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검찰단이 지난 12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2021년 12월 열렸던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당시 양국 고위공직자 발언을 외부로 유출한 뒤 지난 2월 출간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이라는 책에 담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눈길을 더 사로잡은 건 부 전 대변인이 아니라 “A중령”이었다. 국방부 발표자료 맨 끝에는 이렇게 써 있다. “부 전 대변인의 부탁을 받고 내부 보안절차를 위반하여 외부로 자료를 반출한 현역 A중령에 대해서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군사법원에 불구속 기소하였음.”
문제의 자료반출은 2022년 4월 14일에 있었다고 한다. 국방부 대변인실이 이사 가는 날이었다. 대통령실 이전을 앞두고 서둘러 사무실을 비워야 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옆 건물인 합동참모본부 1층으로 옮겼다. 하루 종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A중령은 부 전 대변인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A중령에게 자기 책상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한글파일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한글파일 자체는 암호를 걸어놨기 때문에 A중령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부 전 대변인이 수사를 받게 되면서 불똥은 A중령에게 튀었다. 당시 A중령은 부 전 대변인을 보좌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포렌식을 한 다음 지인과 사적으로 나눈 문자메시지까지 화면에 띄워놓고는 하나씩 꼬치꼬치 확인했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참고인 조사를 받는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A중령이 부 전 대변인과 따로 만나는 걸 본 적이 있느냐’는 식으로 물어봤다는 얘기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군 검찰은 A중령에게 ‘기소 휴직’을 권고했다고 한다. A중령이 소속된 공군에선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고 하는데 군 검찰한테 반기를 드는 게 가능할까 싶다. 기소휴직이 되면 업무에서 배제된 채 전역도 못하면서 재판 결과만 기다리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소송비용 역시 1심은 일부 보조를 받지만 2심은 개인 비용으로 해야 한다.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당시 관련자들도 업무배제나 기소휴직은 없었다.
당시 A중령은 어떻게 행동하는 게 규정에 부합했을까. 직속상관이 “부탁”하더라도 ‘아 됐고요, 공문서로 요청하시면 상관에게 보고하겠습니다’라고 했더라면 기소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그런 식으로 일하는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될까.
정부부처 간부들이 카카오톡으로 공문서를 주고받거나 바깥에서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자료를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건 사실 모두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다들 그렇게 일한다. 정부예산안 자료나 정부조직개편 관련 자료가 그렇게 오고 간다. 규정위반이라며 호통치고 처벌하긴 쉽지만 그런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국방부나 공군에선 다들 짐짓 모른 체 하는 분위기라고 들었다. 이해는 간다. 자신도 피해를 입을까 불안하고,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데 나서봐야 소용없다는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그게 방첩사령부나 군 검찰이 의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전우’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는 건 심각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군대만큼 ‘전우’를 강조하는 곳도 없다. 전우가 엄호해주지 않으면 내가 죽고, 내가 엄호해주지 않으면 전우가 죽기 때문이다. 지금 A중령 사례는 군인들에게 ‘전우 따윈 신경쓰지 말고 복지부동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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