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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부실덩어리 석탄공사, 방만경영 비난하면 문제 해결될까?

by betulo 201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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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면 이웃과 온정을 나누기 위해 연탄을 나누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연탄이 거대한 부실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1950년 설립된 대한석탄공사는 메스를 들이대야 할 첫번째 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게 전부일까. 


 감사원은 ‘알리오’(공공기관경영정보 공개시스템)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해도 2007년 이후 24건이나 되는 지적사항을 석탄공사에 요구했다. 특히 2008년과 2009년, 2012년에 연달아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드러난 석탄공사 방만경영과 난맥상은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법인카드를 사사로이 쓰거나 카드깡을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한국노총 전국광산노조연맹 위원장과 석탄공사 노조위원장은 친형제로서 20년 넘게 재임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경영진보다 더한 권세를 휘둘렀다. 


 당시 감사원은 “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등 재무구조가 매우 부실한 상태이고 수차례 감사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경영행태가 재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사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2014년 현재 석탄공사는 과연 얼마나 방만한 경영행태를 탈피했을까. 2008년 말 기준으로 1조 3760억원이었던 부채는 2013년 상반기에 1조 5144억원을 넘어섰다. 1000억원 가까운 당기순손실이 해마다 발생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지난해 펴낸 예비심사검토보고서는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자산보다 부채의 증가규모가 커서 자본잠식 상태가 점점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감사원은 기관운영감사 등을 통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계속 진행해왔다. 감사를 통해 비위 행위를 저지르거나 공공기관 부실 경영 등을 초래한 인사들을 고발하고 해당 기관장이나 상급 기관인 주무부처 장관 등에게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징계·주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은 여전히 개혁 대상으로 남아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강도높은 감사요구와 비리 적발에도 불구하고 왜 석탄공사는 대규모 정부지원 없이는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일까. 


 감사원 관계자들은 분명 최선을 다해서 감사를 했다. 문제는 감사가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만능열쇠가 될 수 없는데도 감사원이 만능열쇠인양 행동한다는 점이다.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부소장은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강화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사후 조치에 해당하는 감사만으로는 공공기관 개혁을 견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기관 개혁은 국가의 전략적 측면에서 공공기관 소유권 부처인 기획재정부나 국가사업을 추진하는 주무부처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석탄공사는 수십년간 계속됐던 낙하산 기관장 관행과 석탄을 캐는 광부보다 관리직이 더 많은 것에서 보듯 조직에 문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부실 원인은 1989년부터 정부가 추진중인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과 생산량 감축, 진폐증 보상을 위한 산업재해보험료 급증, 가격통제로 인해 원가의 절반도 안되는 연탄판매가격 등에서 찾아야 한다. 


  태백에서 지역운동을 하는 원기준 목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은 석탄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를 지적한다. 그는 "연탄가격은 373원인데 원가는 800원 수준이다. 정부보조금은 원가보전에 모자란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연탄값 안정을 명분으로 석탄과 연탄의 최고판매가격을 고시한다. 탄광업체가 연탄회사에 석탄을 팔 때 최고판매가격은 1톤당 14만원 선이다. 석탄공사의 생산단가는 20만원 가량이다. (130620 조선일보, 빚내서 퇴직금 지급하고...임금인상은 정부가이드라인의 2배) 원기준은 "석탄공사는 활로를 찾을 기회를 놓친 측면과 정부지원에 안주한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는 정부정책이 석탄공사 경영부실에 차지하는 영향이 74% 가량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결과보고서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은 부실한 ‘정부정책’이나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낭비 논란’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비리 직원’과 ‘수억원짜리 집행 과실’ 뿐이다. 


 현실적으로 감사원은 정부정책 자체를 바꾼다기보다는 기존에 정해진 정부정책과 법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는지 사후에 점검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더구나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최근 3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으로 공공기관감사를 하겠다는 건 결국 ‘청와대 눈치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은 필연적으로 ‘창피주기’와 ‘찍어내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해당 공공기관 역시 ‘소나기 피하기’로 대응하기 십상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잊는 건 오늘도 지하에서 검은 석탄가루를 마시며 탄광일에 매진하는 광부들이 아닐까. 취재를 위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석탄공사지부에 전화를 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조합원 1500명이 넘는데 반해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조합원이 20여명에 불과하다. 이 곳 부지부장인 정찬식씨는 "정부와 언론이 우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데 화가 난다"면서 "시킨대로 석탄 캐다, 시킨대로 사람 줄이고, 노동강도도 엄청나게 강해졌다. 정부정책에 따라 지하에서 석탄 캔 죄밖에 없는데 어제는 산업역군이라 하더니 이제는 애물단지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정도에 비하면 우리가 과연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느냐"고 덧붙였다.  


2012년통계연보.pdf


감사원(080813) 대한석탄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감사.hwp


감사원(090615) 대한석탄공사 감사.hwp


감사원(12.07) 한국지역난방공사 및 대한석탄공사 기관운영감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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