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조직개편안의 핵심이었던 안전관리가 세월호 침몰사고를 맞아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네번째로 ‘안전과 통합의 사회’를 제시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하고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개정해 중대본이 총괄·조정하는 통합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정작 중대본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에 중대본은 기본적인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D+3시간” 즉 “사고 발생 뒤 3시간 이내에 재난대응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16일 오전 8시 58분에 전남 목포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침몰 신고가 접수됐지만 정부가 사고에 총괄 대응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건 오전 9시 45분이었고, 전남도가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오전 9시 50분이었다. 잠수가 가능한 특수구조 인력이 사고 현장에 투입된 시간은 오후 12시가 지나서였다.
‘정부3.0’ 구호를 무색하게 만드는 팩스와 전화통화로 이뤄지는 업무처리는 정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려 버렸다. 중대본은 사고 발생 당일 해양경찰청으로부터 구조·실종·사망자 현황을 상황보고서 문서를 통해 계속 보고받았다. 전산 시스템이 아니라 팩스 등을 이용한 종이 문서 보고 방식이었다. 만일 해경에서 파악한 인명 피해 현황을 전산 시스템으로 처리해서 중대본 상황실과 중대본을 구성하는 각 중앙부처, 사고 현장 일선에서 활동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면 구조·실종자를 파악 과정에서의 혼선을 줄이고 현장 근무자들이 구조·수색 및 구호 활동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현재 정부는 중대본 외에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규정상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필요시 해당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부처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관성 있는 현장 지휘체계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현장인력들에게 업무가 몰리는 ‘깔때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난관리 전문가인 이동규 동아대학교 석당인재학부 학부장은 “중대본에 순환근무를 배제하고 전문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대책이 없으면 10년 뒤에도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정부가 보여준 혼선이 이미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부터 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위 국정과제 92번과 93번은 각각 ‘총체적인 국가 재난관리체계 강화’와 ‘항공, 해양 등 교통안전 선진화’인데 주관부처는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돼 있다”면서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 기능강화’와 ‘해양사고율 10% 저감을 목표로 범정부 해상안전 대책을 시행’이 유기적인 연결없이 나열돼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2014.04.19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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