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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샐린저와 하워드 진, 같은 날 죽은 두 거장

by 자작나무숲 2010. 1. 30.


한 사람은 문학에서, 다른 한 사람은 역사학에서 일가를 이뤘다. 소설가는 30년 동안 인터뷰 한 번 하지 않는 은둔생활을 계속했고 역사학자는 평생 싸움꾼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현실 참여를 계속했다. 정반대 삶을 살았지만 둘 다 뉴욕에서 태어났고 자기 분야에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세번째 공통점을 갖게 됐다.

 60년 가까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미국 뉴햄프셔 자택에서 27일(현지시간)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91세. 같은 날 캘리포니아에선 ‘미국 민중사’를 통해 권력자에서 원주민과 흑인·여성으로 역사의 시선을 바꿔놓은 역사학자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양심적 지식인 하워드 진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87세.

 비뚤어지고 반항적인 10대 홀든 콘필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성장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출간 이후 샐린저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유명세에 부담을 느낀 샐린저는 1965년에 미국 잡지 뉴요커에 마지막 작품을 발표한 뒤 뉴햄프셔에 있는 시골 마을에서 평생 은둔생활을 계속했다. 1980년 이후로는 인터뷰 한 번 하지 않았다.

 진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브루클린 부두 노동자로 노동운동에 참여했고 나치가 싫어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자신이 투하한 네이팜탄이 무고한 시민들까지 희생시켰다는 것을 안 뒤엔 평생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했다. 27세에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했다. 흑인민권운동에 참여했다가 해직 교수 신세가 되기도 했다.

 진이 1980년 발표한 ‘미국 민중사’는 지난해 말 200만부를 돌파했을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살육자로 지목한 것도 이 책이 처음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과 영화배우 맷 데이먼을 비롯한 수많은 미국인들이 ‘미국 민중사’를 읽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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