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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전세계 장기독재자들을 소개합니다

by betulo 201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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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윤곽을 드러낸 김정일 후계체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세기 이후 민주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부자나 형제가 권력을 이어받는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3대 세습은 근대 역사에서 유례가 없다.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지구촌 독재권력의 실상을 긴급 점검한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7·8월호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을 바탕으로 10년 이상 장기집권 중인 독재자 22명과 장기독재자 자리를 세습한 독재자 3명 등 모두 25명의 면면과 유형을 추적했다. 세습은 전·현직 독재자 집권기간을 합산했다.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들을 권력쟁취 과정을 기준으로 보면 먼저 옛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4개국과 과거 김일성 국가주석이 통치하던 북한에서 보듯 ‘건국의 아버지’라는 정통성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혁명이나 쿠데타를 통해 기존 체제를 뒤엎고 권좌를 차지한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퇴행적인 경우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독재자가 된 경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46년간 ‘건국의 아버지’로서 통치하던 아버지 김일성 국가주석이 사망한 뒤 16년째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 두 사람을 합하면 집권기간이 무려 62년이나 된다.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역시 아버지였던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었다. 쿠데타 성공 이후 29년간 권력을 갖고 있던 아버지가 2000년 사망한 뒤 아들 바샤르는 국민투표에서 97.2% 찬성으로 대통령이 됐다. 2007년에도 97.6% 찬성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과거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에서나 보던 득표율을 대내외에 자랑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시리아뿐이라는 비아냥을 받는다.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대통령이던 부친 게이다르 알리예프가 숨진 뒤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지만 대규모 부정선거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소련공산당 정치국원 겸 소련 제1부총리를 지냈던 게이다르는 아제르바이잔이 소련에서 분리독립된 뒤 권력을 잡았다. 국영석유회사 부사장으로서 1994년 서방 에너지기업들과 석유개발 계약을 성사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국회의원과 총리 등을 거치며 꾸준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카스피에 위치한 전략적 입지와 석유자원 등을 바탕으로 2006년에는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쿠바는 조금 특이한 경우다. 전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 모두 바티스타 친미 군사정권을 몰아낸 혁명지도자였고 이후 형이 집권한 49년 동안 국방장관 등을 거치며 정권의 한 축을 담당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형 피델이 2008년 물러난 뒤 자리를 이어받은 동생 라울 의장은 현재 경제개혁조치를 연달아 발표하는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라울 의장은 지금도 국가평의회 회의장에 형의 자리를 비워놓고 자기는 두 번째 자리에 앉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프리카 대통령이라면 단연 가봉의 ‘봉고’였다. 1975년과 1984년, 1996년, 2007년 등 무려 네 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2003년 부성(父姓)을 의무적으로 덧붙여 쓰게 하는 민법 통과 이후 봉고온딤바로 성을 바꿨다. 지난해 그가 사망한 뒤 아들 알리 벤 봉고온딤바는 41.7%의 득표로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았다.


 장기집권 중인 독재자 가운데 세습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 무아마르 알카다피는 일곱 아들 가운데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차남으로 후계수업 중인 차남 가말도 내년 대선이 후계 여부를 가릴 분수령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카자흐스탄을 20년째 통치 중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맏딸 다리가 나자르바예프는 오는 2012년 대선에서 대권을 이어받을 후보로 꼽힌다.


<보완. 10.09.29>
포린폴리시 온라인판(9월28일)에 따르면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장녀인 굴나라 카리모바 문화담당 외무차관, 테오도르 오비앙 은게마 적도기니 대통령 아들인 테오도르 은게마 오비앙 농림장관도 부자세습 후보군에 들어간다. 


<보완. 2010.11.01: 예멘>

최근 '폭탄소포' 계획이 적발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예멘도 장기집권중인 국가라는 것을 이번에 새로 확인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 대통령은 무려 32년째 대통령이다. 1978년 북예멘 대통령이 된 뒤 1990년부턴 통일 예멘공화국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다. 


32년 재직기간은 현재 집권중인 경우로 따지면 리비아 카다피(41년)에 이어 두번째로 긴 기간이다. 역대까지 따져도 쿠바 카스트로(49년), 북한 김일성(46년), 가봉(43년), 리비아에 이어 5위라고 할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국들은 테러와의 전쟁에 쓰라며 현대식 무기와 하드웨어를 예멘에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대통령 측근 가족들이 이끄는 엘리트 부대 차지가 된다고 한다.


(쿠바 바티스타 정권이나 니카라과 소모사 정권, 중국 장개석 정권, 이라크 후세인 정권... 미국이 그걸 몰라서 속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말자. 미국은 그 정도는 '적'들과 싸우기 위한 기회비용으로 웃고 넘길 수 있는 대인배다.)


