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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장관보다 펭수" 펭수에 울고 웃는 정부부처들

by betulo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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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자 139만명을 거느린 인기 유튜버 ‘펭수’가 17일 보건복지부에 나타났습니다. 하룻동안 복지부 장관으로서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현장시찰을 다니며 직원들 건강도 챙겼습니다. 펭수의 일일 복지부장관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하루만에 121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19일 오후 6시 현재는 142만회) 지난달에 외교부를 방문해 자신의 해외진출방안을 의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역시 195만 조회수를 기록중입니다. 


 바야흐로 펭수가 대세인건 정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부처 역시 펭수 덕분에 울고 웃습니다. 펭수 섭외에 성공한 복지부와 외교부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죠다. EBS가 펭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유튜브 계정 ‘자이언트 펭TV’에는 어떻게든 펭수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부부처 홍보 담당자들이 올린 댓글도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정부부처 홍보 담당자들끼리 댓글창으로 인사를 나눌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펭수앓이’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건 자타공인 복지부입니다. 복지부는 11월 15일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라는 영상으로 정부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펭수를 출연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작스레 식욕을 잃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던 펭수가 전문가들 도움으로 기운을 차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조회수 203만회로 펭TV 영상 중 조회수 4위를 기록중입니다. 거기다 한달만에 펭수를 정부세종청사까지 모셔오는 연타석 홈런까지 쳤습니다.

 


 연타석홈런타자 조승아 복지부 디지털소통팀장은 심심찮게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들한테서 “누구한테 연락하면 되느냐”거나 “어떻게 섭외했느냐”며 “비결을 알려달라”는 문의전화를 받는다고 합니다. 조 팀장은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비결은 오로지 팬심입니다. 덕후가 성공합니다.” 조 팀장은 “팀원들이 젊다보니 자연스럽게 펭TV 구독자가 10만명도 안될 때부터 펭수의 매력에 주목했다”면서 “펭수가 뜨기 전부터 연락을 한 덕을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지부에선 펭수를 통해 복지부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의 당위성을 홍보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과로 꼽는 분위기입니다. 영상에선 김강립 복지부 차관 등 간부들이 일일 장관인 펭수와 대화하면서 건강과 예방을 강조하며 “건강정책실이 필요하다”는 얘길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복지부는 현재 건강정책실 신설 문제를 행안부와 협의중입니다. 


 공공기관 홍보에선 기관장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청사에서 나와 외부로 이동하는 도중 펭수와 만나 즉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내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장준성 외교부 홍보과장은 “청사 밖으로 나갈때 펭수와 마주치는 설정까진 보고를 했는데 그 다음 실제 대화 장면은 대본없이 즉석에서 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 역시 다른 부처 관계자들한테 문의전화를 자주 받습니다. 장 과장은 “수요자 마인드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EBS에 제안하는게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복지부에서도 박능후 장관을 출연시키려고 하지 않은게 아닙니다. 펭수가 일일 장관이 되면서 박 장관과 인수인계를 하는 장면을 넣으려고 계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촬영 당일엔 박 장관이 국회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추가촬영도 생각했지만 이번엔 “펭수가 너무 바빠서” 실패했다고 합니다.

 

꼭 홍보가 아니더라도 펭수 방문은 당장 직원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장 과장은 "직원들은 물론이고 출입기자들까지 엄청나게 관심을 많이 보여서 오히려 준비한 우리가 더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조 팀장 역시 "인기스타인 펭수가 우리를 찾아온 셈이다. 직원들이 펭수를 보면서 힐링이 됐다는 얘길 하더라. 보람을 느꼈다"고 귀띔했습니다. 



 펭수를 정책홍보에 이용하려는 경쟁이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펑수’라는 캐릭터를 유튜브 인사처TV에 내보냈다가 일부에서 “공공기관이 저작권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펑수가 “펭수 후배”를 자처하며 펭수에게 출연을 간청하는 내용이어서 표절보단 오히려 오마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 역시 “수많은 숟가락중에 제일 짠하다”였습니다. 선근형 인사처 대변인은 “규모가 작은 부처인 인사처로선 당초 목적인 공직박람회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내부반응은 긍정적”이라고 전했습니다.

 

 펭수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너무 높아진 몸값에 안타까워하는 정부부처도 많습니다. 당장 펭수를 섭외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데다 펭TV에 올리는 영상 제작비는 수천만원대까지 올라간다는 후문입니다. 행안부처럼 현실을 인정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다 하는걸 우리가 따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서울신문 2019년 12월 19일자 기사를 수정보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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