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인권학교 1강] 인권의 개념과 한국사회에서의 의미
2005/4/13
“인권은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천부적인 권리이다.” 이 쉽고도 단순한 문구는 숱한 투쟁과 피흘림, 갈등을 담고 있다. 2기 인권학교 첫시간 강의를 맡은 김녕 서강대 교수(인권연대 운영위원)는 인권개념과 역사에서 시작해 “세계인권선언 새롭게 쉽게 읽기”를 통해 인권의 뜻을 되새겼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세계인권선언에 어긋나는 인권침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어디선가 감시카메라가 나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있다.(12조) 장애인들은 지금도 이동권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13조) 한국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18조) 사회안전망은 갈수록 약해진다.(22조) 비정규직은 똑같이 일하고도 적은 임금을 받는다.(23조) 삼성에서 노조결성 시도는 해고나 불이익을 뜻한다.(23조) 대입시험장에 왼손잡이용 책상이 없다.(26조)”
가정 안에서도 세계인권선언 정신은 너무나 쉽게 훼손된다. “집에서 유리병이 깨지면 부모는 일단 어린 아이들을 의심한다. ‘니가 그랬지?’라며 범인으로 단정해 버린다.(11조) 자신이 안 그랬다고 하는 아이들은 볼을 꼬집거나 볼기를 때린다.(5조)”
세계인권선언이 만능은 아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서구식 자유권에 치우쳐 있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세계인권선언에서 3조부터 21조까지 자유권을 규정한 반면 사회권은 22조부터 27조까지 6개 조항 뿐이고 연대권은 하나밖에 없다”며 “사회권과 연대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계인권선언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경제적 평등을 담지 않고 정치적 평등으로 대체해 버린다”며 “선진국이 주도한 세계인권선언은 인민과 제3세계의 입장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고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덮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사유재산 보장(17조)을 명시했음에도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구속력과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물론 세계인권선언은 국제관습법적 효력을 가진다. 어느 국가도 세계인권선언을 명백하게 위반한다는 비난을 받고 싶어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국가가 세계인권선언을 공공연히 위반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인권과제가 계속 등장한다. 마약, 국제테러, 대량살상무기, 환경문제, 다국적기업이 저지르는 인권침해, 유전자복제, 유전자조작식품 같은 쟁점들은 지금도 많은 논쟁을 필요로 한다.
김 교수는 “세계인권선언이 결의된 해가 언제인지 묻는 시험문제만 봤지 내용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학교시절 경험을 들려주면서 “인권을 덜 가르칠수록 독재가 쉬워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학생들에게 세계인권선언을 읽게 하고 그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이란 나와 상관없다, 자선과 사랑이 먼저인데 인권은 투쟁만 주장한다, 인권은 권리만 내세운다, 인권은 퀘퀘먹은 얘기다… 인권에 대한 이런 오해들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폭넓게 남아 있다. 대표적인 인권악법인 국가보안법은 지금도 한국인을 옭죄고 있다. 빈자에게 수십년간 밥을 주는 자선보다 일할 권리를 일깨워주는 인권이 더 큰 사랑이다. 인권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인권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제기되는 문제이다.”
<춘향전>에서 성춘향은 남원관아에 잡혀 온갖 고초를 겪는다. 성춘향이 침해당한 인권은 세계인권선언 어느 조항에 해당할까? 김 교수는 5월 17일 6강 숙제로 “성춘향이 당한 인권침해를 찾아보라”는 숙제를 인권학교 참가자들에게 내면서 인권학교 첫 번째 강의를 끝마쳤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4월 13일 오전 10시 5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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