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예요” | ||
농성 6개월 명동성당 이주노동자들 | ||
2004/4/22 | ||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 | ||
“네팔인 동지가 출입국관리소에 끌려가서 강제추방당했을 때 방글라데시 동지들과 한국 동지들이 네팔 동지들보다 더 많이 슬퍼하며 우는 것을 보고 우리가 똑같은 노동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명동성당 들머리 한쪽에 작년 11월부터 농성텐트 4동이 들어섰다. 22일이면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한지 1백60일이 된다. 지난 21일 아침 10시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농성중인 이주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들머리에서 만난 쉬디 바랄(네팔, 아래사진)은 “원래는 8시가 기상시간이지만 요즘은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잘 안지켜지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한다.
쉬디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산업연수생으로 96년 한국땅을 밟았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주야 2교대로 하루에 12시간씩 일했다”는 그는 “일이 너무 고되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브로커에게 낸 거액의 돈을 갚아야 한다는 맘에 노예처럼 일했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일하던 공장은 IMF 때 부도가 났다. 쉬디는 “당시 비자 기간이 6개월 남아 있었지만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서울에 올라와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틀 정도 일하고 나면 ‘다음주에 돈을 받으러 오라’고 한다. 그 말 믿고 다음주에 돈 받으러 가보면 아무도 없는 경우를 숱하게 당했다.”
쉬디는 “강제단속추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정부도 잘 안다”며 “정부가 전혀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허가제에서 4년을 기준으로 불법과 합법을 나눈건 말도 안된다”며 “도대체 기준의 근거가 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은 발전된 나라라고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기계나 동물처럼 취급받는다. 진짜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는 말과 함께.
명동성당 농성단은 현재 50명이다. 처음 시작할 땐 80명이었고 최고 1백명까지 늘기도 했다. 농성비용은 처음엔 갹출해서 충당했지만 지금은 시민노동단체와 일반 시민들이 모금해준 돈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이들은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문화차이로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다. 고국의 언어와 전통민요를 서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교대로 맡는 식사당번은 고향음식을 만들어 서로 대접한다.
이날 식사당번인 하솀(방글라데시, 오른쪽사진)은 농성텐트 한쪽에서 점심 준비에 한창이다. 하솀은 “오늘 요리를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닭고기 카레”라며 “기자님도 점심 먹고 가라”고 권한다. 그는 돈을 벌어 방글라데시에 있는 8명의 식구들을 부양하고 기술도 배우려고 빚을 내서 95년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죽어라고 일해서 3년만에 빚을 다 갚았지만 돈을 모을 순 없었다”는 하솀은 결국 공장에서 도망쳐 여러 공장을 전전해야 했다. 그나마 지난해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퇴직금도 못받고 쫓겨나야 했다고. 12시가 되자 농성장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농성단에게 비디오 카메라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농성단은 교대로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담고 싶은 장면을 담는다.
마숨(방글라데시, 왼쪽사진) 평등노조 이주지부 의정부․일산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이 선전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민선전방법을 교육하고 있다”며 “카메라 사용법, 효과적인 시민선전 방법, 기자회견에서 자기 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 등을 배운다”고 알려줬다.
이들은 오후가 되면서 4-5명씩 조를 이뤄 지역을 돌며 지역선전에 나선다. 명동성당 농성단은 최근 지역선전․조직화를 중심으로 활동방향을 조정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민주노총 산하에 전국이주노동자노동조합을 건설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96년 브로커에게 1천1백만원을 주고 관광비자를 얻어 한국에 온 마숨은 “한국정부는 말로만 글로벌시대를 외친다”며 “한국이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떠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선전에 나서려고 준비하던 텐진(네팔, 오른쪽사진)은 “죽음으로 강제추방에 저항한 동지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 ||
| ||
2004년 4월 22일 오후 12시 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
"생태주의 기반 녹색·시민정당 나타날 것" (2004.4.28) (0) | 2007.03.12 |
---|---|
장애인도 일하고 싶다 (2004.4.22) (0) | 2007.03.11 |
"민주노동당 심각한 도전 직면할 것" (2004.4.20) (0) | 2007.03.11 |
"국제사회는 이라크에 연대 손길을!"긴급호소 타전 (2004.4.9) (0) | 2007.03.11 |
실천연대 한총련, 집중낙선대상 32명 선정 (2004.4.7) (0) | 2007.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