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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제서야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하나 더 짓는다

by 자작나무숲 2021. 1. 21.

 정부가 권역별로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한 거점 구실을 할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을 하나 더 지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야당 시절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당론으로 정한지 6년, 국정과제로 선정한지 4년, 그리고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시작된지 1년만이다. 공모와 선정, 설계까지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질병관리청은 “2021년도 예산에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설계비가 반영됨에 따라,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1개소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라고 1월 12일 밝혔다.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은 대규모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중앙 감염병전문병원과 협력해 권역별로 신속하게 격리와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이다. 

 질병청은 먼저 현재 중부·호남·영남권으로 구분한 권역체계를 재검토한 뒤 대상 권역을 선정해 5∼6월에 공모와 선정·평가 등 절차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해당 권역에 소재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중앙 감염병전문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호남권은 조선대학교병원, 중부권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영남권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지정돼 있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에는 총사업비 409억원을 국고로 지원해 음압격리병동(일반 30병상, 중환자 6병상)과 음압 수술실 2개 등을 갖출 예정이다.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처음 공론화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2015년 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근) 사태를 교훈삼아야 한다며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의무화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2017년 4월 발표한 대통령선거 공약집에서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역학조사관 확충 등 방역체계 강화를 통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부는 2017년 8월 조선대병원을 호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선정했다. 호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할 당시 복지부는 발표자료를 통해 “인구 분포, 생활권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전국적으로 3~5개소 정도의 권역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면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추가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뒤 3년 동안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코로나19가 닥치고 나서야 정부는 그때까지 지정 공고조차 없던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양산부산대병원을 지난해 7월 지정했다. 하지만 사업 진행이 너무 늦어지면서 정작 코로나19 대응에 활용하는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호남권 감염병전문병원은 2023년 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설계 진행 중인데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신축이전부지도 확보하지 못해 시간만 끌다가 지난 6일에 겨우 지난해 말 주한미군이 반환한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극동 공병단 부지’에 건립하기로 국방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질병관리청은 중부·영남권 감염병전문병원은 2024년 완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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