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은 어느 것이나 국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영향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국민들이 똑같은 영향을 받는 건 결코 아니다. 재정정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런 경우 정책의 의미와 영향을 ‘국민’을 기준으로 분석하는건 과연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일까.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맞아 모든 국민에게 세금 10만원씩 더 걷겠다.”라고 발표했다고 해보자. 정책의 영향을 ‘모든 국민’으로 환원하는 것 부터가 벌써 어떤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 4110원, 그러니까 주40시간 기준으로 한 달에 85만 8990원을 버는 사람에게 1만원 세금인상은 10/85, 다시 말해 대략 12%를 의미한다. 반면 한 달에 1000만원을 버는 고소득자라면 세금 10만원은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9월23일 ‘2010년 국세 세입예산안’을 발표했다. 신문들의 보도를 보면 상이한 두 가지에 주목한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서민들과 월급쟁이들은 부담이 늘고 대기업과 부자들은 감세 혜택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한 보도가 있다. 재정정책의 역진성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국민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이런 점을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월급쟁이들이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다. 반면 자영업자, 고소득자, 기업들의 부담은 줄어든다.”는 말로 이번 세입예산안을 정리했다. 경향신문은 “내년에는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올해보다 6% 증가하는 반면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2% 줄어들 전망이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한편으로, ‘내년도 1인당 세금 평균이 올해보다 19만원 늘었다.’는 점을 건조하고 간략하게 지적하는 시선이 있다. 짐작하시겠지만 XXX 세 신문이 약속이나 한 듯이 여기에 들어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자세를 취하는데는 스트레이트 기사형식 만한 게 없다.)
위 두가지와는 다른 맥락에서 대규모 감세 등으로 인해 나라빚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한 보도와 2013년 국세수입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전자는 한겨레와 내일신문, 후자는 국민일보와 경향신문에서 보인다.
한겨레는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액이 올해보다 6.6% 늘어나지만, 총국세 수입은 2.4%(4조원)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발표를 인용해 “내년 세출을 올해 추가경정예산보다 7조원 이상 줄이지 못하면, 올해 51조원에 이른 나라사림 적자 규모는 내년에도 4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올해 말 366조원인 국가부채는 내년 중 4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2009~2013년 중기 국세 수입 전망'도 23일 발표했는데 국세수입이 2013년에는 219조5000억원까지 늘 것이라고 봤다. 이는 "경상(명목)성장률이 매년 7% 이상 상승하는 것을 전제로 세 수입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고 여기에 세원확보 노력을 보태 국세수입 증가율을 매년 8~10%로 높일 때 나올 수 있는 수치"다.
국민일보는 이에 대해 "급격한 경제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 감세정책을 증세로 전환하지 않는 한 현실화되기가 어려운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가 낙관적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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