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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한통련 고국방문, 사실상 명예회복 이뤄져 (2004.10.10)

by betulo 2007.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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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련 고국방문, 사실상 명예회복 이뤄져
146명 정식여권 받아 고국방문
2004/10/1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그들은 대한민국을 ‘어머니 조국’이라 불렀고 ‘조국’은 그들을 ‘빨갱이’라 불렀다. 그들이 이제 ‘해외한인 민주단체’로서 제 이름을 찾았다.

 

40년 넘게 ‘친북단체’ ‘반국가단체’ 굴레에 묶여 있던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관계자 1백46명은 지난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번 고국방문은 무엇보다도 정식여권을 받아 공식 입국했다는데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동안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한국방문조차 허가받지 못했던 한통련은 이로써 완전한 ‘정치적 명예회복’을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통련 관련 조작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해외민주화운동 재평가 등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경민 한통련 오사카지부 부대표위원이 자신의 여권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번 한통련 고국방문을 위해 한국영사관에서 발급받은 이 여권은 이번 한통련 고국방문의

              의의를 상징한다. 한통련 회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향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

              권발급을 거부당했다. (위 사진)

              한통련 창립멤버로 44년만에 고국땅을 밟은 곽동의 한통련 고문이 축하화환을 받으며 감

              개무량해 하고 있다. (아래 사진)

 

지난해 이맘때 29명이 입국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는 임시여행증명서를 통해 입국했다. 그전까지 한통련 회원들은 한국국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일한국영사관에서 여권발급을 거부하는 바람에 외국 방문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

 

김정부 한통련 의장은 도착성명을 발표해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정식여권을 받아 입국하게 됐다”며 “이것은 한통련이 실질적으로 명예회복했다는 증거이며 한국사회의 민주적 성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고국방문에 각별히 배려해준 관계당국과 환영위원회, 국민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의원, 운동권 출신 일부 정치인들에 쓴소리

 

이번 한통련 고국방문을 주도한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한통련 고국방문단 환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민주화 덕분에 출세한 분들 가운데 자기들만 고생한 줄 아는 사람들은 한통련의 노고를 잊지 않아야 한다”며 민주화경력을 앞세우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쓴소리’를 던졌다.

 

임 의원은 “한통련은 누구처럼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고 지위를 바라지도 않는다”며 “한국 국민 모두가 한통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향서를 안쓴다고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던 한통련 회원들 얘기에 가슴아팠던게 엊그제 같다”며 “일본에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고생하신 분들이 공식방문하니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의원은 한통련 고국방문 환영행사 한켠에서 반대집회를 하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생각이 다르고 지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고국에 오는 걸 막을 수 있느냐”며 “설령 간첩이라도 고국 땅도 밟지 말라고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최병모 환영위원회 상임대표(전 민변 회장)은 “이번 한통련 고국방문이야말로 공식적이고 온전한 고국방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통련 명예회복으로 과거사청산의 한 고리가 풀렸다”며 “한통련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이번 방문으로 나 자신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게 됐다”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이기욱 변호사(환영위 조직위원장)는 “명실상부하게 한통련이 정치적으로 복권된 것”이라며 “앞으로 한통련이 재일동포사회에서 큰 구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버 한통련 고국방문이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에도 긍정적으로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연도 가지가지

 

김 의장은 도착성명에서 “드디어 우리는 애국의 길을 걸어온 회원, 후배들과 함께 한통련 대표단으로서 당당하게 조국 땅에 서게 되었다”며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다”고 밝혔다. 이 말은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한 한통련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대변했다. 김창범 오사카본부 히가시오사카지부 대표위원은 “감격스럽다는 것밖에 아무 생각도 안난다”며 “어제 한숨도 못잤다”고 털어놨다.

 

강춘근 중앙본부 부의장은 “30년이란 긴 세월만에 나라를 찾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여권도 발급받은 만큼 앞으로는 한국을 자주 찾고 싶다”며 “한국 시민사회단체들과도 더 많이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통련 고국방문단에는 온갖 사연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청운동을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하다 죽은 어머니의 유골을 고향산소에 모시 수 있게 된 사람도 있었고, 19살에 한청 운동을 시작한지 29년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고국을 밟는 사람도 있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다.

 

허경민 오사카지부 부대표위원은 “70년대 한국에서 유학할 당시 같이 공부했던 학우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재일동포 2세로 한국으로 유학와 고려대 의예과에서 다니던 그는 같이 공부하던 친형 서경조씨가 간첩단사건으로 구속되는 사건을 겪었다. 일본에 돌아와 구명운동을 벌이던 그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청에 가입하게 된 경우다.

