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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원숭이’는 무죄 (2004.7.30)

인권을 생각한다/송두율 교수 사건

by betulo 2007. 3. 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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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9개월 만에 ‘다섯번째 원숭이’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지난 3월 1심 최후진술에서 ‘다섯 마리 원숭이’ 비유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도전하는 정신을 표현했던 송 교수는 지난 21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시민사회는 법원이 “송 교수가 조선로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한 점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판결은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집행유예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송두율 교수가 아내 정정희씨와 함께 구치소를 나서며 인권단체 회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김용균)는 지난 21일 송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피고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의심이 없지 않지만 증명력이 없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술활동을 통한 반국가단체 지도적 임무종사에 대해서도 “북한에 편향된 저술이기는 하지만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충분히 여과될 수 있다”는 이유로, 김일성 주석 조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생일축하편지를 보낸 혐의에 대해서는 “의례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국가안전을 해칠 명백한 위험으로 보기 어렵다”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91년 5월부터 2년여동안 5차례 방문해 김일성 주석 등을 만난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와 황장엽씨를 상대로 허위로 민사소송을 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판부가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규범성을 갖추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자의적, 편의적 법집행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이들 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는 입법 취지에 따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부분이다. 이는 국가보안법 적용을 매우 엄격히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검찰은 “폐쇄적인 북한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그 정도로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면 김정일을 증인으로 세워야만 유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송 교수는 석방 직후 “재판부가 이 시대와 민족을 위해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며 “이제 21세기에 한반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조만간 독일로 돌아가 건강을 추스르는 한편 뮌스터대학에서 겨울학기 강의를 준비할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판결을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의 판결에 안도한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재판부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일면 진일보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드디어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증거주의 등 기본적인 형사법 원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과 기본적인 사상․양심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한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법적 판단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불충분한 근거로 여론몰이를 해왔던 검찰, 국정원, 일부 보수언론의 행태를 항소심 재판부가 뒤늦게나마 시정했다는 점과 학술활동을 국가보안법으로 재단하지 않은 점 등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보안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도 한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국가보안법이 존속하는 한 근본적으로 인권침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모든 민주세력들은 한층 분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변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냉전적 대결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공안검찰과 사법부의 자의적인 법 적용은 계속될 것”이라며 “송 교수 같은 국가보안법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과 검찰 공안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2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고 다만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타협적 결론을 맺은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국가보안법 폐지로 종결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 시민의신문 555호(2004년 7월 26일자) 23면 기사
2004년 7월 30일 오전 11시 4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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