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는 3월18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36일에 걸쳐 한예종을 실지(현장) 감사했습니다. 희한한 것은 실지감사를 마치고 감사인력은 복귀했지만 회의장에 차려놨던 임시 감사장은 그대로 두라고 한예종 측에 말했다는 겁니다. 언제라도 다시 돌아와서 감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뜻 되겠지요.
문화부는 지금도 한예종측에 서면질의를 계속하고 있답니다. 문화부에 물어보니 산하기관 실지감사 기간이 통상 2~3주라고 합니다. 결국 한예종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두 배 이상 길게 감사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흔치 않게 장기간에 걸친 감사보다도 더 의아한 것은 감사 내용과 수준입니다. 문화부 감사팀이 한예종의 특정 교수가 수업을 했는지 여부까지 확인할 만큼 감사 내용이 ‘저인망’식입니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줄 수밖에 없지요.
그 논란이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이런 겁니다. 문화부 안팎의 여러 취재원의 말을 종합하면 “문화부가 감사 초기 황지우 총장과 이 모 교수 등 ‘뉴라이트’에서 지목한 이른바 ‘좌파 교수’ 중심으로 감사를 진행했다.”는 거구요. 이후 “거기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점차 ‘방만경영’으로 감사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솔직히 감사를 위한 감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문화부는 최근 대규모 인사로 인해 감사관과 감사담당관 등 전체 감사 인력의 절반 이상이 교체돼 감사가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예종으로서는 한 학기 가운데 절반 이상을 감사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예종 관계자는 “감사가 길어지면서 ‘문화부가 한예종을 구조 조정한다.’거나 ‘특정인사를 내쫓으려 한다.’는 등의 ‘괴소문’이 횡행하는 게 가장 힘들다.”면서 “‘우리 그냥 예술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습니다.
한예종 감사가 자체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를 보여 주는 반면교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부가 한예종을 5주 넘게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부처 자체감사 역량이 낮아서 생기는 행정력 낭비”라는 거지요.
감사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체감사기구 실태조사’를 보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3년간 문화부 감사책임자의 평균 재임기간은 7개월이 안 되고 감사 담당 직원들의 평균재직기간(2006~2008 기준)도 1년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전문성이 생길 틈이 없지요. 자체 감사 관련자료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자체감사의 책무성 확보 노력도 미흡합니다.
문화부에선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합니다. 문화부 신건석 감사담당관은 “연초에 세운 자체종합감사계획에 따른 감사일 뿐”이라며 표적감사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그는 “소속기관은 통상 2~3년에 한 번씩 자체감사를 받으며 한예종은 2007년에 자체감사를 받은 바 있다.”라고 합니다. 감사기간에 대해서도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감사 기간이 길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기간이 짧아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습니다.
제가 취재한 얘기 중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화부는 한예종을 표적감사하는 걸까요? 뉴라이트가 틈날 때마다 공격하는 한예종 좌파교수 무리들을 찍어내기 위한 감사일까요? 한예종 구조조정을 위한 신호탄일까요? 황지우 한예종 총장은 정연주 KBS 사장의 전철을 밟게 될까요?
더 취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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