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여당이 공무원과 국민 의견수렴 없이 너무 일방적으로, 그것도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것입니다.”(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이제 새누리당과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으니 이제부터 여야와 공무원노조 등이 함께 최종안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봅니다”(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 회장)
28일 서울신문사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대담에 나온 김 교수와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모두 대화와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 김 교수는 새누리당이 밝힌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김 교수는 “해묵은 과제였던 ‘하후상박’ 문제를 국민연금 방식처럼 소득재분배 개념(A급여)을 집어넣어 해법을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사회정의 관점에서 옳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공무원연금에는 후불임금과 퇴직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단순비교는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퇴직자가 오래 산다고 죄가 되는 세상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 “수급연령 조정과 정년연장 같이 논의해야”
이 위원장은 연금수급연령을 늦추는 것은 정년연장 논의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 위원장 얘기한대로 연금수급 연령 문제가 존재하는 건 맞지만 현재로선 국민연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면서 “미래세대 부담을 생각하면 수급연령을 늦추는 건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년연장과 소득활동 문제는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정년 문제를 국민연금과 같이 논의하자는 건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 평균 퇴직연령이 50세 즈음이고 재취업도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면서 보완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고령사회 진입도 목전인데 정년연장 논의가 빠진 것은 결국 일단 연금 삭감해놓고 나머지는 정부한테 떠넘기는 속내 아니냐”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 김용하(왼쪽) 순천향대 교수와 이충재(오른쪽)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공무원연금제도 개혁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새누리당이 수령액에 따라 2~4%로 차등부과하겠다고 밝힌 ‘재정안정화 기여금’과 고액연금 수급액 동결에 대해서는 명분론과 현실론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소득재분배 문제는 공무원노조에서도 거론했던 내용”이라면서 “구체적인 수준은 공무원 의견을 반영하면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이 위원장은 “퇴직자들한테서 기여금 징수하기가 썩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 기여금 징수가 정부에게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438만원 이상 고액연금자에는 10년간 연금액을 동결한다고 하지만 그 대상은 수백명에 불과하다”면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기여금 취지는 재직자 부담증가를 감안해 퇴직자도 동참하자는 것”이라면서 “고액연금액 동결도 재정효과보다는 국민정서 문제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연금은 이제 부담을 더 늘릴수도 혜택을 더 줄일수도 없을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언급에 대해 이 이원장은 즉각 “좋아서 개정할 게 없는게 아니라 더 나빠질게 없어서 개정할 게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편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제로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국민연금 기여율과 지급률 조정과 연금재정 지속가능성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공적연금이란 틀 속에서 국민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공무원연금 논의 이제 시작이다”
새누리당이 연금개혁안을 내놨다고 해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9월 이후 약 1개월 동안 많은 의견이 나왔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협의를 해야 할 때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협상을 하더라도 각자 협상안을 교환하고 그걸 바탕으로 논의하는게 순서인데 지금은 야당과 공무원노조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들이 상호 비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당사자 의견을 들을 자세가 돼 있다면 법안발의는 마지막 단계가 되었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간다”고 반박했다. 그는 “9월에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와 처음 만났을때 노조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몇 주 만에 여당안을 발표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노조는 자체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공적연금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혁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굉장히 소모적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이 위원장은 장기적인 공적연금 개혁에 대해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봤다. 하나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기초연금과 소득비례 국민연금이라는 ‘다층구조’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은 “제도는 길게 보고 만들어야겠지만 국민적 합의를 위한 논의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면서 “어렵다고 미루다보면 갈수록 힘들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개인의견을 전제로 “공적연금 핵심은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다층구조라는 맥락 속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편적 기초연금과 소득비례 국민연금이라는 다층구조 얘기를 1990년대 내가 처음 거론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는 “몇 만원씩 주는 노령수당이 이제 기초연금까지 발전했다”면서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적합의가 관건” 의견일치
공적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건 둘 다 공감했지만 이를 위한 논의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국회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쪽이고, 이 위원장은 정부와 정치권, 공무원노조, 시민단체까지 포괄하는 사회적합의에 초점을 맞췄다. 여당에 대한 불신 정도에 따른 의견차이였다.
김 교수는 “2007년 연금개혁 당시 사회적합의기구를 만들었는데 전문위원으로 참여해서 보니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느라 아무 결론도 못 내더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민주국가에서 백가쟁명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몇 개월만에 결론을 내겠다는 조급증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공노를 비롯한 ‘공적연금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11월 1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무원연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공무원노조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총궐기대회 이후에는 대화를 위한 자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공무원도 국민이다. 하국을 발전시키는데 주역이 공무원이다”면서 “더이상 갈등이 증폭되는 건 비생산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총궐기대회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중요한건 그 이후 정부와 공무원조직이 서로 충분히 듣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 역시 “공적연금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게 우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충재는
전남 광양시 공무원(1989년) 민주공무원노조 사무처장(2007~2009)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 위원(2008)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2009~2012)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용하는
성균관대 경제학과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