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학교 6] "인권, 평화, 그리고 대안"
이대훈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2004/11/25
“겉보기에 선한 평화도 권력이란 눈으로 보면 ‘질서 속에 존재하는 평화’다. 권력을 통한 평화가 아닌 다른 평화를 상상하는 건 가능한가? 겉보기에 선한 인권도 구멍이 많다. 그 구멍은 선택의 결과다. 근대 인권체제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권력과 인권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지난 22일 ‘인권, 평화, 그리고 대안’을 주제로 강연한 이대훈 협동사무처장은 강의 내내 질문에 질문을 거듭했다. 그 중에서도 그가 제기한 핵심 질문은 “평화의 권리는 인권에서 왜, 어떻게 생략돼 있을까”였다. 이 처장은 한 시간 가량 질문을 연달아 던진 다음엔 난상토론을 유도했다.
평화라는 단어를 우리가 쓰기 시작한 건 1백년이 채 안된다. 평화는 라틴어 ‘팍스(Pax)"를 번역한 말이다. 로마인들이 말하던 ‘팍스’는 로마가 정복지에 로마식 제도와 문화, 언어를 심어서 통치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이 처장은 “‘팍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라기보다는 ‘질서’에 가까운 뜻”이라고 설명한다. ‘팍스 로마나’는 ‘로마가 주도하는 평화’가 아니라 “로마가 주도하는 질서‘라는 말이다.
이 처장은 “사람들이 말하는 ‘평화’ 속에도 질서가 잡히길 바라는 의미가 숨어있다”며 “과연 질서가 잡힌 것이 진정 좋은 것인지 되짚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서구 근대문명의 산물인 인권도 한번쯤은 뒤집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처장은 “질서를 통한 평화라는 개념은 결국 국방이 튼튼해야 평화가 온다는 논리로 이어진다”며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면 그 속에서 평안할 수 있다는 가치관이 바로 ‘안보의 가치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핵심은 ‘배타적 사유재산권’에 있었고 인권의 핵심가치인 ‘내 재산을 뺏지 말라’는 것에서 안보(Security) 개념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군사력은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남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며 “국가가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군사력이라는 권한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자”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병역거부권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군사안보는 비공개인데 이는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한다”며 “외교안보영역만 보면 한국은 민주국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근대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속임수가 등장했다. 우리라는 정체성을 선한 것으로 포장한다. 거기에 윤리성이 부가된다. 피해자이기 때문에 더 선한 것이다. 모든 민족은 피해자라는 상상을 통해서 탄생한다.”
이 처장은 “단일한 정체성과 자신의 선함을 믿는 속에서 타자에 대한 폭력이 등장한다”며 “결국 폭력의 원천에 ‘우리라는 만들어진 상상력, 그리고 우리는 선하다는 믿음’이 들어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인권담론은 국가가 갖고 있는 본원적 폭력성에는 무기력하다”며 “우리가 ‘폭력에 절대 반대한다’는 윤리적인 성찰을 한다면 근대국가라는 상상, 단일민족이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것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처장은 “평화론에서 본다면 하나의 정체성을 넘어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며 “다중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배타성을 줄이는 과정이고 폭력을 줄이는 과정이며 결국 인권을 높이는 과정”이라는 화두로 강연을 끝맺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1월 25일 오전 11시 1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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