보완 2010/12/27 : 카자흐스탄

2010/12/27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임기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국민투표 실시 청원을 위한 서명작업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지금 나이가 70세인데 뭘 얼마나 더 해 먹으려고 하는건지. 연합에 따르면 국민투표를 실시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2020년까지 선거 없이 집권하도록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차피 오는 2012년 대선이면 72세가 되니 종신 집권이나 다름 없기도 하다.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0/12/27/0601280100AKR20101227187300095.HTML



장기독재자 면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는 생존 독재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반미를 기치로 지난 1969년 무혈 쿠데타에 성공, 왕정을 폐지하고 권력을 잡은 뒤 무려 41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30년 이상 권좌에 앉아있는 독재자는 카다피 원수를 포함해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 주제 에두아르두 두스산투스 앙골라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등 모두 4명이다. 20년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독재자는 13명으로 늘어난다.


 20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들을 지역별로 나눠 보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등 옛 소련권이 2명이다. 나머지 11명은 아프리카다. 독재자 25명 전체의 경우 아프리카가 16개국, 옛 소련권 5개국, 동아시아 2개국, 중동 1개국, 중남미 1개국 등이다. 공통점은 대체로 독자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역사가 짧다. 입헌주의 전통을 뿌리내리지 못한 만큼 시민사회 발달이 더디다. 때문에 권력을 잡으면 권력 집중화를 통해 반대파를 억압, 장기 집권을 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기독재국은 가난하다?>


 정치적 민주주의 여부와 경제성장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경제학계의 통설이다. 이른바 ‘장기 집권=국민경제 파탄’은 맞지 않는 등식이다. 세계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5개 독재국 가운데 2008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975달러 이하인 저소득국은 11개국에 불과하다.


13개국은 중위소득국, 적도기니는 고소득국에 속한다. 지난해 사망한 오마르 봉고온딤바 가봉 대통령은 43년간 집권했지만 2008년 기준 1인당 GNI 7320달러(전세계 57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가 경제를 크게 발전시켰다. 북한은 1970년대까지는 한국보다도 더 잘사는 나라였고 쿠바도 동구권 몰락 전까지는 중남미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였다.


 문제는 장기 독재가 경제 ‘총량’보다 오히려 특권층을 만들어 냄에 따라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적도기니는 막대한 석유자원 덕분에 2008년 기준 1인당 GNI가 전세계 38위인 1만 4980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경제는 말 그대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과 가족들의 소유나 마찬가지다. 재산 추정치는 무려 6억달러다. 결과적으로 다수 국민들은 빈곤상태에 놓여 있다. 아시아 최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을 정도로 민주국가였던 미얀마는 군부독재 이후 최빈국으로 떨어졌다.


<독재자들의 황당행적 누가 막을쏘냐>


독재자들은 말 그대로 누구한테도 견제를 받지 않는다. 눈치볼 것이 없으니 일반인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2008년에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지금까지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당시 그가 변명으로 했다는 말이 “100세까지만 하겠다.”였다. 2005년 기준 절대빈곤계층비율이 32%나 되는 미얀마의 종신국가원수 탄 슈웨는 지난 2005년 수도 양곤에서 북쪽으로 320㎞나 떨어진 네피도로 군사작전을 하듯이 천도를 단행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공사도 끝나지 않은 산악지대로 수도를 옮겨야 했던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부터 급작스런 수도이전은 점성술을 신봉하는 군사정권이 “양곤은 장군들에게 위험한 장소가 될 것”이란 예언을 믿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많았다.


 황당한 언행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재자는 2006년 사망한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투르크메니스탄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1990년 옛 소련에서 독립할 때부터 2006년까지 집권한 그는 생전에 자신을 투르크멘바시(투르크멘의 아버지)로 자칭했다. 루흐나마(영혼의 책)라는 경전을 발간한 뒤에는 이를 학교 교육과정에 넣어 의무적으로 배우게 했고 심지어 운전면허 시험과목으로도 채택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텔레비전 연설에서 “누구나 루흐나마를 한 번만 읽으면 지혜로워진다. 하루 세 번 읽으면 신비한 존재를 인식하게 돼 바로 천국에 갈 수 있다. 이는 내가 알라께 여쭤 본 일이다.” 라고 말했다. 그래놓고는 건강이 악화되자 “국민들이 내게 기도를 너무 많이 해 힘들다.”며 국민들에게 기도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니야조프 전 대통령은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레와 오페라를 금지시킨 것을 비롯해 나중에는 립싱크, 턱수염과 장발, 심지어 금니까지도 금지목록에 올렸다. 1993년 이후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교사와 의사를 해고하는 바람에 학교와 병원이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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