것과 달리 미사일방어훈련은 특정 해역에 모여서 실시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절차까지 숙달한다. 그만큼 정보공유를 비롯한 상호협력 수준이 전례 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일 안보협력 강화라는 방향에 대해선 외교안보 분야 관계자들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아주대 초빙교수인 정경두는 “한국의 국익을 생각할 때 한일 안보협력 강화는 정권과 무관하게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게 한미동맹인데 미국이 한일 안보협력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일 안보 협력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독도 인근에서 실시됐을 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나왔던 것은 일본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뿌리 깊은지 드러낸다. 이에 대해 진창수는 “일본에서 해외파병 반대여론이 매우 심하다. 한국 사회에서 나오는 우려는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우리 관점으로만 일본을 바라보면 안된다”면서 “한일 안보협력은 서로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관계 강화를 통해 남북 평화정착에 일본이 동의해주는 교환 성격이 강했다. 이에 비해 최근 한일관계에선 남북 화해협력정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장성은 “한일 안보협력을 강화할수록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몸값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봉쇄정책의 마지막 퍼즐로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압박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한일 군사 협력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 우려 등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향후 한일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사시 탄약을 비롯해 식량, 연료, 수송·의료 서비스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인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함께 한일 군사 협력의 양대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양현(국립외교원 교수)은 “한반도에 대한 집단적 자위권과 반격능력 우려에 대해 일본이 좀 더 분명하게 ‘한국 정부의 사전승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표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양국간 고위급, 실무자, 전문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다양하게 토론하고 폭넓게 대화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오쿠노조 히데키(일본 시즈오카현립대학 교수)는 “한국인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역사적 경험에서 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선 한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군사대국화 우려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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