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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00:50

'여성부의 굴욕'


내가 보기엔 ‘여성부의 굴욕’이다. 문제는 ‘굴욕’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다들 무뎌지고 무감각해진다는 거다.

9월3일 여성부 장관 내정자 발표를 보고 여성계는 꽤나 당황한 듯 하다. 여성단체연합은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황당함을 금할 길 없다.”고 했다. “여성계에서 전혀 알려진 바 없는 인물이며 여성정책에 대한 능력과 철학도 검증되지 않았다.”


사실 황당하기는 하다. 여성부도 맡다 보니 백희영 내정자 소개기사를 써야 해서 약력을 쭉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양학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나와서 미국 하바드대학 영양학과에서 박사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식품영양학 교수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수십년째 식품영양학만 하고 있다.


만약 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 내정됐다고 한다면 그런가보다 했을게다. 하지만 식품영양 전공자가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더 황당한 건 청와대가 내놓은 설명이다. “한국인의 식생활 분야 전문가이며 가정·가족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할 적임자” “꼭 여성운동가가 장관이 돼야 하냐? 백 교수는 한식 세계화와 가정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해왔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설마 여성부를 가정부로 착각하는건가? 아니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라고 말하려다 착오가 생긴건가. 여성연합이 논평에서 지적했듯이 “여성부는 성평등 사회를 위한 여성인권정책·여성인력개발업무를 주요하게 맡고 있고, 가족이나 보건 관련 업무는 이미 다른 부처 소관”이다.



장관내정자 발표 과정에서 여성부는 완전히 찬밥신세였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여성부는 3일 장관이 바뀐다는 사실을 기자들 전화받고 알았다. 장관 내정자가 어떤 사람인지 기본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청와대에 자료를 요청하다가 기본적인 프로필을 기자들에게 배포한게 오후 6시. 그때는 이미 장관 내정자 소개기사가 나온 뒤였다. 



장관 내정자 발표가 있던 날 여성부 대변인은 충남에서 지방출장중이었다.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발표 나오기 이틀 전인 9월 1일 출입기자 오찬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걱정을 얘기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여성정책 홀대’ 혹은 ‘여성정책 모른척하기’가 걱정스런 인선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더 걱정스러운 건 아까도 언급했듯이 여성부 자체가 무뎌지고 무감각해진다는게 아닐까 싶다.


9월 1일,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에서는 여성부한테서 제출받은 ‘2010년 여성부 예산 요구액’을 분석,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2010년도 여성부 예산 요구액은 총 657억원(추경예산.기금제외)으로, 이는 전년 대비 14억원(△2.1%) 감액된 규모다. 참고로 4대강 사업 가운데 하나인 ‘낙동강변 생태하천 조성사업(7.4Km)’ 사업비가 660억원이라고 한다. 


여성연합도 언급했듯이 여성부 주요업무는 여성인권정책과 여성인력개발업무다. 하지만 김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여성부 출범 이래, 여성 인권보호.일자리창출.취약계층 지원 등 지난 10년 동안 주요사업으로 추진되어오던 「여성권익증진」분야 세부사업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2010년도 여성 인권보호 및 취약계층지원 등 ‘여성권익증진’ 분야 예산은 총 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억원(△7.7%) 줄었다. 17개 세부사업 중 10개 사업 예산이 감액 편성됐다.


2010년 여성부 예산 요구액 삭감사업 주요 내역 (단위: 백만원)

 

사업명

‘09년 예산(A)

'10년 예산(B)

증감(B-A)

비율(%)

 

집결지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

2,165

1,356

△809

△37.4

성매매피해자구조지원사업(보조)

1,718

1,546

△172

△10.0

가정폭력ㆍ성폭력방지 및 피해자지원(보조)

12,731

10,804

△1.9

△15.1

성희롱예방체계강화

92

87

△5

△5.6

폭력피해여성주거지원사업(보조)

295

115

△180

△61.0

일본군위안부피해자생활안정

1,384

1,305

△79

△5.7

일본군위안부피해자기념사업

100

50

△50

△50.0

여성장애인사회참여확대지원(보조)

952

876

△76

△8.0

여성장애인지원체계관리

77

50

△27

△35.1

여성관련국제회의

444

256

△188

△42.4

일자리

여성고용기회확대

94

-

△94

△100

경력단절여성 등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

5,684

3,586

△2,098

△36.9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여성정책 및 인력개발’분야 사업 예산 중 ‘경력단절여성 등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사업’ 예산도 21억원(△37%)이나 깎여나갔다.


하이라이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신규로 시작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지정운영사업’(이하 새일센터)이겠다. 2009년 예산 139억원(본예산 40억원, 추경예산 99억원) 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77억원이 책정됐다.