 

            한통련 고국방문단 1백46명이 4.19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번 고국방문단은 한통련 중앙본부와 도쿄, 가나가와, 나고야, 교토, 오사카, 효고, 히로시마 등 각 지방본부와 회원단체인 한청, 학생협, 민주여성회 등 1백46명이며 재일동포 1세부터 3세까지 걸쳐 있다. 방문단 대부분이 첫 고국방문이다.

 

1973년 일본에서 결성된 한통련은 유신반대운동, 김대중 석방운동, 통일운동 등 해외민주운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한통련 고국방문은 8월18일 국내 각계인사로 구성된 한통련고국방문단 환영위원회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한통련은 수유리 4.19묘지를 참배했으며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저녁7시부터 환영행사에 참가한다. 11일에는 5.18묘역을 참배하고 5.18기념문화관에서 환영집회를 연다. 특히 14일에는 한통련 초대 의장으로 추대돼기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통련 대표단이 만나게 된다.

 

노사모가 한통련 반대집회?

 

한편 이날 고국방문 행사장 한켠에선 몇몇 인사들이 “친북 반역자들은 북으로 가라”며 야유를 보내는 등 한통련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기자회견 내내 큰 목소리로 야유를 보내며 기자회견을 방해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들에게 기자가 어느 단체에서 왔는지를 묻자 이들은 “시민의신문과는 얘기하지 않겠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은 “우리는 노사모에서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영행사에 나온 한 인사는 “그들이 ‘자신들은 무한전진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친북인사들이니 평양이나 갈 것이지 한국엔 왜 왔느냐”며 노골적으로 한통련 고국방문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국가보안법이 폐지 안되도 이 모양인데 국가보안법이 폐지라도 돼면 얼마나 ‘개판’이 돼겠느냐”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아야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 앞 광장에 1백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고국에 오기가 이리도 힘들다니”

 

곽동의 한통련 고문

 

이날 한통련 고국방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44년만에 고국땅을 밟은 곽동의 한통련 상임고문(아래 사진)이었다. 48년경 일본으로 건너가 민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곽 고문은 한통련 창립과 김대중 석방운동 등을 주도하며 지금까지 한통련의 원로로서 활동해 왔다.

 

곽 고문은 지난해 한통련 고국방문 당시 한국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지병인 심장질환이 악화돼 방문을 몇시간 앞두고 고국방문을 포기해야 했다. 이번에도 일본을 휩쓸고 있는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늦어져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감은

 

△고국 오기가 이렇게도 힘들다. 천신만고 끝에 고국땅을 다시 밟으니 말로 다 할수 없이 기쁘다. 심장발작에 대비해 항상 비상약을 갖고 다닌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약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어떤 일을 제일 하고 싶은가

 

△고국에 왔으니 보고 싶은 게 많지만 가장 보고 싶은 건 사람들이다. 높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다. 특히 전태일 열사, 이한열 열사, 박종철 열사처럼 민족과 민중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열사들의 유가족들을 제일 먼저 만나고 싶다. 그분들은 귀한 아들딸을 조국을 위해 바쳤고 자식들의 유지를 잇기 위해 싸워온 분들이다.

 

-40여년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되는데

 

△김 전 대통령을 만나면 납치사건과 내란음모사건 등으로 얼마나 고초가 많았는지 위로부터 하고 싶다. 또 누구도 하지 못했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등 남북통일을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점을 치하하고 싶다.

 

-김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고국방문과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서운하지는 않았나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에는 기대도 많았고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과 직접 관련된 일이라 오히려 더 힘든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분은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작년에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한 한통련 회원들에게 들으니 김 전 대통령이 ‘갑자기 못 오게 돼 만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앞으로 계획은

 

△세상 모든 일은 진행형이다. 진정한 민주국가 징표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남의 나라 간섭받지 않고 우리 국민의 뜻으로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금 한반도 전쟁위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여전히 입국이 불허된 해외민주인사들이 있다

 

△한국정부가 포용력을 발휘해 줬으면 한다. 그들이 고국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만나서 얘기하면 오해도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선 국보법 폐지가 쟁점인데

 

△국가안보는 법으로 지키는게 아니라 국민의 애국심으로 지키는 것이다. 국민이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를 만들면 국가안보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국보법 폐지 이후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우에 불과하다. 한국인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0월 10일 오전 11시 5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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