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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독도, '충분히 조용하지 못한게 문제다

by betulo 201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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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2월 22일 무렵이 되면 주한일본대사관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린다.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개최하는 걸 규탄하기 위해서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신한일어업협정 파기와 쓰시마섬 반환까지 주장한다. AP 등 외신들은 “오랜 지역분쟁 사안”으로 보도했다. 


  독도 ‘분쟁’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면 일본은 무조건 ‘수지 맞는 장사’다. ‘강력한 의지 표현’이 일본을 도와주는 역설이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석우는 이 부분을 독도 문제 ‘새롭게 보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독도 문제는 여러 모로 독특하고도 복잡하다. 일단 식민지배를 당했던 국가와 식민지배를 했던 국가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자체가 비슷한 해외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가 실효지배하고 있는데 식민지배를 했던 국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독도는 한일간 갈등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가 돼 버렸다. 한국은 분쟁이라는 말 자체를 막아야 하는 처지다. 일본으로서는 ‘밑져야 본전’이다. 결국 일본은 쓸 수 있는 카드가 아주 많고, 한국은 아주 적다.


 국제법과 해양법 전공자로서 오랫동안 독도 문제를 고민해온 이석우는 3월 26일 인터뷰에서 “영토문제의 해결에 있어 식민지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경우는 흔치 않다.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접근방법을 중심에 두고, 해법 위주의 접근을 해야 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특히 그는 “그런 관점을 당사국이 아닌 제3국에서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독도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만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라면서 “제3자가 보기에도 한국 주장이 타당한지 반문하는 것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정연호 기자


이석우는 2003년부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국제법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하해양법센터장이기도 하다. 영토 분쟁, 해양법, 국제사법제도 및 국제인권법을 주요 연구분야로 한다. 2001년 “International Law and the Resolution of Territorial Disputes over Islands in East Asia”라는 논문으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1년 대일평화조약(The San Francisco Peace Treaty with Japan of 1951)의 영토조항 해석 및 현 동아시아 영토분쟁에 대한 적용은 이 분야에서 권위적인 연구로 인정받고 있다.


 이석우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지만”이란 말을 자주 썼다. 한 가지 설명을 위한 전제를 길게 언급하는 것 역시 독도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조심스러운 상황인지 떠올리게 했다. 그럼에도 그는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넓은 의미의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기관으로 가는 상황”이라면서 “세계를 아우르는 전략적 접근이 절실하다”며 쓴소리를 아까지 않았다. 이 교수는 “정부 안에 독도 문제를 포함해 통일 이후 전체적인 영토문제까지 고민하는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필리핀 갈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2006년 유엔해양법협약 제298조에 따라 해양경계획정 등 문제에 대한 국제법원의 강제관할권을 배제하는 선언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재판 참가 자체를 거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해양분쟁은 현재 중재재판소에서 절차가 진행중이다. 독도에 대해 강제적 분쟁해결에 대한 선택적 배제선언을 한 한국 역시 선언의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제소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가령 현재 건설이 잠정 중단된 독도 해양과학기지에 대해 일본이 건설 중단의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도 있다는 것.


 이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콘트롤타워를 빼고는 여러모로 ‘상식’과 배치된다. 그는 “2006년 이후 급격히 늘고 있는 독도 관련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나서서 독도 교육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서 독도 열기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미국 신문에 독도 광고를 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국제사회에 외치는 것은 곧 갈등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레임 이론에서 말하듯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를 떠올리는 것과 동일한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나온 2013년 보고서.

 “일본 정부에게 독도 문제는 꽃놀이패’ 같은 것”이라는 지적도 생소하다. 그는 “일부에선 일본정부가 치밀한 계획 아래 차근차근 도발(?) 수위를 높인다고 말하지만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일본 정부에게 1순위는 센카쿠, 2순위는 남 쿠릴 4개 섬, 그 다음이 독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측 ‘도발’에 즉각 즉각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일본에게 학습효과를 심어준 측면도 있다”면서 “역설적이게도 독도에 대한 일반의 지나친 관심이 독도 해법을 위한 정책 방향 설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의 기존 독도 정책에 대해 “‘내 아내론’과 적극대응 사이에서 갈짓자 걸음을 했다”고 평가했다. ‘내 아내론’이란 자기 아내를 ‘내 아내다’라고 동네방네 외칠 이유가 없듯이 독도가 명백한 한국땅인데 국제사회에 강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으로, 이른바 ‘조용한 외교’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는 국내 비판여론과 ‘독도 문제의 정치화’에 밀려 정책적 변화를 겪게 된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2006년 4월 대국민담화와 이명박 대통령의 2012년 8월 독도 방문에 대해 “넘어선 안되는 선을 넘어버렸고,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거의 소진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제기한 특별담화문은 독도 문제를 식민지배와 연관시키며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 전까지 견지하던 동북아평화 노선에 대한 국내 비판여론이 워낙 거셌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당시 대통령까지 굳이 나서야 했는지 의문”이라면서 “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에서 담화문이 일종의 마지노선이 되면서 정부 스스로 퇴로를 막아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독도 방문에 대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독도 방문을 계기로 이른바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과 시민단체가 발언권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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