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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등수 말고 점수를 보라" (2004.10.19)

by betulo 2007.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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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수 말고 점수를 보라"
[부패지수] "등수"만 따지는 언론보도행태 꼬집어
반부패연대 입장
2004/10/19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국가별부패인식지수를 해마다 발표하는 반부패국민연대는 독일에 있는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를 맡고 있다. 오는 20일 부패인식지수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반부패연대는 벌써부터 언론사에서 밀려오는 전화세례에 걱정이 많다. 

 

반부패연대가 고민하는 가장 큰 고민은 언론의 보도행태다. 지난해 부패인식지수 발표 보도자료를 썼던 안태원 전 반부패국민연대 사무국장은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할 때가 되면 각 언론사마다 전화를 걸어 한국이 몇등을 했는지, 일본이나 타이완은 몇 등을 차지했는지만 물어보고 점수는 안물어 본다”며 “그러다보니 보도자료도 등수를 강조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다른 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한국의 부패정도를 보여주는 데 부패인식지수의 의의가 있다”며 “부패인식지수를 금과옥조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경우 국내 사람들이 느끼는 부패인식지수는 국가별부패인식지수보다 아주 낮다”며 “부패 정도를 어떻게 느끼느냐는 사람마다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언론은 항상 등수만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등수가 아니라 점수, 더 중요한 것은 점수의 경향성”이라며 “언론이 진정 부패를 없애는 데 관심이 있다면 선정적인 보도가 아니라 장기적인 대안을 중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권영태 기획실 차장은 “부패인식지수 등수를 올리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며 “김영삼 정부 초기처럼 강력한 사정을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것도 안되면 언론통제를 하면 된다”고 꼬집는다. “내신성적이 아닌 바에야 등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서 표준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는 표준편차가 0.5를 넘지 않는데 한국은 1.0을 오르내린다. 이는 한국의 부패정도를 시각에 차이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곧 부패인식지수가 올라갈 여지도 많고 내려갈 여지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권 차장은 “부패문제에서 한국은 특이한 경우”라며 “제도와 법은 잘 돼 있는데 운영이 잘 안되는 모순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든 민원이 인터넷으로 공개되고 열의만 있으면 누구나 행정을 모니터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반부패시스템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관은 관대로 민은 민대로 따로 노는 바람에 시너지효과가 안나고 시스템이 겉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시스템은 어느 정도 정착됐고 문화를 정착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어느 정도 닦은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부패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반부패 문화를 가꾸어 가야 한다”며 “민관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부패연대 관계자들은 “외국의 성공사례를 무작정 들여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 규제개혁위원회 활동을 예로 들며 “규제를 없애니 부패가 오히려 늘어났고 이제는 규제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규제를 푼다고 부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싱가포르나 홍콩은 한국이 따라야 할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싱가포르나 홍콩은 도시국가이고 처벌 위주로 반부패정책을 펴며 무엇보다도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0월 19일 오전 4시 1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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