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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사업의 핵심은? "물 가두기"

취재뒷얘기

by betulo 2009. 4. 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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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4대강” 브리핑을 마친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국장에게 물었다.

“섬진강은 왜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빠진 건가요?”

“섬진강은 4대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강 환경도 좋아서 준설할 필요도 없구요.”

그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그럼 4대강 사업은 준설이 핵심인가요?”

어리벙벙한 질문에도 그는 ‘4대강 살리기’를 단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그렇죠.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은 물가두기입니다. 준설과 보 설치로 물을 가둬서 물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수질을 개선하자는 거죠. 거기에 관광을 결합하는 거구요.”

4월27일 오전 ‘문화가 흐르는 4개강 살리기’ 관련 브리핑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브리핑이 끝나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나눈 1분도 안되는 대화 속에서 나는 정부가 추진하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의 진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핵심은 물가두기

물을 가두는게 핵심이란다. 강을 살리기보다 물을 가두는게 우선이다. 물을 가두기 위해 준설을 하고 보를 설치한다. 준설이란 “하천이나 해안의 바닥에 쌓인 흙이나 암석을 파헤쳐 바닥을 깊게 하는 일”을 말한다(엔싸이버 백과검색). 간단하게 말해서 강바닥을 깊게 해서 물을 가둘 수 있는 용량을 키우는 거다. 강바닥을 파헤쳐야 한다. 흙탕물이 엄청 많이 나올거다. 그럼 수질개선은 어떻게 하지?

자취를 할 때 보리차를 담은 주전자를 며칠째 그냥 뒀다가 잘못 먹어서 다 뱉어낸 적이 있다. 보리차가 변질됐기 때문이다. 왜 변질됐을까. “물을 가둬두니까.”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얼음으로 만들지 않는 한 아무리 차게 해도 언젠가는 변질된다. 해법은 내가 먹을 만큼 보리차를 만들고 내가 마셔서 뼈가 되고 살이 되게 하는거다. 물을 가둔다고 수질이 개선되는거라면 내가 자취할 때 마신 변질된 보리차는 뭐란 말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물은 왜 가둘까? 수질개선하려고? 유람선 띄워서 뱃노래 부르려고? 막노동 일자리 많이 많이 만들려고? (건설노동자를 비하할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의 핵심은 이해했지만 그걸 왜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

섬진강은 4대강이 아니라는 말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국의 법제상 섬진강은 4대강이 맞다. 4대강은 ①한강 ②낙동강 ③금강 ④영산강․섬진강이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제4조 (수질오염물질의 총량관리) ①환경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에 대하여는 제22조제2항에 따른 수계영향권별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을 총량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만,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영산강ㆍ섬진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및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4대강수계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지역의 경우에는 4대강수계법의 해당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고, 「해양오염방지법」에 따라 오염총량규제가 실시되는 지역의 경우에는 「해양오염방지법」의 해당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보셨나? 섬진강도 4대강에 들어간다. 준설할 필요가 없다고 4대강이 아닌 것은 아니다. 지난주 감사원이 발표한 환경부 기관운영감사결과보고서에서 나오는 표현도 보자.

환경부에서 … 수계관리기금을 재원으로 4대강 수계(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ㆍ섬진강)의 상수원관리지역 내 재산을 소유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표]와 같이 주민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섬진강이 4대강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게 감사원 보고서에 나오는 이 구절 때문이었다. 의문은 북한강으로 이어졌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강은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나눠진다. 그럼 북한강도 한강이다. 4대강수계법의 하나인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보자.

제4조 (수변구역의 지정 등) ① 환경부장관은 한강수계의 수질 보전을 위하여 팔당호, 한강(팔당댐부터 충주 조정지댐까지의 구간으로 한정한다), 북한강(팔당댐부터 의암댐까지의 구간으로 한정한다) 및 경안천(「하천법」에 따라 지정된 구간으로 한정한다)의 양안(양안) 중 다음 각 호에 해당되는 지역으로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지역을 수변구역으로 지정·고시한다.

왜 북한강에는 준설이나 보 설치를 하지 않을까. 북한강은 댐을 많이 지어서? 수질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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