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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

"시민권 맥락에서 인권 고민해야" (2005.4.11)

by betulo 2007.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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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맥락에서 인권 고민해야"
한상희 교수 인권강좌 강연
2005/4/12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시민의신문>은 인권실천시민연대와 공동으로 진보매체 기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강좌를 개최합니다. 11일 부터 매주 월요일 6시에 진행될 이번 인권 강좌는 수강생들에게 인권의 의미와 함께 인권에 기반한 언론정립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음 기사는 11일 한상희 교수의 강좌 내용을 지상 중계한 것입니다. 18일에는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언론과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며, 25일에는 김희수 변호사가 '형사사법절차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강의합니다. 장소는 시민의신문 회의실이며, 수강료는 없습니다. (관련문의: 766-8891~5 시민의신문 편집국) <편집자 주>


“솔로몬의 재판은 인권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 솔로몬은 아이의 고통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 입장에선 아이를 잃느냐 아이를 죽이느냐는 모순이 생긴다. 그런 아픔을 생각하지 않았다. 솔로몬은 자신의 통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명령하는 지배자의 모습만 보였다. 그를 위해 자신이 진짜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의 입장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일방적인 판결이었다. 솔로몬이 국가라면 국가앞에 한없이 무력한 개인의 문제가 생긴다.”

이정민기자 

한상희 건국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솔로몬 재판으로 인권강좌를 시작했다. 그는 “어제 부양능력이 없어 가족을 죽인 한 장애인이 자수했다는 안타까운 사건을 접했다”며 그 사건을 솔로몬의 판결에 대비시켰다.

“장애인에 대해 최저생계비를 10여만원 지급하도록 하는 건 너무 적다는 위헌소송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30일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만약 이 제도가 위헌으로 판결났고 최저생계비가 올랐다면 어제 그 사건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이나 빈민 입장에서 자기 이익은 먹고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음식이 있어야 하는데 물적 토대가 없다.  장애인 사건은 솔로몬의 경우와는 달리 국가가 없으면 한없이 무력해질 수도 있는 한 인간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통상 인권이란 Human Rights를 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당연한 권리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자기 이익을 주장하기 위해 법이 보장하는 힘'을 권리로 해석할 수 있다. 거기에는 배타성, 즉 개인주의적 사고가 깔려있다. 주장은 적극적이지만 의무는 소극적이다. 남을 배려해야할 책임은 주류 법학에서 말하는 인권에 들어있지 않다.

한 교수는 근대식 천부인권 개념에서 나오는 주류인권담론의 한계를 지적한다. 인간은 역사 이래로 개인으로서, 집단으로서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부인권 담론은 개인으로서 인권만 강조한다. 이를 제재하는 것은 국가일 뿐이다. 여기서 빠지는 것이 집단, 공동체이다. 국가에 선행하거나 국가를 보완하는 공동체, ‘생활세계’는 배제돼 버리는 것이다.

이정민기자 

사회적 맥락에서 인권 고민해야

최근에는 새로운 인권담론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한 교수는 “공동체에 귀속된 구성원으로서 자아를 의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인권”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서 한 교수는 ‘시민권’을 강조한다. ‘내가 살고 있고 살고자 하는 공간에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시민권 개념의 핵심이다.

한 교수는 “생명권이 먼저냐 선택권이 먼저냐를 두고 낙태 찬반논란이 벌어진다”며 “미혼모에게 닥치는 생활 문제, 양육부담 등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므로 공동체에서 태아의 권리와 미혼모의 권리를 둘 다 만족시키는 배려를 해주면 낙태문제는 상당부분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개인의 권리만 갖고 토론해서는 답이 안나온다.”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마초 문제는 어떨까. 있을 수도 있는 해악 가능성을 두고 국가는 질서유지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개인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이라는 인권을 강조한다. 뚜렷한 국가목적을 위해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대마초를 합법화한다고 국가존립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다. 헌법 이론대로라면 대마초 합법화를 막을 이유가 없다. 한 교수는 “국가가 나서서 대마초 문제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에서 대마초 문제를 풀어야 하고 그 속에서 개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장실 낙서를 금하는 법이 있다면 이는 위헌이다. 과잉처벌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질서를 위해 제한해야 하긴 하지만 그 자체는 유의미한 행위라는 것이다. 가능하면 존중하는 것이 인권에 합치한다. 이는 게시판 실명제 논쟁으로도 이어진다. 한 교수는 “익명제로 할 경우 공해를 유발하는 게시물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실명제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 헌법의 요구”라고 강조한다.

“익명제에 따르는 현실적 위협이 있어야만 익명제를 규제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거나 그러기 싫은 사람들이 토론방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잃어버리는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민기자 

북한인권논란, 자유권과 사회권의 갈등

북한인권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자유권과 사회권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쟁이 북한인권 논쟁의 핵심이다. “과연 북한인권 문제가 체제모순에서 오는 것인지 저개발에서 오는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저개발이 문제라면 원인이 무엇인지, 그럼 다른 사회, 다른 공동체가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회권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 즉 교육,의료,의식주,노동권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자유권은 신체,거주이전,표현의 자유 등을 포괄한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인권담론에서는 자유권과 사회권을 분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유권은 당장 집행이 가능하지만 사회권은 미래에 누군가 해줘야 하는 것이고 범주가 다르다는 논리다. 북한인권 비판의 핵심에는 자유권침해 주장이 들어있다.

하지만 과연 거주이전의 자유만 보장한다고 해서 진정 자유로워 질 수 있는가. 세상에서 가장 거주이전의 자유를 잘 누리는 유목민이라 해도 집이 있고 말이 있어야 한다. 결국 사회권과 자유권은 분리할 수 없다는 논리가 등장한다.

인권의 보편성 담론 속에는 자유권 강조가 있다. 하지만 사회권에 대해서 보편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아직 작기만 하다. 자유권은 내버려두면 되고 돈이 안든다. 내정간섭의 가능성도 생긴다. 하지만 당장 오늘 먹고 살 물적토대가 없으면 정치적 억압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릴 수밖에 없다. 거기서 인권의 집단성이라는 요청과 인권보장을 위한 국제협력 의무가 나온다.

한 교수는 “개인의 생존과 자유는 따로 뗄 수 없는 주제”라며 “현대인권 개념은 개인 뿐 아니라 집단(공동체)을 중심으로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권리뿐 아니라 의무와 책임, 연대의식도 들어있다. “협력이라는 틀 속에서 서로 배려함으로써 평화를 이루고 발전을 이루는 인권이 바로 연대권, 평화권, 발전권이라는 인권담론이다.” 그는 “인권 이념은 보편적이지만 인권 문제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화두를 던지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4월 11일 오후 20시 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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