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해 지방세 비과세·감면 액수가 2조 3603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지방세 징수액 11조 7565억원 대비 16.7%나 되는 액수를 고스란히 세금을 걷지도 않거나 걷더라도 감면해준 셈이다. 지난해 정부가 취득세 50% 감면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서 보듯 중앙정부가 결정한 지방세 비과세·감면이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지방재정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셈이다.
10일 서울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서울시 지방세지출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세 비과세·감면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당시 비과세·감면액은 1조 9604억원었는데 1년만에 3999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비과세·감면율도 2010년도 15.2%에서 지난해에는 1.5%p 증가했다.
비과세·감면이 늘어난다는 것은 조세정책에서 합법적인 예외와 특혜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가뜩이나 재정 여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기득권층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시에서 시행하는 특별시세 비과세·감면 항목은 모두 140개나 된다. 가령 지방세법에 따른 ‘국가에 대한 비과세’는 국가에 대해 각종세금을 비과세하는 것으로 지난해 906억원을 비과세했다. 교육분야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사립학교 및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과세특례’가 있다. 지난해 484억원을 감면해줬다.
지방세법에 따라 사립학교와 외국교육기관에 대하여 취득·등록·면허·주민·재산·도시계획·공동시설·지방소득세를 비과세한다. 종교나 제사를 목적으로 한 비영리단체에 대해 각종 세금을 비과세하는 명목으로 감면해준 것도 472억원이나 됐으며, 장애등급 1~3급(시각장애 1~4급) 장애인의 2000CC 이하 승용차에 대해 취득·등록·자동차세를 면제해준 것도 지난해 305억원에 이르렀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재정이 받는 ‘외풍’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시가 취득세를 비과세·감면해준 액수는 무려 1조 9052억원으로 전년도 8412억원보다 1조 640억원이나 늘었다. 중앙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취득세 50% 감면을 발표해준 결과가 시 취득세 세입을 반토막냈다.
중앙정부는 생색내고 자치단체는 등골휜다
중앙정부가 정책목표를 위해 지방세 비과세·감면을 이용하는 관행에 따라 지방세 비과세·감면액이 갈수록 늘어나고 지방자치단체가 갈수록 재정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국회에서도 우려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14일 낸 '지방세 비과세 감면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지방세특례제한법과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법정감면은 사실상 경기부양, 서민생활지원 등을 위해 중앙정부 주도로 도입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근거 법규별로 지방세 비과세 감면액을 살펴보면, 2010년을 기준으로 지방세법에 의한 비과세 감면액이 총 비과세 감면액의 80% 이상(11조 2671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감면조례가 약 10%(1조 4217억원), 조세특례제한법이 약 9%(1조 2944억원)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 비과세 감면을 하고 안하고 결정할 힘 자체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방세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당시 지방자치단체 지방세 비과세·감면액은 5조 2922억원으로 12.8%였지만 2010년에는 13조 9832억원으로 22.1%까지 늘어났다. 지방세 수입총액은 연평균 5.9% 증가하는 동안 비과세·감면액 증가율은 29.8%나 늘었다.
보고서는 “국세의 비과세·감면율이 14.6%인데 반해 지방세 비과세·감면율이 22.3%나 된다.”면서 “2010년 기준으로 국세수입은 지방세수입보다 3.6배 많지만 감면액만 놓고 보면 국세감면액이 지방세감면액보다 2.2배 크다.”고 지적했다.
연도별 지방세 비과세감면 규모 추이.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지방세 국세 비과세 감면 현황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과다한 비과세·감면은 비과세·감면 대상자를 일종의 기득권층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과세형평성을 떨어뜨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비과세·감면을 없애도록 한 일몰규정에도 불구하고 15년 이상 지속된 지방세·비과세 감면이 전체 감면액 가운데 57%가 넘는다면서, 이는 비과세·감면의 당초 취지를 퇴색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80% 이상이 전액 감면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일몰제를 엄격하게 운용하고 여러 법률에 걸쳐 있는 비과세·감면 규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11_1114(국회입법조사처) 지방세 비과세감면의.pdf
11_1216(국회예산처) 지방세의 현황과 과제.pdf
@이 글 일부 내용을 요약해서 2012년 4월11일자 서울신문 기사로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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