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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송두율 교수 사건

홍진표가 송두율 교수를 "주사파 대부"로 지목했던 까닭은(2004.02.10)

by betulo 201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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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운동권이 송두율을 주사파라고 규정하면 송두율은 자동으로 주사파가 되는 것일까?

적어도 그 자리에선 그런 분위기였다. 때는 2004년 2월10일 송두율 교수가 간첩인지 아닌지 가리는 재판이 열리던 법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출두한 홍진표라는 사람이 자신을 전직 운동권이라며, 송두율은 주사파 대부라고 했다. 검찰은 그게 곧 송두율이 주사파 대부라는 증거인양 분위기를 유도했다. (그럼 법대 나온 내 친구가 그 검사를 주사파 떨거지라고 규정하면 그 검사는 주사파 떨거지가 되는걸까?)

내가 홍진표라는 사람을 처음 본게 그때였다. 그리고 그 후로도 그는 취재관계상 내 동선 안에 있었다. 한나라당이 홍진표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추천했다는 말을 들었을때... 홍진표와 한나라당 모두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하여 그에 대해 썼던 예전 기사를 다시 꺼내봤다.  <2010년 11월20일 저녁 

 

[송두율]검찰 측 증인 주장 근거 박약·허점 드러내

7차공판 열려…대책위 "즉각 석방해야"

‘과거 주사파 운동권’이 보기에 송두율 교수가 친북 주사파라면 송 교수는 친북 주사파가 된다?

(2004년 2월) 10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송두율 교수 제7차 공판은 애초 구형공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검찰이 새로운 증인을 내세우면서 증인심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검찰과 증인은 송 교수가 주체사상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내재적 접근법을 내세웠다는 ‘심증’과 북한에 편향된 인사라는 ‘주관적 신념’만을 내세울 뿐 어떠한 객관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과 홍씨는 단지 ‘전직 주사파 운동권’을 내세워 송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이 주체사상을 선전하고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는 수단이었다는 강변만 계속했다. 그러나 재판의 핵심쟁점인 ‘송 교수가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지 여부’나 ‘북한을 위해 적극적인 반국가활동을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해 방청객과 변호사는 물론 판사의 빈축을 샀다.

검찰의 요청으로 증언대에 선 홍진표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북한 바로알기 운동은 당시 주사파들이 주체사상을 대중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내세운 수단”이었다며 “88년 12월 <사회와 사상>에 실린 송두율 교수의 글은 북한바로알기운동에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등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증언했다.

홍씨는 증언 내내 “송 교수는 친북성향”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홍씨는 “송두율 교수의 글은 객관성으로 위장해 주체사상과 친북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글”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북한정권에 대해 일체감과 소속감을 갖고 있지 않고서야 송 교수가 북한을 한번도 비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홍씨의 이런 논리는 변호사 반대 심문, 심지어는 판사의 질문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변호사는 “증인인 말한대로 해도 송 교수 글이 <사회와 사상>에 발표된 88년 12월은 이미 주사파가 강력한 세력을 가진 이후”라고 지적한 뒤 “송 교수 글이 지대한 영향 미쳤다는 주장은 과도하고 주관적인 평가”라며 증인을 추궁했다.

이미 지난 공판에서도 검찰측에 “재판에 합당한 증인을 선정하라”며 핀잔(?)을 줬던 담당판사는 <사회와 사상>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증인의 주장에 대한 회의를 드러냈다. 특히 판사가 송 교수의 글이 끼친 영향에 대해 재차 질문했을 때 홍씨는 “<역사는 끝났는가> 등 단행본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답변했다. 판사는 곧바로 “그 책은 95년에 출판된 책이고 88년 글과는 시간이 너무 차이나는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재판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검찰이 얼마나 증인이 궁하면 그런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겠느냐”며 “궁지에 몰린 검찰의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평가했다.

장시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사무처장(동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은 “극좌와 극우는 서로 통한다는 걸 보여주는 공판이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사회와 사상>에 실린 송 교수 글은 분량도 얼마 안되는 에세이”라면서 “그런 에세이 하나에 학생운동권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통일을 생각했던 전체 운동권를 모독하는 행위이며 각 개인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수령식, 독재식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역사는 끝났는가>는 세계를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준 책”이라며 “그런 책조차도 극우 입장에서 보니 친북좌파의 저작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에 따르면 ‘사회주의 이념서클인 흥사단 아카데미’에 가입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한 홍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세차례 구속된 전력이 있으며 전국민중민주연합(전민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등에서 활동했다.

1996년경 “북한이 남한의 운동을 자기들의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느끼면서 주사파 운동에 회의를 느꼈고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친북운동을 정리했다”는 그는 “그 이후 북한민주화운동에 힘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6.15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NL 주사파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한 시민은 “이북에 대한 강요된 편견을 거부하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운동이 북한바로알기운동이었다”며 “내재적 접근법은 이미 학생운동권 내에서는 상식적인 논리였다. 홍씨의 증언은 일의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송 교수 구명을 위한 탄원서가 해외각지에서 계속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현직 독일 국회의원 한스 크리스티안 스트뢰벨레(녹색당 원내부총무)가 지난주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지난 9일에는 독일 대책위 측에서 독일 사회 각계각층인사 1천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송두율 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7차 공판에 앞서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원서를 공개했다.

그 자신 법률가이자 독일의회 법사위 소속인 스트뢰벨레 의원은 “법칙국가적 기준들과 법률들에 따라 형법상 타당성을 지닌 혐의가 있다면 그 혐의들은 송 교수가 자율롭게 설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송 교수는 지체없이 체포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트뢰벨레 의원은 “송 교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관점은 결코 형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없다”며 “북한정권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송 교수가 북한정권을 비판했는지 여부, 비판했다면 언제 했는지에 대해 검사가 심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감수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재판을 한국에서 얼마나 인권과 시민적 자유, 공정한 재판에 대한 모든 인간들의 법치국가적 요구들이 지켜지고 보장받는가를 판단하는 본보기이자 시험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 대책위는 오는 12일 오후 7시 이화여대 이화삼성언어교육관 1층 강당에서 ‘경계에 피는 꽃-송두율과 그 벗들을 주제로 한 변주’ 문화제를 개최한다.

2004년 2월 10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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