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등 도시철도 건설을 위한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지난 7년간 발행한 지방채가 1조 699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부터는 해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 당장 2014년이면 이자 규모만 해도 5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빚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면 당장은 간편할지 모르지만 7년 뒤에 재임하는 후임 시장으로서는 한꺼번에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장기계획 없이 임기 동안 성적표만 생각해서 후임들에게 시한폭탄을 남겨놓는 도덕적해이를 막기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단독입수한 서울시 지방채 현황과 상환잔액 등 자료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6년 처음으로 도시철도건설사업 명목으로 887억원어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후 2007년 2912억원, 2008년 3597억원, 2009년 6117억원 등 해마다 발행 규모를 늘렸다. 올해도 517억원이나 된다. 금리는 모두 2.50%로 했다.
1999년 개정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채조례 제4조 규정에 따라 지방채는 모두 7년거치 뒤 원금과 이자를 일시상환하는 조건으로 발행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해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원금잔액을 갚아나가야 한다. 거기다 내년부터는 이자도 발생한다. 내년에는 이자 규모가 161억원이지만 2014년에는 511억원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이자조차도 7년 거치기간 동안 5년 복리, 2년 단리로 계산하기 때문에 상환할 때가 되면 만만치 않은 규모가 돼 버린다.
시가 채무를 끌어다가 대규모 공사비에 조달할 경우 당장에는 예산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눈속임이 가능하다. 어차피 자신의 임기 중에 상환일시가 돌아오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7년 뒤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상환압박에 이자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재정전문가인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부채는 지출을 잠시 유예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부채 자체가 역진세 효과를 갖기 때문에 조세 형평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심각히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채권자인 부자들의 배를 채우는 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7년거치 일시상환이라는 방식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거나 근거없는 낙관을 한게 아닐까 싶다.”면서 “시 입장에서 2조원 가까운 부채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에서는 어느 공사에 어느 정도 지방채를 투입했는지 기초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통합적인 지방채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무부서인 재정담당관실에선 심지어 현황을 묻는 기자 질문에 지방채 관리와 상관도 없는 도시기반시설본부 기획예산과, 그 다음에는 교통정책과에 물어봐야 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2012년 4월26일자 12면. 일부 내용은 차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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