김상희 의원 입장은 이렇다. “여성 인권보호.일자리 창출.취약계층지원 등 사회적 약자로 인 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권익증진사업 예산이 여성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감액 편성되는 등 지난 10년 동안 축적해 온 여성정책 성과가 실종될 위기에 놓였다.”




Trackback 1 Comment 11
  1. BlogIcon 이정환 2009.09.04 01:34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굴욕이네요. 설마하고 우려하는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2. BlogIcon 언럭키즈 2009.09.04 11:56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제대로 된 굴욕이군요.
    여성부가 식약청인가..[...]

  3. BlogIcon Crete 2009.09.04 13:26 address edit & del reply

    미국에 살다보면 한국의 여성권익 문제가 참 민망하게 보일때가 한두번이 아니죠... 내용이 참 좋네요. 혹시 시간이 되시면 이글을 아크로(theacro.com)이란 공론사이트에 올려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조금 더 진지하게 토론해 보고 싶습니다. 메인게시판 주소는

    http://theacro.com/zbxe/?mid=BulletinBoard2009

    입니다. 한번 왕림하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BlogIcon betulo@seoul.co.kr 2009.09.04 16:09 address edit & del

      아크로에 글을 올렸습니다. 부족한 글에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 Polestar 2009.09.25 14:21 address edit & del

      북미의 여성권익과 한국의 여성권익은 방향이 다릅니다. 미국과 한국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차별 또한 다릅니다. 그걸 아시고 토론을 해주세요. 여성부에서 할일이 정말 뭔지 아시는지요? 기업 생활을 20여년 한 사람으로서, MB의 인선을 이해해보자면, 그는 편견 없는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능력 있으면 발탁해서 윗자리에 앉힐 수 있고, 말단도 팀장이 될 수 있는 사상입니다. 당신들 같은 분들...고정관념, 편견 가진 분들..조심하셔야 합니다. 세상을 퇴보시킵니다. 영양학을 했으니 식약청으로 가라? 식약청하고 장관하고 같습니까? 장관은 정치를 멀리하려 해도 정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전공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리고 대보지도 않고 능력을 어떻게 아는가? ...그럼 가방끈 긴 사람만 대기업가고, 기획실 갑니까? 상대 나온 사람만 무역회사 갑니까?

  4. 2009.09.07 19:13 address edit & del reply

    MB정부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 여성부일이다..그간 참여정부를 말아먹은 여성부의 위험을 제대로 감지한것이겠지

  5. 온더락 2009.09.09 09:35 address edit & del reply

    여성부가 진정 여성을 위해 한일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것이 여성을 위한것인지 알기는 하는것인가?
    한심스런 집단

  6. 미친 2009.09.09 23:10 address edit & del reply

    무슨 여자가 사회적약자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건가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니 웃기네요. 사회적 약자라면 장애인이나 노약자 심신박약자 미성년자 정도겠죠.
    여자가 사회적 약자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니, 웃기고 자빠졌네요.

    외국인이 들으면 대한민국에서 여자들은 투표권도 없고, 교육받을 권리도 박탈당하고
    오로지 의무만 부여받은채로 사는 줄 알겠네요. 정신나간년들많네요.

    • 글 좀 제대로 읽으시지 2009.09.10 09:42 address edit & del

      초등학교 안나오셨나...
      왜 글을 제대로 못읽고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지....

    • 勵惺部 2009.09.24 19:24 address edit & del

      아마 이 "미친"이란 닉네임을 쓰신 분은
      여성부 자체에 대한 반감을 가진 분으로서,
      여성부의 침체를 긍정적 현상으로 보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려는데 감정이 격해져 이 기사와 직접적으로는 관련없는 이야기를 펼치신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여성부는 약화되고 폐지되는것이 궁극적으로 맞습니다. 여성부의 빛나는 성과라고는 호주제 폐지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굳이 여성부가 정부 부처로서 존재하지 않고 여성부가 국가인권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존재했더라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여성부가 굳이 정부 예산을 축내면서까지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성부의 극렬 여성운동자들은 겉으로는 양성평등을 외치며 남성들을 모욕하거나 그들의 기회적 평등을 박탈하는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군가산점 폐지가 있습니다.

      그들은 과연 남성의 '기득권'을 타파하여 여성들에게 나눠주는,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는 단체입니까?
      아니면 남성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양성평등에서 비약된 여성상위를 실현하는 "이익"단체입니까?

  7. 딸을가진아빠 2011.10.04 21:46 address edit & del reply

    적고 보니 제목이 이상하군요. 아마 딸을 가진 한국의 부모들은 "도가니"영화를 보면서 이에 대처하는 "여성부"에 대해 많은 실망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려지고 덮어졌던 문제가 영화를 통해 공개되었음에도 침묵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도가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 그리고 "엄마"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