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산낭비사업으로 결론이 났고 국정조사 요구까지 제기되는 4대강사업 후속사업이 국민안전을 위한 ‘안전예산’이라고 하면 납득할만한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안전예산에는 국가하천정비사업과 국가하천유지보수사업이 6169억원이나 책정돼 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폭 증액했다고 자랑하는 내년도 안전예산 가운데 적지 않은 규모가 성격 자체가 다른 예산항목을 억지로 안전예산에 포함시키거나 안전을 빙자한 토건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신문이 정의당 김제남 의원,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정부가 밝힌 안전예산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 9월 기존에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안전 관련 예산사업을 안전시스템 구축·운영 위험시설 기능 강화 교육훈련 연구개발 재난예방 시설확충 7가지 기능별 분류에 따라 안전예산으로 재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도 안전예산은 23개 부처 327개 사업, 모두 14조 6000억원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예산규모별로는 국토교통부가 27.5%(4조 36억원), 농림축산식품부가 16.4%(2조 3837억원)로 비중이 가장 크다.
4대강 관련 예산이 안전예산에 포함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는 이 사업을 통한 기대효과가 “국민여가문화 수준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둔치정비”와 “문화, 관광자원개발, 지역 경제활성화 등으로 국토 재창조”로 돼 있어 안전과 무관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게다가 국토부가 평화의댐 치수능력증대에 331억원을 비롯해 댐건설 사업 10개(3470억원)도 안전예산으로 책정한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댐은 홍수예방 기능도 있지만 환경파괴라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존 국토부 행태를 볼 때 자칫 댐건설을 위한 방패막이로 안전예산을 이용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규모를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한 부풀리기 사례도 있었다. 김 의원은 예비비 2조 97억원을 안전예산으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예비비는 사용 목적을 정해놓지 않아 재해가 없으면 불용처리하기 때문에 예비비를 안전예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미래창조과학부 사업인 뇌과학 원천기술개발은 실제 안전예산에 해당하는 것은 뇌인지 분야 47억원에 불과한데도 전체 사업예산 140억원을 모두 안전예산으로 계산해버렸다.
국제기구 부담금과 안전 관련 산하기관 출연금도 안전예산으로 포함시킨 것도 도마에 올랐다. 국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교통안전공단,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식품안전정보원 등 5개 산하기관에 대한 재원보전 출연금 736억원을 포함시켰다. 소방방재청은 국내에 유치한 UN ISDR 동북아사무소와 UN방재연수원 활동지원을 위한 국제부담금 16억원을 집어넣었다.
김 의원은 최근 성남 공연장 사고와 관련해서도 “1999년 공연법 개정으로 ‘공연장 안전진단 의무조항’을 신설했는데도 정부는 공연장안전 선진화 시스템 구축 예산을 내년도 예산으로 처음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문체부에서 30억원을 요구했는데 정부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10억원으로 감액 조정됐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예산 확보를 외치지만 실질적인 예산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소방방재청이 국민안전기념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과 기본설계 명목으로 2억원을 편성한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한다면서 기념관이란 이름을 붙이는게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방방재청 자료에도 향후 추진계획에 ‘관련 부처 및 관련인과 협의하여 구체화 예정”으로 돼 있다”면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일단 예산만 확보하고 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게 다 국민안전을 위한 겁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