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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자작나무책꽂이

양들의 파업

by betulo 201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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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께 책 추천해주기 릴레이]

휴가철이고 비는 쏟아지는데 오랜만에 블로그 릴레이나 한번 해볼까. 바로 '가카께 책 추천해주기 릴레이' 되시겠다. 가카께서 이 책은 꼭 좀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싶은 책을 한 권씩 추천해주자는 것 되시겠다. 릴레이를 받아줄 것 같은 블로거 두 명에게 바통을 넘겨 주시면 되겠다.

그럼 나는 누구에게 바통을 넘길까. 먼저, 블로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시는 현실창조공간(http://www.realfactory.net/)님. 그리고, 존경하는 강호 고수 바이커(http://sovidence.tistory.com/)님 되시겠다. 부디 이 릴레이가 널리 널리 퍼져 감세와 비즈니스 프렌들리, 그리고 포퓰리즘과 전쟁에 여념이 없으신 가카께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

<수정. 11.08.17.아침>
바이커님께서 멋진 책을 추천해주셨다. http://sovidence.tistory.com/452
현실창조공간님은 소식이 없다. ㅠㅠ
나도 꼼수다. 바통을 하나 더 준비했다. 이정환닷컴 되시겠다.
http://www.leejeonghwan.com/media/index.html

그림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을 때가 있으십니까?


소싯적에도 거의 못 읽어본 그림책을 요즘엔 아들놈 때문에 하루에 다섯권씩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니 기억에 오래 남는 그림책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번뜩이는 재치가 느껴지는 그림책도 있고 문화유산 반열에 오른 그림들을 오마쥬한 그림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책도 있다.


그 중에서도 어제 읽은 그림책은 울아들 연령대엔 글씨가 너무 많아 조금 난해했을법 하지만 오히려 내가 더 신나서 읽어줬다. 그러고 나선 옆에 있던 아내가 책 좀 달라며 따로 정독을 했다. 바로 <양들은 지금 파업중> 되시겠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 작가 작품인 이 그림책은 멋들어진 시골 농장이 긴장에 싸였다는 것으로 얘길 시작한다. 양들이 파업을 결의하며 양털 깎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양털을 깎고 나면 겨울 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추위에 떨어야 하는지 분노한다. “그렇다고 대접이나 잘 받습니까? 우리가 먹는 것은 시들시들한 풀과 차가운 물뿐입니다.”


이들은 이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끝났습니다. 우리는 젖소처럼 이용만 당하지는 않은 겁니다. 털 깎기를 거부합시다. 찬성하는 양은 앞발을 들어 주십시오!” 이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농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인다.


시위는 무참히 실패했다. 언제나 인간의 이익을 자신들의 이익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혹은 인간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착각하는 개들이 양들을 강제로 해산시킨다.


여기까지였으면 생경함과 상상력 부족이란 욕밖에 들을게 없다. 하지만 울아들보다도 우리 부부를 더 감동시킨 건 놀랍도록 재치 넘치고 현명한 마무리 덕분이다. 놀랍게도 며칠 뒤 양털을 깎는 날이 되었는데 모든 양이 자발적으로 양털을 깎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양털을 깎은 날 모든 짐승들이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다음날...

 

양들이 파업을 한 계기는 양털을 깎고 나면 겨울 동안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문제를 다른 동물들이 힘을 합쳐 털옷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제 양털 덕분에 다른 동물들도 농장을 유지할 수 있고 양들도 겨울에 떨지 않아도 된다.


누구처럼 외진 산골에서 양털 깎으면 되지 하며 농장 문 닫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업이 망하면 큰일 나니까 파업이 왠말이냐는 모 경제인단체의 교과서처럼 천박한 수준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양털 가격이 올라가는 것만 걱정할 뿐 양들이 추위에 얼어죽으면 양털도 없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도 이 그림책엔 없다.


양들은 행복해졌고 그들과 함께 사는 다른 동물들도 행복해졌다. 덕분에 우리 가족도 행복했다.


양들의 저 결연한 눈빛을 보라!!!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은 이서 빨리 '양들과의 전쟁'에 나서지 않고 무얼 하는 것인가. 근데 한상대 검찰총장의 정체는 중국 공안의 한국 지부장일까 아니면 새로 생긴 사립대 총장일까...

파업 진압 장면도 피해가지 않는 이 솔직함...

각개약진이나 너죽고 나죽기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게 유치원부터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도덕이 아니던가.

이런게 바로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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