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방재정/풀뿌리자치 모습들

그들이 싸울수록 서울시민은 행복해진다

by 자작나무숲 2012. 2. 13.
728x90



원순씨 일본방문 동행취재 기록(5) 

 두 사람은 2박3일 내내 티격태격이다.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대표단이 일본을 방문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내내 붙어다녔다. 그렇게까지 싸우면서도 밤마다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술자리에서도 논쟁은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몇십년을 함께 산 부부같다. 
 
 고태규 서울시 하천관리과장과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영락없이 ‘뚱뚱이와 홀쭉이’다. 고 과장이 풍채 좋은 아저씨같은 반면 박 교수는 마른 체형에 꼬장꼬장한 딸깍발이 인상이다. 이들이 극력 대립하는 건 대심도 터널 때문이다. 고 과장은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광화문과 신월동 등에 대심도 터널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박 교수는 전형적인 졸속행정이자 토건세력 좋은 일만 시킬 뿐이라며 반박한다. 
 
 얼핏 박 교수가 방문단에 포함된 게 신기하다. 고 과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건의했다. 그는 “방문 일정에 포함된 ‘칸다가와 환상 7호선 지하조절지’를 직접 보면 박 교수도 느끼는게 있을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2005년 조성된 칸다가와 환상 7호선 지하조절지는 하천이 범람할 경우 직경 10m가 넘는 지하터널을 통해 물을 일시 저류하는 시설이다. 저류량은 54만㎥에 이른다. 고 과장은 서울에서 이런 시설을 설치하면 홍수 예방에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일행이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들과 폭우폭설 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시장 왼쪽이 고태규 과장, 오른쪽이 박창근 교수다. (사진제공= 서울시)

 
 고 과장은 “지난해 홍수피해 이후 오세훈 전 시장이 국면전환을 위해 급조한 게 바로 대심도 터널”이라며 졸속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서울시는 유량배분계획도 없다. 지하저류조를 하겠다는 건지 지하하천을 하겠다는 건지 개념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칸다가와도 1단계 완공부터 최종완공까지 8년이 걸렸다.”면서 “서울시가 2~3년 안에 완공하겠다고 하는 것 부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언론홍보전도 치열했다. 동행한 기자들에게 각자 열정적으로 논리를 설파했다. 그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환경단체에서 당신을 직위해제하라고 요구하는 걸 내가 말렸다.”고 엄포(?)를 놓으면 고 과장은 “내 말이 맞다는 걸 속으로는 다 인정하면서도 전문가 체면에 그러지 못하는것 아니냐.”며 맞받아친다. 자세히 보면 둘 다 눈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솔직히 이들 논쟁의 시시비비를 가릴 전문적 능력은 없다. 한가지 분명한건 반대론자를 동참시켜 자문을 구하고, 쉴새없이 토론을 하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한 정책결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더 열심히 싸울수록 정책은 정교해지고 서울시민은 행복해진다. 부디 두 분이 더 열심히 싸우시길 바랄 뿐이다. 
 

간다가와 지하조절지를 견학중인 박원순 시장에게 박창근 교수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서울시)


츠루미강 다목적 유수지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고태규 과장. (자료제공= 서울시)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