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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무상보육 지방재정부족, 서울시 탓만 하는 복지부

by 자작나무숲 2013. 5. 27.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무상보육’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 부족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을 때 무척이나 놀랐다. 대체로 이런 취지였다. “지난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지방비 부담 증가분 문제를 자치단체와 합의했다.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도 예산부족사태 얘기가 나오는건 자치단체에서 제도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예산을 예년 기준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복지부에서 주최한 설명회와 배포자료는 좀 더 직설적이었다. “재정자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는 양육수당예산을 2012년 기준(0~2세 약 소득하위 15%)으로 설정해 필요한 재원보다 크게 부족하게 편성했다. 여타 자치단체에 비해 예산편성 의무이행 의지가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직접적으로 해석하면 “박원순 시장은 입만 열면 복지 복지 하는데, 알고 보니 겉다르고 속다른 것 아닌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관계는 기본적으로 갑을 관계다. 그걸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방자치 확대를 금과옥조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의 역할’에 더 관심이 많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는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분권이니 위탁이니 하는 이름으로 많은 권한을 지방과 민간에 이전한다고 했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복지분권화를 지방과 별다른 논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해버렸고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은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를 밀어붙이면서도 줄어든 세금이 각종 교부세 감소로 이어져 지방재정이 수렁에 빠진다는 건 이해하지 못했다. 2011년 연말에 느닷없이 등장한 뒤 지난해 1년 내내 논란을 일으킨 ‘무상보육’은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에 떠넘기는’ ‘한국식 복지제도’의 결정판이었다. 


 논란과 아우성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9월 13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자치단체에 약속했다. “보육체계개편은 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추가 재정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서울시는 그 약속을 근거로 2012년 수준으로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회 예산안심의 과정에서 보육체계개편이 이뤄졌다. 추가 재정부담도 발생했다. 그나마 국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액 국가가 부담하자고 했다. 그걸 거부한 건 복지부였다. 더구나 국고보조사업은 지방정부에서 힘들다고 발빼버리면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복지부로선 ‘자업자득’인 셈이다. 


2012년 9월13일 김황식 국무총리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들이 만나 합의한 내용을 전한 당시 보도자료 일부.



2013년 5월22일 보건복지부 기자설명회 배포자료 일부



 진영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당시 복지공약을 세울때 예산추계를 충분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믿고 싶다. A4 넉장짜리 ‘대선공약집 소요재원’에는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이라고 한 다음 “교부금 13조원”이라고 써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24개 구청장들이 예산편성 어렵다고 호소할때 미리 알려줬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재원조달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걸로 결론냈다고 하니 이제라도 집행만 하면 될 일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 장관에게 “완전한 국가 책임”과 “예산추계 이행”을 기대한다. 


무상보육 제도와 예산 추이



2012년 무상보육으로 인한 지방재정부족사태가 일어나자 정부는 무상보육을 폐기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과 대선을 앞둔 국회 반대 등 때문에 무상보육 확대로 결론이 났다.


서울신문 2013년 5월27일자 30면에 실린 기자수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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