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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미얀마와 아웅산 수치는 오늘도 '민주화의 봄'을 기다린다

by betulo 201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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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대법원이 다음달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가택연금 지속 여부를 판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군사정부에 맞서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 야당인 민족민주동맹(NLD) 지도자인 수치 여사는 지난 20년 동안 14년가량 가택연금으로 지내야 했으며 지난해 또다시 가택연금 18개월에 처해졌다. 군사정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수치 여사의 근황은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첫 아시아 출신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했던 신흥경제국이던 미얀마에 다시 ‘민주화의 봄’이 올 수 있을까? 수차례 미얀마를 잠입취재했던 이유경씨로부터 미얀마 정세를 들어 본다. 이유경씨는 태국 방콕에 ‘전진기지’를 차려놓고 아시아 각국을 취재하는 분쟁전문 프리렌서 언론인이다. 그는 “지금 미얀마 정글에는 30만 피난민들이 굶주림, 군부의 성폭력과 파괴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군사독재로 인한 고통을 겪어 본 한국사회가 미얀마를 지하자원 수입처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이유경씨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이유경씨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글은 2010년 1월28일자 서울신문 기사로도 실렸다. 물론 블로그에 싣는 글이 더 자세하고 분량도 길다. 이유경씨에게 제공받은 사진도 있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미리 밝혀둘 점이 있다. 바로 <버마>와 <미얀마>라는 나라이름 표기에 관한 것이다. 잘 아시겠지만 미얀마는 공식 국가명칭이고 버마는 군사독재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쓰는 국가명칭이다. 물론 이유경씨는 일관되게 버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신문은 공식용어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면에는 모두 미얀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에서는 이유경씨의 뜻을 살려 버마로 표기했다. 하지만 역시 직업 성격상 나는 미얀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항해 국경지대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카렌민족연합(KNU)과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소속 병사들이 미얀마 동부 카렌주에 있는 게릴라 관할 구역을 공동순찰하고 있다. 2007년 대규모 민주화운동 이후 수많은 청년들이 게릴라에 합류했다. (사진제공 이유경)



Q: 다음달 수치 여사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까
A:회의적

개인적으로는, 선거가 치뤄지기 전에는 온갖 이유로 가택 연금을 연장시키지 않을까 짐작한다. 수치 여사가 당장 가택연금에서 당장 풀려나더라도 큰 변수가 되긴 힘들다. 선거에 앞서 당을 수습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군사정부도 이 점을 십분 활용하려 한다.

Q:공정한 선거를 기대할 수 있을까
A:NO

민주 망명 세력이나 버마 분석가들, 정신 바로 박힌 외신기자들은 다가오는 총선이 또 하나의 사기극이 될 거라는 데 별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최근 아사히 신문이 군부 취재원에 근거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4월에 선거법안 발표, 10월 10월 총선 실시 설이 나왔지만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도 내용도 없다.    

Q:미얀마 정부는 왜 총선 카드를 꺼냈을까
A:군부독재에서 민간독재로

이번 총선은 2003년 군부가 내놓은 7단계 일정표의 다섯번째 단계다. 총선은 일회용 카드가 아니다. 군부가 꾸준히 육성해온 친정부 관변단체들이 총선 참여를 위해 정당선언을 할 예정이다. 총선을 통해 버마는 군사독재에서 민간인을 내세운 ‘친군부 간접독재’로 변신할 것이다.

Q:미얀마 정부는 총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A:감시와 몽둥이

내부 통제가 더욱 더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7일 정부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육군 장교와 외교부 직원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2007년 9월 민주화시위 당시 익명의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라라윈(Hla Hla Win·26)도 최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프락치가 사방에서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Q:총선에서 야당은 선전할 수 있을까
A:쉽지 않다

1990년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는 전체 49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번에는 힘들다. 유일한 대안 정치세력인 NLD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Q:NLD의 내부 사정이 어떤가
A:침체와 고령화

지난 11일 선거 결과 NLD 중앙위원 11명 가운데 6명이 지팡이에 의존하는 80~90대다. 젊은 당원들의 불만과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치 여사도 내부 개혁을 요구했지만 별로 안먹히는 분위기다. 군사정부가 아무리 국민 지지를 못 받더라도 대안 세력이 없으면 결국 친군부 민간정당들이 의회를 독식하게 될 것이다.

Q:수치 이후 NLD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A:비상하거나 추락하거나

NLD는 예전부터 수치 여사에게 위상이 너무 집중돼 있다는 약점이 있었다. 수치 여사도 올해 만 64세이다. 당장 개혁에 착수하고 젊은 세대를 끌어 들이지 않는 한 대안이 없다.

Q: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무장저항군의 동향은 어떤가
A:고난의 행군

NLD와 함께 군부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이 바로 카렌민족연합(KNU)과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등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무장저항군들이다. 여러 차례 무장저항군 기지를 방문해 봤다. 무장저항군도 예전같지 못하다. 식량난 등 경제문제가 심각하다. 가장 강력한 KNU조차 무기구매애 애를 먹는다. 게다가 지난해 6월 대규모 정부군 공격을 받아 주요전략지인 ‘7연대’를 잃은 것도 큰 타격이다.

Q:국제사회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A:립 서비스

버마는 천연가스, 루비, 비취 등 세계적인 지하자원 부국이다. 이 때문에 버마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결의는 언제나 “립 서비스”로 끝난다. 아세안(ASEAN)은 ‘회원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이유로 수십년 동안 버마 상황을 모른체 하고 있다. 버마의 주요 무역 대상국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카렌 반군과 버마학생민주전선이 타이-버마 국경 살윈강을 건너고 있다. (사진제공 이유경)

버마동부 카렌군 통치 영토 5연대 지역에 자리잡은 우에끌로 난민캠프. 버마 국경쪽 30만 난민들은 계속되는 버마군과 카렌불교도반군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사진제공 이유경)

버마학생민주전선 한 대원이 타이-버마 국경을 가르는 살윈강을 건너고 있다. (사진제공 이유경)

버마학생민주전선 신참 대원이 칼라슈니코프 소총 (AK 47)을 들고 정글 막사로 들어서고 있다. 2007년 샤프란 혁명이 잔인하게 진압되면서 버마청년들이 다시 국경으로 모여들었지만 무장투쟁이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면서 이들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이다. (사진제공 이유경)

2007년 샤프란 혁명을 주도했던 승려중 한 명인 킹제로. 타이북부에 망명중이다.(사진제공=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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